'낙태죄' 헌재 결정 코앞…찬·반 '팽팽'
'낙태죄' 헌재 결정 코앞…찬·반 '팽팽'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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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법 괴리 큰 '불완전 법' vs '비윤리·비도덕 행태' 만연할 것
헌재 재판관 2명 4월 18일 퇴임…헌재 결정 4월 안에 나올 듯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4월 이전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유관단체들은 연일 '찬-반' 성명을 내며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낙태죄' 헌법소원은 2017년 2월 제기됐다. 낙태죄 처벌 조항은 형법 제 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에 근거한다.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 낙태죄 조항'과 의사가 부녀의 촉탁·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의사  낙태죄 조항'이 그것.

헌재는 2017년 5월 24일 공개변론도 열었다. 당시 헌재 재판관 9명 중 5명의 임기가 9월 19일이어서 9월 이전에 결정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연기됐다. 이후 2018년 9~10월 새 재판관 5명이 취임했다. 4월 18일 다시 2명의 재판관이 퇴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퇴임 전 매듭을 지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을 받아 진행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이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가임기 여성 대부분이 낙태죄 폐지·개정에 동의했다.

 

ⓒ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kma.org

 

1만 명의 응답자 가운데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은 3792명. 이 중 인공임신중절을 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756명으로 파악됐다. 임신 여성의 19.9% 가량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것이다.

임신중절을 택한 이유로는 사회 활동 등 경제적 문제가 주를 이뤘다.  2017년 인공임신 중절률은 4.8%,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약 5만 건으로, 2005년 이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설문조사 결과와 여성계의 주장 등 전반적으로 낙태죄 '불합치' 결정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낙태죄 폐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BWAVE(Black wave)는 "낙태죄는 가부장제 사회의 피지배계급에 대한 낙인이자 여성 집단 전체에게 부과된 족쇄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의무를 방기하지 말라"며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의 수술 건수 등 실태조사 정확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문화된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청소년이나 혼외 임신인 경우 등 조사에 응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불법 유통되고 있는 낙태약에 의한 중절의 건수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1973년 모자보건법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 가능한 사유를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아, 사문화됐다. 최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의사 처벌을 하겠다고 한 뒤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더욱 음성화 됐다"고 짚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표·시행하면서 '형법 제270조를 위반하여 낙태하게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고 발표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은 2018년 8월 18일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결혼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포기하는 등 임신 자체의 가능성이 감소하는 사회적 요인,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여성 난자의 기능이 떨어져 임신율이 감소하는 의학적 요인, 피임 약·기구·주사 등 피임 정보 확대, 가장 우려스러운 불법 낙태약 남용 등으로 중절 수술이 감소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낙태죄' 조항으로 인한 수술 감소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감소라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모자보건법이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유전학적 장애·풍진처럼 임신 중기 이후, 태아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전염성 질환은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있는 모체 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한다. 반면,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는 의학적 견지에 맞지 않는 모순이다. 해당 임신부에게는 가혹한 입법 미비"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사회적·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도 덧붙였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에 대한 헌법소원 결과와 관계없이 사문화된 모자보건법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해결을 위해 사회적 공론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도 여전히 팽팽하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보사연의 실태조사 결과에 매우 유감을 표명한다"며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어서,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다는 이유로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는 것은 성관계가 재밌는 놀이라는 왜곡된 가치관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성과학연구협회는 "여성단체와 언론들이 낙태죄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이 낙태한 여성과 수술을 집도한 의사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낙태죄로 여성과 의사에게만 처벌하는 규정을 남성에게도 실질적인 법·제도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며 '미혼부 책임법' 시행을 주장했다.

"미혼부 책임법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태 합법화가 된다면 마음 놓고 성을 즐기게 될 것이다. 생명에 대한 책임이 빠진 성은 문란한 성생활을 부추기고,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성과학연구협회는 "낙태를 합법화하면, 낙태를 상업화시키려는 제약회사와 의료산업의 엄청난 홍보작전으로 낙태 광고가 수면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태아 장기 판매 등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낙태죄 폐지는 단순히 그 법을 하나의 폐지로 그치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핵폭탄 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여성단체나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단체들의 주장과 설문 결과만 가지고 해결할 일이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성과학연구협회는 "유럽이나 OECD 선진국처럼 양육비 책임법을 만들어 남성들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며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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