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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 대형병원 간호인력 집중…지방선 품귀
43개 대형병원 간호인력 집중…지방선 품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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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등급 가산금 6936억원 상급종병 최대 수혜
1등급 수도권 30%…전남·강원·대구·울산·경북 2%대
이윤호 병원장(전남 고흥윤호21병원)
이윤호 병원장(전남 고흥윤호21병원)

대도시 및 수도권에 있는 43곳 상급종합병원이 간호 인력을 독식하면서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도시·수도권으로 간호인력 편중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역 중소병원에서는 간호인력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중소병원들은 간호등급 가산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호등급 가산제는 2006년 5월부터 병원의 간호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을 수가에서 보상하는 제도.

병원은 보건복지부의 1~7등급 산정 기준에 따라 간호사당 병상 수 등을 자체 신고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으로 대형병원이 1등급을 맞추기 위해 간호 인력 고용을 늘리면서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 채용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윤호 병원장(고흥윤호 21병원)은 14일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TFT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가 주관한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중소병원의 역할과 중요성 토론회'에서 간호등급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윤호 병원장은 "간호등급 가산제로 인해 지방과 도시 변두리 중소병원 간호인력이 대도시 및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간호 1등급 병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경기 31%, 서울 29%, 인천 10%이고, 나머지 지역은 5% 미만이다. 전남·강원·대구·울산·경북은 2%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곧바로 지역 중소병원의 간호사 이탈은 물론 간호사 인건비 상승과 지역 간 임금 격차를 부추겨  대도시ㆍ수도권으로의 간호인력 편중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간호서비스 수준을 높이겠다는 간호등급 가산제가 종국에는 지역 중소병원 간호인력의 공동화 현상까지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역 중소병원은 간호사 고용을 위해 더 많은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됐고, 이는 곧바로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체 간호등급 가산제 신고 대상 의료기관의 2.4%밖에 되지 않는 43곳 상급종합병원이 간호등급 가산제를 통해 총 6936억 원을 지원받았다. 기관당 약 161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간호등급 가산제 신고율이 32.5%에 불과한 1485곳 병원급 기관은 총 1345억원을 지원받아 기관당 2억 8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호 병원장은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의 심각성도 짚었다.

이 병원장이 간호등급 가산제를 등급별로 분석한 결과, 100병상(병원급)을 기준으로, 기본 등급인 6등급 병원의 입원료는 환자당 3만 2330원이지만, 1등급 병원의 입원료는 환자당 5만 6800원으로 차이가 났다. 1개월 누적 차액은 무려 7341만 원에 달한다.

이 금액을 6등급 병원과 1등급 병원의 간호사 수 차이인 24명으로 나누면 1인당 월 305만 8000원이, 연봉으로 계산하면 3670만 5000원의 차이가 발생(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하면 이 차이가 더욱 벌어짐)해 실질적으로 병원의 추가 부담 없이 고용이 가능한 정도의 가산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 병원장은 "간호등급 가산제 시행으로 시설ㆍ복지 ㆍ입지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대형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 간 간호사 고용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병원장은 "이런 왜곡 현상은 지방 의료기관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면서 "의료자원(간호인력)의 균등한 배분과 효율적인 관리 및 국민의 공정한 의료 혜택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간호등급 가산제가 본래 목적인 간호사 고용을 높이기는커녕 지역 중소병원은 오히려 간호사의 유출에 따라 3교대 근무가 2교대 근무로 변화하면서 간호업무 부담을 더욱 가중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간호등급 가산제로 대형병원이 수가를 더 받기 위해 간호사를 추가로 고용하면서 간호조무사와 환자이송 요원 등 다른 직군의 인력을 줄여 간호사에게 업무를 떠넘기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 병원장은 "간호사 숫자에 연연하면서 간호사의 업무 부담은 늘어나고 근무 환경은 더욱 열악해 지고 있다"면서 "간호사 고용을 높여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병원장은 ▲지역별·종별 지원제도가 되도록 정책의 방향 전환 ▲절대적으로 부족한 간호 인력 추가로 보충하는 방안 모색 ▲의료취약지 등 지방 중소병원의 부족한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간호차등수가제의 근본적인 개선 ▲병상 수를 지방 중소병원만 환자 수로 개선하고 간호등급 가산제도의 가산금 축소 ▲간호등급 가산금을 보조 인력 보강에 사용하도록 개선 ▲간호 인력 정확한 파악 및 세분된 등급 간편하게 조정 ▲수도권 대형병원 설립 제한 ▲대형병원이 편법으로 시행 중인 간호사 대기제도 즉각 폐지 ▲중소병원 간호사 수급 때까지 응급구조사를 교육해 한시적으로 업무 대행 등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의장도 간호 등급가산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의장은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쏠림이 심하다는 것을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알게 됐다"며 "지역 중소병원이 간호사를 구할 때 힘들어하지 않도록 장롱면허 간호사들이 일터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병원이 간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소병원은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창현 과장(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은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일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담당 부서에 의견을 전달해 충분히 수렴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간호정책 TFT가 발족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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