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지난날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았던
접점의 끝에 무엇이 있었나
눈 내리는 2월 어느 한낮
현기증이 퍼붓고
잠시, 외투 깃을 세우는 사이
눈꽃, 추억, 바람, 눈물, 비명…
곧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들
언덕 위에 가득한 것을
또 한 차례 눈이 퍼붓고
사람의 집들이 저 멀리 아득한데
도관 체관이야 얼어붙어도 좋다
지축 위에 홀로 서서
다만 발목이 성해야 한다
각질이 벗겨지고 상피 부풀어 올라
기우뚱, 기우뚱하여도
발목에 깁스 하고
겨울나무는 서 있다
하면 나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야 합니까.
인제의대 흉부외과 명예교수/온천 사랑의요양병원장/<미네르바>(2006) 등단/시집 <때론 너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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