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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전공의 죽음' 관련 사실 은폐 의혹
길병원 '전공의 죽음' 관련 사실 은폐 의혹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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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전공의 근무시간 80시간 아닌 110시간"
대전협 14일 긴급 기자회견…전공의 유가족 참석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 죽음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 죽음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최근 발생한 가천대 길병원 2년차 전공의 죽음과 관련, 병원 측이 허위당직표 작성 등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건 전공의의 실제 근무시간과 병원 측이 주장한 근무시간을 비교·발표하며 길병원측에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대한민국 전공의가 처한 참혹한 현실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드러난 상황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며 기자회견 개최 배경을 밝혔다.

2월 1일, 길병원 전공의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길병원 측은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법규에 따른 근무시간을 지켰다며 '과로사'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길병원 측이 주장한 하루 4시간 휴식은 서류에만 존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건 전공의의 실제 근무시간과 병원 측이 주장한 근무시간을 비교한 표를 공개했다. ⓒ의협신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건 전공의의 실제 근무시간과 병원 측이 주장한 근무시간을 비교한 표를 공개했다. ⓒ의협신문

이승우 회장은 "해당 전공의는 퇴근 시간 후에도 환자를 위해, 남아있는 업무 처리를 위해 30분에서 3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더 일하고 있었다. 길병원은 주당 80시간을 지켰다고 말했다. 법을 지켰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 168시간 중 110시간을 일했다. 하루 4시간에 이르는 휴식시간은 서류에만 존재했다"고 밝혔다.

많은 수련병원에서 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전공의들에게 탈법적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국 수많은 수련병원이 근무시간을 지킨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보장되지도 않은 휴식시간을 교묘히 끼워넣는 것은 물론, 다른 전공의 명의로 처방을 내게 하는 탈법적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며 "전공의법을 준수한 것처럼 보이는 가짜 근무표가 있으면 괜찮은가? 수련환경평가만 통과하면 괜찮은 수련병원이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전자의무기록 접속을 차단하며 전공의들이 법정 상한 근로시간을 지킨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병원이 상당수라고도 짚었다.

"전공의들은 자신의 환자를 돌봐야하기 때문에 다른 담당 스태프나 다른 전공의의 이름으로 접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며 "수련환경평가 서류조차 전공의들이 밤새 만들고 있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수련병원들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금하기 어렵다"고 울분을 토했다.

"보건복지부는 다 알고도 묵고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승우 대전협 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이 회장은 "병원을 가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현장에 있는 전공의들 모두 알고 있다. 병원협회·의학회도 알고 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알고 있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끊임없이 이런 현실을 여러 조사를 통해서 상기시켜 왔지만 복지부는 감독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시정명령을 받은 병원은 손에 꼽힌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아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한 병원 같은 건 이 나라에 없다"며 "수련병원들은 과태료 100만원 쯤에는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있다. 어느 유명 대학병원장은 '과태료 받는 것은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큰소리까지 쳤다"고 비판했다.

"수련병원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다는 명분으로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줬다. 보건복지부는 왜 아직도 전공의가 아니라 수련병원을 배려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3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첫째, 길병원은 故 신 전공의의 죽음에 유가족과 전공의에게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십시오.

둘째, 전국 수련병원은 법정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십시오.

셋째, 정부는 익명으로 접수되는 제보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여 전공의법 준수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십시오.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법의 80시간 제한, 36시간 연속근무는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과중한 노동임이 틀림없지만, 우리는 이것이라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전공의들은 환자를 위해, 더 나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최전선에서 지켜내고 있다"며 "그럼에도 전공의들이 법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안타까운 생명이 스러져야 하는 참혹한 현실을 더 이상 묵인하기 어렵다"고 외쳤다.

유족 대표 "병원은 동생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 달라"

ⓒ의협신문 김선경
유족 대표로 참석한 故 신 전공의의 누나. ⓒ의협신문 김선경

故 신 전공의의 누나가 유족 대표로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했다.

유족 측은 "제 동생의 죽음을 병원 관계자의 공식적 설명이 아닌, 동료의사들로부터 귀동냥을 해야 했다. 동생이 3년 동안 몸 담은 병원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병원 입장은 부검결과나 경찰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돌연사로 주장하는 기사로 처음 접했다. 당시 심정은 참담했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해당 기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또 다시 거짓으로 답변했다. 할 수 없이 동생의 죽음이 병원 측 주장대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과 살인적 노동 강도 속에 환자를 위해 참아왔었다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모 일간지 기자에게 병원측은 '오히려 억울하다. 동생 수련환경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듯한 뉘앙스로 답변했다는 것을 들었다. 특히 저희 유가족은 인터뷰를 하지 말라며 진흙탕싸움을 하지 말라고 했던 원무팀장님의 말씀에 굉장히 분개한다"고 울먹였다.

"군복무시절에도 영어 봉사활동을 하던 착한 동생의 명예를 거짓으로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병원 측은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멈춰달라"며 "다시는 이러한 슬픔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공의들의 실질적인 환경의 처우개선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대전협은 "전공의법이 어렵게 개정됐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전공의의 근로와 교육수련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전공의들은 용기 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수련 기관은 바뀌어야 한다. 복지부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참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분의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전공의의 타살·자살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몸에 채혈자국에 대해서는 정밀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밀조사 결과는 3~4주 더 소요될 예정이다.

한편, 길병원 관계자는 대전협 기자회견과 관련해 "전공의 사망에 대해서는 병원 직원들 모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대전협 측 주장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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