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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 놓고 찬반 '팽팽'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 놓고 찬반 '팽팽'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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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협 "응급현장 반영한 업무범위 확대 절실" VS 의료계 "의·과학적 근거 확보 먼저"
ⓒ의협신문
ⓒ의협신문 김선경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급구조사협회의 요구와 업무범위 확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의학적·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국회 토론회장에서 팽팽히 맞섰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환자단체·소방청 등은 응급구조사의 협소한 업무범위가 응급의료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응급구조사를 범죄자 또는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며 업무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대한간호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은 의학적·과학적 근거 없이 업무범위를 확대할 경우 국민의 건강과 생명, 환자 안전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응급구조사에게 현행법상 불법 의료행위를 종용 또는 방임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1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응급구조사의 역할 및 업무범위 개정 공청회'를 공동 개최했다.

윤소하 의원이 지난해 11월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을 발의한 것이 이날 토론회 개최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응급구조사 업무에 대한 교육·평가·질 관리 위원회를 구성, 5년마다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시은 동강대 교수(1급 응급구조사)는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14가지 행위로 제한한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에 ▲아나필락시스(급격한 전신 면역반응)에 한해 에피네프린 근육·피하 주사 ▲심폐소생술 시 에피네프린과 아미오다론 정맥주사 ▲휴대용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호흡유지 ▲현장 이송 중 출산임박 상황에서의 자연분만 관련 응급처치 ▲응급환자에 대한 말초정맥혈 또는 의사에 의해 이미 확보된 중심정맥관·동맥관을 통한 채혈 ▲화상처치 보조 등 각종 의료행위 보조 ▲외상환자 평가 ▲12유도 심전도 측정 ▲혈당 측정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호흡 유지 등을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문준동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개정 TFT 위원장은 "응급구조사의 응급환자 이송, 응급의료기관 내 의사 지도하 보조행위 등 조건 내에서 응급구조사의 역할이 법률적으로 허용된다"면서 "응급구조사들의 업무범위 확대 요구 역시 이미 (의료현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업무 중 극히 일부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법 개정안에 비의료인 행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100% 동의한다. 응급구조사들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생각이 있다. 그러나 (지나친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응급구조사가 할 수 있는 것을)안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응급구조사로서) 적시에 적절한 처치를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순영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전제로 응급구조사 교육 프로토콜 개발을 선행하고, 일정 부분 업무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순영 실장은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는 어느 정도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환자 이송·처지 업무범위가 너무 좁다. (현실적으로)중증응급환자의 병원 간 이송 시 의료진이 모두 함께하지 못해 응급구조사만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송 중 환자 상태 악화 시 의사의 지시없이 응급구조사가 도파민 투여 용량을 변경하는 것조차 불법이다.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범위 내에서 업무범위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와 소방청 관계자도 업무범위 확대를 지지했다. 다만 응급구조사의 질 높은 서비스 유지를 위해 교육·관리 체계 강화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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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과학적 근거 확보 먼저...비의료인 의료행위 조장·직역 갈등 초래 우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재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의학적 근거없는 업무범위 확대 가능성 ▲윤 의원 개정안에 담긴 별도 위원회의 편향적 구성 ▲보건의료직역 간 갈등 유발 등을 우려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업무범위 재조정 해결책을 전체적인 의료체계와 보건의료인력 상황을 관통하는 방향으로 시각을 확대해 모색해야 한다"며 그간 의료체계의 통합적 틀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제시하지 못한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의 책임 방기를 질타했다.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문제를 한 직역의 문제로 접근하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의료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한 성종호 정책이사는 "더욱이 (이 논의가)보건의료직역 간 갈등을 초래하고, 보건의료직역 관련 법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의료기관 내 무면허 의료행위' 문제와도 결부돼 있다"고 핵심을 짚었다.

윤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서는 "업무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다른 보건의료직역 관련법에는 없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진우 대한응급의학회 이사는 업무범위 조정의 최우선 전제로 의과학적 안전성 확보를 꼽았다. 정진우 이사는 "몇몇 전문가들의 편향된 시각과 의료현장에서의 왜곡된 경험이 반영된 법 개정은 곤란하다"면서 "과학적, 합리적 방법으로 업무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희 대한간호협회 응급간호사회장과 안영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임상생리검사학회장 등도 의·과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법 개정 논의 이제 시작...악마는 디테일에 있어, 신중 접근해야"
박재찬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재조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재찬 과장은 "보건복지부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확대 필요성이 있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왜 확대해야 하는지, 확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의학적, 임상적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해외에서도 수많은 시간 임상적 자료를 축적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 업무범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박재찬 과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결정짓겠다는 생각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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