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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수명 넘긴 의료사고 환자 치료비 부담은 누구 몫?
예상 수명 넘긴 의료사고 환자 치료비 부담은 누구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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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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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대학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벌어졌다.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소송이 벌어졌고, 병원의 책임이 인정됐다. 문제는 법원이 판결을 통해 확정한 기대수명을 넘겨 환자가 계속 생존하면서 시작됐다. 이때 계속 지출될 수밖에 없는 치료비는 환자의 몫일까? 병원의 몫일까? 

의료사고 환자의 치료비 부담에 대한 일반적인 확고한 판례가 있다.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또 손상 이후에는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15031판결)." 

한마디로 의료사고 이후 환자에 대한 치료비는 병원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특수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1998년 5월경 A씨는 의료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1차 의료소송에서는 환자의 기대여명을 2004년 4월 23일까지로 추정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기대여명 이후에도 A씨가 계속 생존하자 2차 의료소송이 벌어졌다. 이번엔 기대여명을 2012년 6월 14일까지로 인정했다. A씨가 계속 생존함에 따라 3차 의료소송이 벌어졌다. 법원은 생계비 추가분은 인정했지만, 치료비 청구는 부정했다. 2차 의료소송 판결의 효력(기판력)과 충돌한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이번엔 대학병원 측이 환자 측을 상대로 입원치료비 98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엔 원고와 피고가 바뀌었다. 

[1심]

1심은 소액사건 심판으로 진행됐는데, 대학병원이 패소했다.

[2심]

대전지방법원에서 벌어진 2심에서는 대학병원이 승소했다. 

[3심]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쟁점은 민사소송법의 가장 어려운 테마 중 하나인 '기판력(판결의 효력)'에 대한 부분. 쉽게 요약하면 먼저, '의료사고를 일으킨 병원이 보존적 치료만을 한 경우 환자측에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당연히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쟁점은 "환자가 종전 소송에서 특정 시점 이후에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치료비 청구를 빠뜨린 결과, 환자가 이를 별도의 소송에서 청구하는 것이 종전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소송법상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택했다(2018. 4. 26. 선고 2017다288115판결). 

대법원은 대학병원이 환자측에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진료비를 청구한 대학병원이 패소한 셈이다. 의료인 입장에선 1993년 대법원 판결만 정확히 기억하면 충분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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