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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를 부르는 합법적 도구…'전공의법'
과로사를 부르는 합법적 도구…'전공의법'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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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최대 주 88시간·40시간 연속 근무' 가능
전공의 평균 '6.7 시간' 휴식, '0시간·0.5시간' 수련병원도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오히려 과로사를 부르는 '합법적' 도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죽음에 애도 물결이 이어지던 중, 가천대 길병원 2년 차 전공의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직 사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공의들의 과중한 업무시간과 '과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공의는 33세의 젊은 나이였다. 사망 당시 24시간의 근무 후, 12시간의 추가 근무를 수행하던 중 2시간 여 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35시간의 스케줄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현행법에 의해 '연속 36시간 근무 금지'를 위반하지 않아, 불법은 아니다.

전공의법에 따르면 전공의 연속근무는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응급상황인 경우, 40시간까지 초과근무가 가능하다. 전공의 수련 시간은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교육적으로 필요한 경우 최대 88시간까지 추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최대 주 88시간·연속 40시간까지 연속 근무가 가능하도록 합법화시켜놓은 셈이다. '과로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고용노동부 지침 근무시간은 주 '60시간'이다. 법정 근무시간을 지키더라도 '과로사'의 위험에는 늘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전공의 법의 모순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월 인턴·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통해 현재 인턴·전공의들의 '과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설문 대상이 된 82개 수련병원의 인턴·전공의 평균 근로시간은 '78.32시간'으로 나타났다. 이 중, 27개 병원은 전공의 특별법 규정 80시간조차 준수하지 않았다. 가장 높은 평균 근로시간을 기록한 병원은 94.33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적절한 휴식 시간 역시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직근무 종료 후 정규 시작 전까지 실질적인 휴식 시간을 묻는 질문에 전체 평균은 6.7시간, 82곳 중 28개 수련병원이 '6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평균 휴게 시간이 '0시간', '30분'으로 나타난 곳도 있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아직 명확한 사인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과로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면밀한 사실관계파악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전공의들이 실제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하고도, 모두 기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심지어 이조차도 지키지 않는 병원이 아직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설령 전공의법 준수가 되고 있더라도 주 80시간은 상한 지침이다. 만약 주 79시간 근무를 했다면 과연 과로가 아니라 말할 수 있는가"라며 한탄했다.

전공의법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길병원 측은 "수련환경에는 문제가 없었다. 과로사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망 논란을 일축했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 차 전공의 사망은 현재 경찰 수사 중이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종합적인 부검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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