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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예방의학은 현대의학"
"최고의 예방의학은 현대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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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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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대체의학계 예방 내세우는 이유?…"책임 추궁 등 위험 적어"
현대의학, 각종 질병 요인·억제·치료 개발…"많은 예방 옵션 있어"

 

 

ⓒ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며칠 전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뤄진 <민족의학신문>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양의학이 최근 이 분야에 힘을 쏟으면서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한 암 발생 예측 등의 시스템을 발전 시켰다. 그러나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서양의학에 없다고 생각한다. 음식섭취나 운동에 대한 제시 정도다. 맞춤예방의학이라는 측면에서 서양의학은 이를 대처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의학은 예방의학에 대한 솔루션을 이미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환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비를 환자가 갖고 있다가 자기 주치의 한의사에게 주고, 한의사는 이를 바탕으로 병원에서 정밀한 진단기기를 활용하고, 한의학이라는 예방의학 솔루션으로 진료를 하면 좋지 않을까. 예방의학은 한의학이 선도할 수 있다. 25주년 된 한의학연은 이런 맞춤 의학을 최선봉에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연구원이 될 것이다."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36121

김종열 원장은 한의학이 예방적 측면에서 현대의학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에서는 각종 대체요법사들이 질병을 예방에는 현대의학보다 자기들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한의사들이 이런 주장을 자주 한다. 많은 일반인들과 정책결정권자들도 그 말을 믿는 것 같다.

한의학을 비롯한 대체의학계에서 예방을 내세우는 이유는 치료에 비해서 효과를 판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으로 치료 가능한 환자를 붙들고 있다가 병세가 악화되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지만, 예방은 책임을 추궁당할 위험도 적다. 

그들이 예방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고 해서 예방 효과에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학은 개인에게 발생할 질병의 위험도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다양한 수단을 개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방 수단은 백신 접종인데 현대의학이 가진 수단은 백신 말고도 많다. 

혈압이나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약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현대의학은 각종 질병이 발생할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들을 발견하고,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억제할 방법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각종 검사를 통해서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지 알 수 있고, 소위 말하는 콜레스테롤약이나 혈압약 등을 복용해서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나중에 발생할 질병의 확률을 계산하고 위험성을 낮추는 방법을 검증하는 일이 단순하지는 않지만 현대의학은 세계 각지에서 이뤄진 대규모 임상시험과 코호트 연구 등을 통해 증명된 수많은 예방 옵션을 가지고 있다. 

식단 조절이나 생활습관 개선도 현대의학이 우월하다. 혈액검사 등을 통해서 당뇨병이나 통풍 등의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찾아내고 어떤 음식을 피해야하는지 가르쳐줄 수 있고, 근골격계 질환 환자들에게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하고 어떤 동작들을 피하고 어떤 운동을 해야 상태가 호전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가르쳐줄 수 있다. 

개인의 질병 발생 위험을 미리 평가하고 예방책을 가르쳐줄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는 의사들이지 한의사나 대체요법사들이 아니다. 그들은 의사들에 비해서 이러쿵저러쿵 더 많은 충고를 해줄지도 모르지만 의사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문진과 진맥 등을 통해 진단하고서 소음인에게 나쁜 음식 목록을 적어주거나 찬 성질의 음식을 피하라는 식의 충고를 건넬지 모르지만 분명한 점은 그 충고를 따른다고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신뢰할만한 근거는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한 아이 엄마가 시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한의원에 다녀왔는데 한의사가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지 말라고 해서 시어머니가 고기를 못 먹이게 한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글을 본 적도 있다. 

김필건 전 한의사협회장은 임기 중에 관상동맥에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만일 그가 젊어서부터 꾸준히 의사에게 검진을 받고 적절한 예방약을 복용했더라면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위험한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검증된 최선의 예방법들에 접근하지 못하게 현혹시키는 행위도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만큼이나 해를 끼칠 수 있다. 예방을 내세우는 가짜 전문가들을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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