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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 잡힌 의사, 제대로 진료할 수 있을까?
멱살 잡힌 의사, 제대로 진료할 수 있을까?
  • 홍완기 기자·남우현 인턴기자(강원대의학전문대학원) angelolived@naver.com
  • 승인 2019.01.2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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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학회 29일 '안전한 진료환경 '주제 신년포럼...폭력 실태조사 전무
보건복지부 "전국 실태조사...경찰 협력·법률 강화·매뉴얼 등 총괄 대책 마련"

보건복지부가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오성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29일 대한환자안전학회가 주최한 '안전한 진료환경' 주제 신년포럼에서 "그간 보건복지부가 많이 소홀히 한 '의료기관 내 폭력' 문제에 대해 반성한다"면서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통해 폭력 원인을 분석하고, 의료계와 함께 인식개선 캠페인과 매뉴얼 구축 등 총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성일 서기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의협신문
오성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 ⓒ의협신문

오 서기관은 "실태조사를 통해 의료인들이 폭행을 당하는 경위와 3년간 발생한 사건들을 대상으로 신고·고소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경찰과의 협력관계, 의료계가 대응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장비 등은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의료법 개정안 논의를 고려해 최대한 빠르게 실태조사를 진행, 총괄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계와 같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구체적인 안전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도 하겠다"고 언급한 오 서기관은 "경찰과의 협력 또한 중요하다. 재정 당국과 협의해 시설 등을 비롯해 실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환자에게는 좀 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또한 강화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준호 한양의대 교수(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협신문
최준호 한양의대 교수(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협신문

'정신건강복지법'개정 1년…치료권 이탈환자 증가

최준호 한양의대 교수(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발제를 통해 정신과 진료 현장에서의 폭력실태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낙인 문제를 짚었다. 정신질환자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 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를 맡고 있는 최 교수는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안 시행으로 자의 입원이 늘어났고, 비자의 입원은 줄었다"고 밝힌 최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진료가 지속해서 이뤄지지 않았고, 보호자가 지속적 케어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치료가 잘되지 않았고, 치료권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정신건강의학과 폭력 실태를 공개했다. 설문조사에는 총 604명이 응답했다. 

ⓒ의협신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 대상 폭력 실태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의협신문

최 교수는 "폭력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90%였다. '의료기관에서 그 정도야', '흔한 일인데'라는 인식과 보복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윤일규 의원 법안은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반복적·조직적인 폭력 사례가 많다. 특히 보호사를 배치한 보호 병동에 비해 외래에서 폭언·협박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 최 교수는 "종합병동의 경우 더 심한 정도의 폭행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폭행의 실상을 밝혔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낙인'과 잘못된 인식개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회적 편견은 주로 매스컴이 만들고 있다. 안타까운 기사들이 많다. 특히, 조현병 포비아들이 굉장히 많다"며 낙인효과를 우려한 최 교수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가해자는 뇌병변장애를 앓았을뿐 정신질환자가 아니었음에도 지금도 그렇게 기억하는 이가 많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최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사회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재활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데 초등학교 앞이라는 이유로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낙인효과가 계속 있는 한 정신과치료는 퇴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견이 계속 쌓이면 환자들이 갈 곳은 결국 교도소"라고 언급한 최 교수는 "인식개선을 통해 환자 치료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의협신문
이형민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의협신문

응답자 55%, 근무 중 생명 위협 느껴

이형민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는 응급실에 근무하는 응급의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응급실 폭력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사후'가 아닌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 97%의 의료인이 폭언을, 63%가 폭행을 경험했다"면서 "응답자의 55%는 근무 중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폭력 사건 신고 후 만족도는 5점 만점에 1.8점으로 상당히 낮았다.

이 교수는 "멱살을 잡거나 얼굴에 침을 뱉는 행동으로는 입건이 안된다. 멱살을 잡힌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해결방안으로 ▲응급실 과밀화 해결 ▲안전요원 확보를 위한 재정 마련 ▲응급실 디자인 변경 등을 제시한 이 교수는 "경찰이 응급실 폭력 가해자와 의료인을 분리하고, 폭력에 대한 조사·보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출동하면 으레 '이 정도 일을 가지고 신고를 하냐'고 한다. 의사들은 최후의 순간에 신고한다.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현재 얼마나 많은 폭력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보고체계가 전혀 없다. 표준화된 보고체계 및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의협신문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의협신문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패널 토의를 통해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안전은 다르지 않다. 하나의 이슈다. 제대로 치료받기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 의료기관 내에서의 폭력은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진료실 안전을 위해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조성 ▲관련 법안의 개정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 ▲청원경찰의 국가 책임하 배치 ▲의료인에 대한 국민 불신·불만 해소 환경 마련 등 5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기관 내 폭행 문제가 최종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국가에서, 병원에서 지켜줘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시될 수 있도록 반드시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해야 한다"며 법안개정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정부가 그동안 의사와 환자 사이 불신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 의료인에 대한 반감이 폭력에 대한 용인 정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지양해 달라"고 주문한 박 대변인은 "의료진에게 특권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데 승객의 안전을 위한 버스 기사의 안전권을 특권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면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환자안전학회는 29일 성균관대학교 히포크라테스홀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주제로 신년포럼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대한환자안전학회는 29일 성균관대학교 히포크라테스홀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주제로 신년포럼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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