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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플라워 병원에 의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리틀플라워 병원에 의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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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본과생 3명의 야심찬 '인도 한센병 프로젝트'
소 다섯마리, 누에·목화 3년치 비용, 의사 3개월치 월급 모으기 나서
인도 리틀플라워 병원은 2000여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살면서 32년동안 환자들이 자급자족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한명도 없다. ⓒ의협신문
인도 리틀플라워 병원은 2000여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살면서 32년동안 환자들이 자급자족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한명도 없다. ⓒ의협신문

의과대학생 3명이 인도의 한센병 환자가 모여 사는 병원에 의사가 없다며, 한센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 구하기에 나섰다.

이 학생들은 소 다섯 마리, 누에·목화 3년 치 값, 의사 3개월 치 월급을 모은다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센병 치료 의사 구하기에 나선 주인공들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희원(본과 2년)·정성혜(본과 2년)·고현석(본과 3년) 학생이다.

이들은 의학 지식을 공부하며 수많은 질병에 대해 배우다가 가장 소외되고 관심을 받지 못하는 질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소록도에서 한센병에 걸린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 봉사활동을 하는 계기가 찾아왔다.

한희원 학생은 "한 할머니의 마비된 손을 주물러 드리면서 그분들이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삶을 듣게 됐고, 이 질병이 더 이상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소외된 질환인 한센병에 대한 관심을 두자는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에 한센병에 대해 더 깊이 공부했고, 한센병 환자의 60%가 인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일명 '인도 한센병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이들 학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인도의 심각한 한센병 실태에 대해 알게 됐고,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인도 한센병 프로젝트를 생각해 낸 것.

"충격을 받아 무작정 인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센병과 관련된 20개 NGO에 이메일을 보낸 결과, 리틀플라워 병원을 알게 됐어요" 프로젝트는 이런 수고스러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왼쪽부터) 한희원 학생, 정성혜 학생, 고현석 학생. ⓒ의협신문
(왼쪽부터) 한희원 학생, 정성혜 학생, 고현석 학생. ⓒ의협신문

학생들은 먼저 'LEPRA'라는 NGO 소개로 2017년 겨울이 이 병원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의사 한 명 없는 병원이 운영되는 것도 신기했고, 환자들이 손수 물건을 만들어 판 비용으로 다른 한센병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사실을 알고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리틀플라워 병원에 대한 첫인상을 한희원 학생은 이렇게 기억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은 좀 더 알차게 준비하기로 했다. 병원의 효과적인 운영에 대해 논문을 작성하고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한 것.

하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학부생 연구지원사업에 지원한 결과 선발돼 지원금을 받는 행운을 얻었고, 리틀플라워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인터뷰와 영상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3명의 학생은 지난해 짧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7월 21일∼7월 28일까지 병원을 직접 방문하고, 9일 동안 리틀플라워 병원의 속사정을 꼼꼼하게 살폈다.

리틀플라워 병원 환자들은 소젖을 짜서 팔고, 누에고치와 목화로 스카프를 만들어 판 돈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의협신문
리틀플라워 병원 환자들은 소젖을 짜서 팔고, 누에고치와 목화로 스카프를 만들어 판 돈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의협신문

두 번의 방문과 계속된 이메일 연락을 통해 리틀플라워 병원 운영진과 많은 교류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희원 학생은 "우리는 이 병원의 가능성에 대해 믿어요. 그리고 세계에서도 가장 소외된 한센병 환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이 병원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라며 인도 한센병 프로젝트 성공을 기대했다.

학생들이 관심을 끌게 된 리틀플라워 병원(Little Flower Hospital)은 인도에서 2000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비하르 지역의 Raxaul 구역에 있다.

이 병원에는 의사가 한 명도 없다. 병원에 의사가 없다고 하면 많은 사람은 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의사가 되어 서로를 도와가며 치료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경험만으로 치료하지만, 그래도 그 어떤 병원보다 한센병 환자들이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한희원 학생은 "이 병원에서 제공하는 것은 치료뿐만이 아니더라고요. 한센병이라는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환자들은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가족에게 버려지고, 살기 위해 직업을 갖고 싶거나 교육을 받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슬펐다"고 안타까워했다.

병원에 의사가 없어 물리치료사와 간호사가 간단한 처치만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신문
병원에 의사가 없어 물리치료사와 간호사가 간단한 처치만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신문

리틀플라워 병원은 환자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장애가 있어도 가질 수 있는 직업을 줘서 돈을 벌게 해준다.

그리고 그 인력으로 만든 스카프를 팔거나, 소젖을 짜서 만든 우유를 팔아 환자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고, 환자의 아이들에게 교육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병원은 가난한, 그리고 사회적 낙인이 찍혀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전인적인 의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학생들은 이것에 주목했다.

"리틀플라워 병원은 자신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한센병 환자들이 운영하는 스카프 공장, 낙농장 등의 여러 사업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32년 동안 이런 성공적인 시스템을 유지해 온 게 신기할 정도예요"

한희원 학생은 리틀플라워 병원이 32년 동안 자립해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리틀플라워 병원에서 환자 치료는 물리치료사와 간호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소 다섯 마리', '누에·목화 3년 치 값', 그리고 '3개월 치 의사 월급'만 있으면 병원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협신문
학생들은 '소 다섯 마리', '누에·목화 3년 치 값', 그리고 '3개월 치 의사 월급'만 있으면 병원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협신문

한센병과 관련된 질환들은 경험적인 치료로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 외의 질환을 치료받기 위해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다.

"리틀플라워 병원은 환자들의 이런 병원비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보니 많은 지출이 병원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한희원 학생은 "만약 리틀플라워 병원에 의사가 생긴다면 다른 병원을 이용하면서 버려지는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학생들은 인도 한센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심 끝에 '소 다섯 마리', '누에·목화 3년 치 값', 그리고 '3개월 치 의사 월급'을 생각해 냈다. 이것만 있으면 최소한 의사 한 명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

인도 한센병 프로젝트의 목표는 리틀플라워 병원이 지속해서 의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환자들이 운영하는 낙농장·스카프 공장 운영으로 나오는 이윤으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서다.

"낙농장과 스카프 공장에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 의사에게 지속해서 월급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예요. 다섯 마리의 소를 지원하고, 3년 치 목화와 누에고치 값을 지원하면 리틀플라워 병원은 의사를 고용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이 현지 사정을 얼마나 잘 살폈는지 엿보인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학생들이 소 다섯 마리가 필요하다고 한 이유는 낙농장에 늙고 병든 소들이 많아서다. 그래서 소 다섯 마리를 선물해준다면 앞으로도 환자들이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누에·목화 3년 치 값은 환자들이 일하는 스카프 공장에는 원자재인 누에고치와 목화를 살 돈이 부족해서다. 제때 원자재를 살 수 있으면 훨씬 싼 값으로 스카프를 만들어 팔고 수익을 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의사 3개월 치 월급이다. 정식 의사 없이 환자들이 드레싱을 해주고 간호사가 치료하는 이 병원에 의사가 고용된다면 환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3개월 치 월급을 준다면, 그 이후의 월급은 그동안 병원에서 소와 누에고치로 만든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3개월 치 의사 월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라며 한희원 학생은 힘줘 말했다.

기부금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짜고 짜내서 '리틀플라워 병원 펀드레이징 홈페이지(https://littleflowerhospital.weebly.com/)'를 만들었다. 이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리틀플라워 병원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펀드레이징을 해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에요. 하지만 이 병원이 정말 대단한 일을 해왔고, 더 많은 지원이 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어요" 학생들의 이런 솔직함이 많은 후원자의 마음을 움직이길 바란다.

더 기특한 것은 학생들이 한 번의 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리틀플라워 병원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기부금을 투자 자원으로 사용해 더 큰 일을 하고자 하는 발상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은 현재 '카카오 같이가치'(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60038)를 통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

학생들은 "기부금으로 의사를 고용하면 리틀플라워 병원은 진정한 의사가 있는 병원이 될 거예요. 그리고 의사의 존재로 인해 더 많은 한센병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리틀플라워 병원의 환자들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에게 리틀플라워 병원은 집을 마련해주고 직업을 마련해주고 있어요. 이런 병원에 더 많은 자원이 있다면 리틀플라워 병원은 환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라는 학생들의 외침이 인도 한센병 프로젝트 성공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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