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딘 유감
딘딘 유감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21 06: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제 뇌 MRI가 보험이 된다면서요?" 

요새 들어서 환자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환자들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보험이 안된다는 설명을 해줘야 하는 의사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질문이다. 

대학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전반적인 건강상담을 하는 것이 업이다 보니, 가끔 머리가 좀 아프다고, 또는 나이가 들어가니 뇌졸중이나 치매가 걱정된다면서 뇌 MRI 한번 찍어보고 싶다고 하는 환자분들을 꽤 만나게 된다. 

얼마 전 까지는 대개 뇌 MRI는 보험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거나, 아니면 "뇌 MRI는 뇌졸중 같은 해당 질환이 없으면 보험이 안됩니다" 정도로만 설명하면 쉽게 수긍하는 편이었고, "꼭 찍어보고 싶으면 비급여로 100만원 이상 나옵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90%이상이 그럼 그냥 두겠다고 했다. 

그런데 작년에 뇌 MRI를 급여화 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이후 보험으로 뇌 MRI를 찍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이 정도 증상가지고는 보험이 안된다고 설명을 하면 일부 환자들은 "보험이 된다고 하던데요?", "그럼 어떻게 하면 보험이 되는데요?"라고 묻기도 하고, 심지어 "보험되는 증상이 있는 것으로 하고 보험으로 찍어주면 안되요?"라고 일종의 보험 사기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이 안되는 환자들에게 안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오롯이 의사의 몫이다.

우연히 래퍼 딘딘이 나오는 인터넷 광고를 보았다. 나에게 딘딘은 가끔 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친숙한 연예인이다. 경쾌한 멜로디에 감임을 잘 맞춘 광고송을 보며 딘딘의 래퍼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알게 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머리 어깨 무릎 발…중 제일 중요한 머리 머리 머리 
문제 있으면 MRI…근데 진짜 문제는 머니 머니 
이렇게 비싼데…하필 건강보험 안될 건 뭐니 
그건 다 지난 얘기 돈은 걱정마 돈은 돈 워리 
이제 뇌MRI가 건강보험되니까 비용은 1/4 ! 
이제는 머리 머리 머리 걱정은 돈워리 워리 워리 
건강보험혜택은 더 높이 더 높이 더 높이" 

https://www.youtube.com/watch?v=pmDuLZQ2OSs 

이건 그냥 머리에 문제가 있으면 뇌 MRI보험되니까 비용 걱정 말고 찍으라는 내용이다. 어떤 경우에 뇌MRI가 보험이 된다든가 하는 조건 같은 것은 광고 내용 어디에도 없다. 일반인과 환자들은 이런 광고를 보면 그냥 뇌 MRI는 보험이 되는 검사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딘딘과 같이 젊고 건강한 모델이 광고를 찍는 것은 그런 내용을 더 은연중에 암시한다. 차라리 임현식씨 같은 중년의 환자 모델이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할 때 뇌 MRI가 건강보험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고였다면 좀 나았을 것이다.

국가의 국민 건강에 대한 역할을 다시 생각해본다. 누구나 지불 능력에 관계없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 의료도 마찬가지이다. 의료에는 필수적인 의료도 있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 가끔 머리 아픈 환자가 스스로 걱정된다고 뇌 MRI를 찍을 의학적인 필요는 전혀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준조세로서 세금과 같이 공공재원을 마련해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나라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우리나라 세대당 월 평균 건강보험료는 달랑 10만 7000원이고, 우리나라 전체 건강보험 재정은 70조이다. 5000만명의 인구를 고려하면 1인당 가용한 의료비는 평균 140만원 정도인 셈이다. 이 돈을 가지고 분만이나 응급의료도 해야 하고, 만성질환 관리도 해야 하고, 암치료나 희귀난치성 질환자도 치료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평균 단가가 50∼100만원은 하는 검사를 머리가 아프면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국민건강보험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다. 나를 포함한 국민들이 세금처럼 보험료를 내서 만들어진 공공재원이다. 국가는 이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정권의 선전 도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만일 미국처럼 각 개인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나라라면, 딘딘 광고 같은 선전이 나올 수 있었을까? 보험 가입자가 내가 낸 돈만큼 보장받는다는 개념이 있다면 말이다.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고 재정적인 능력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보험의 보장율을 높이는 것은 공보험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 뇌 MRI급여화를 통해서 의학적으로 타당한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적은 본인부담으로 적절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이것이 마치 국가가 무언가를 더 해준다는 식으로, 그것도 사실을 호도하는 방식으로 선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딘딘에게는 개인적으로 아무 유감이 없다. 진짜 유감은 불필요한 선전과 광고를 하는 정부에 있다. 국가는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를 선량하게 관리하고, 필수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화이팅 2019-01-24 07:21:45
감사합니다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