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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
[신간]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1.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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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지음/책틈 펴냄/1만 3000원

우리나라 자살률은 5년째 내리막이다. 그러나 아직 자살률 수치에서 OECD 최상위권 불명예는 안고 있다. 몇년 째 유지하던 1위자리는 내줬지만 그마저 우리의 자살률이 급격히 떨어진 연유가 아니라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가 지난해 새롭게 OECD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내준 자리다.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나 정책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회병리에 대한 접근으로는 충분치 않다. 누군가의 상실에, 덧없음에, 잊혀짐에 곁을 내주지 않는 이 사회가 스스로에게 다시 물을 일이다.

공공문화컨텐츠 크리에이터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김도경 작가의 애도에세이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상실의 슬픔을 안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에 천착한다.

첫 질문은 '왜 그 많은 사람은 슬픔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살아가야 할까?', '왜 그들에게 세상은 그저 잊어야한다고 할까?'에서 출발한다.

자살자의 유가족이기도 한 저자의 조금은 다른 애도과정이다.

'세월이 지나면 잊힌다', '잊어야 산다', '죽은 사람은 잊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흔한 애도와 위로의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특히 소중했던 사람을 강제로 잊는다는 건 쉽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잊은 듯해도 어느 날 갑자기 밀려오는 기억과 아픔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금기에 내몰린 자살은 강제적이고 빠른 잊혀짐을 강요받아온 건 아닐까. 이렇게 끝낼 수는 없는데도….

"슬픔에는 끝이 없고, 사랑에도 끝이 없기 때문임을 이제 알았기 때문입니다. 슬픔의 진행 과정은 예측 불가능하죠. 몇 주, 몇 달, 몇 년이 지나든 시간은 무의미합니다. 마치 어제의 일처럼 슬픔이 들이닥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바삐 서둘러, 잊으라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둘러, 잊지 않아도 됩니다."

저자의 시선은 이곳에 머문다. 미처 못다 한 슬픔을 마주하고 비로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의 선물, '모두의 애도'….

할 말을 다 못한 채 숨겨왔던 심정, 억눌렸던 감정을 애써 감추지 않기를 바란다. 이기적 주체였던 자신을 반성하고 새롭게 다짐한다. 혼자만의 애도에서 모두의 애도로 확산하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존엄함을 실행하는 다짐이다. 그렇게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시간의 선물을 건낸다.

인생의 소용돌이를 회피하지 않고 삶을 소중하게 이어온 이야기 마흔 한 편이 책 속에 옮겨졌다.

모두의 애도가 이뤄지기를 원하는 저자의 바람이다.

"극복하는 게 아닙니다. 서둘러, 잊지 않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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