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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했어도 장애와 상당인과 관계없으면 의료진 과실 "없다"

오진했어도 장애와 상당인과 관계없으면 의료진 과실 "없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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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관리 쌍생아 1명 뇌성마비…과실 불인정
서울고법, 손해배상 소송 기각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잘못된 진단과 발생한 장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면,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뇌성마비 상태로 태어난 B아기의 부모가 사전관리를 한 산부인과 의원 의료진과 분만을 진행한 E병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의료진 측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꾸준히 산전관리를 받았음에도 쌍생아 중 1명이 뇌성마비 상태로 태어난 사건에서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다.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11년 8월 24일 F산부인과의원에서 임신 확인을 받았다. 이후 2012년 3월 27일까지 정기적으로 내원해 산전관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2011년 9월 5일 쌍생아를 임신했음을 확인했다. 기간 중 두 태아에 대한 체중도 측정했다(표 참조).

산전관리 중 두 태아에 대한 체중 측정표 ⓒ의협신문
산전관리 중 두 태아에 대한 체중 측정표 ⓒ의협신문

2012년 3월 27일 F의원 의료진은 A씨에게 임신중독증 증상을 발견해 E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했다. 3월 28일 A씨는 E병원 산부인과에 내원해 오후 1시 55분경 분만장에 입원했다.

3월 28일 오후 2시 20분경 태아1의 심박동수가 감소하는 양상이 확인돼 전담간호사에 의한 산소공급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오후 3시 1분경 다시 태아1의 심박동수가 감소해 최저 60회/분까지 떨어진 뒤 회복되지 않았다.

E병원 의료진은 오후 3시 10분, 태아1에 대한 초음파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오후 3시 15분 응급제왕절개술을 결정했고, 오후 3시 40분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수술을 시행했다. 태어난 B아기(태아1)는 현재 뇌성마비, 유아성 연측 등의 상태에 있다.

B아기의 부모는 F산부인과의원과 E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B아기에게 뇌성마비, 유아성 연축 등의 합병증이 발생했다며 8억여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B아기 부모 측은 F산부인과의원에 대해 ▲산전관리기간 동안 두 태아의 체중 차이가 점차 벌어져 2012년 3월 23일에는 체중 차가 33%에 이르렀지만 조기분만 등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2012년 3월 27일 뒤늦게 진료를 의뢰한 점 ▲해당 기간 동안 도플러 검사 등 필요한 산전검사를 하지 않은 점 ▲진료 의뢰 과정에서 태아의 성장불일치 등 이상 상태를 E병원에 알리지 않은 점 등의 과실이 있다고 짚었다.

E병원에 대해서는 태아1에게 이상소견이 발견됐음에도 즉각적인 분만 조치를 하지 않아, 아이의 합병증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태아 간 성장 불일치란, 태아 간 체중 차이가 25% 이상이면서 체중이 더 적은 태아가 자궁 내 발육부전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체중 불일치가 25% 이상인 쌍태아 임신에서는 작은 쌍태아의 주산기 사망률 및 이환율이 높아 불량한 예후를 보이지만, 체중 불일치 자체는 주산기 예후에 대한 도적인 위험인자가 아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의료진 측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산전태아감시가 정상이라면, 태아 간 크기의 불일치만을 이유로 조기분만을 시행할 필요가 없고, 체중 불일치 자체가 주산기 예후의 독립적인 위험인자가 아니다'라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무게를 실었다.

2012년 3월 10일까지 두 태아 간의 체중 차는 25%를 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3월 17일 전후로 체중 변화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초음파 검사 결과는 일정 범위의 오차를 보이는데, 두 태아 기준의 차이가 0.031kg으로, 오차범위에 있다. 3월 23일 처음으로 두 태아의 체중 차가 25%를 초과했다는 사정만으로 주기적인 도플러 검사나 즉각적인 분만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태아 간 성장 불일치가 확인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태아1이 응급 제왕절개술이 필요할 정도의 태아 성장 불일치 증상이 확인되지 않은 점과 ▲산모에게 심한 부종과 고혈압, 단백뇨 등 임신중독증 및 이로 인한 미숙아 출산 가능성 소견이 있었던 점 ▲E병원 내원 당시 태아1의 심장박동이 안정적으로 확인되는 등 급박한 위험이나 이상 징후로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들어 "F산부인과 의료진이 전원 시 정보제공의무 위반 등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병원 의료진의 과실이나 분만·수술이 지연됐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E병원 의료진이 쌍생아 수혈증후군으로 진단했으나, 태아곤란증을 주 진단명으로 해 태아 상태를 관찰한 점 ▲태아 간 성장 불일치 및 태아발육지연 상태에 놓인 태아를 감시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초음파 검사, 제대동맥 도플러 검사 등을 모두 실시한 점 ▲태아곤란증세가 악화되자 지체 없이 응급 제왕절개술을 결정하고, 개시한 점을 들었다.

"비록 쌍생아 수혈증후군으로 잘못 진단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취하지 말아야 할 조치를 취했거나 취해야 할 조치를 안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쌍생아 수혈군으로 잘못 진단한 과실과 발생한 장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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