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이뤄진 비밀녹음은 합법적일까?
수술실에서 이뤄진 비밀녹음은 합법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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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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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변호사
최재천 변호사

[시작]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스마트폰 녹음장치를 켜놓은 환자가 있다. 대장내시경을 받은 환자의 스마트폰에 의료진이나 나눈 대화가 녹음된 사건도 있다.

둘 다 사회적 문제가 됐다. 환자가 의사의 진료 내용이나 설명을 정확히 기억할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켜기도 하지만, 환자의 과격한 주장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진료실에 녹음장치를 설치해 둔 의사도 있다. 의료현장의 직접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최근 법률적으로 제법 의미 깊은 판결이 하나 있다.

[사실]

학교 교무실에서 학생지도 문제로 교사들이 대화를 나누다 A교사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B교사가 이를 몰래 녹음했다. 그러다 발각됐다. A교수가 B교사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던져 깨뜨렸다. A교사는 1심에서 재물손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교사는 B교사를 상대로 불법 비밀녹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

경우는 다르지만, 환자가 의사와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하면 합법일까, 불법일까?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법이 있다. 
비밀녹음을 굳이 처벌하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이 법에 처벌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처벌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처벌규정이 없으니까 합법일까? 그렇지는 않다. 법원은 비밀녹음은 곧 위법이라는 논리를 견지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비밀녹음 또한 허용한다.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라고 선언했다. 따라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예외가 중요하다. 판결을 가치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 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2018년 10월 17일 선고 2018가소1358597).

녹음이 교무실이라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뤄졌고, A교사가 고함을 치자 녹음을 시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설]

이 판결을 의료현장에 적용해 보자. 의사와 환자는 정보의 비대칭 상태다. 마취 상태는 더욱 그러하다. 환자는 의료분쟁 가능성에 대한 정보수집 목적을 주장할 것이다(참고로 대화 당사자 간의 발언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 또는 청취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의사와 환자 자신 간의 대화를 비밀녹음하는 것은 사실상 합법적이다. 환자의 몸을 둘러싼 의료진끼리의 대화녹음 또한 법률가라면 충분히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다.

※ '의사를 위한 의료 십계명'은 최재천 변호사의 지식재산입니다. 일부 또는 전부를 무단으로 이용, 복제, 배포할 경우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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