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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손해배상 소송 휘말린 공보의…결과는?
20억 손해배상 소송 휘말린 공보의…결과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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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수술 후, 회복단계서 뇌손상…대한민국·공보의 상대 손해배상 청구
서울고법 "회복실 인계 이후 경과관찰 의무는 마취의사 아닌 간호사·주치의"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 후 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에 대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경과관찰 주의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발가락 골절 수술을 받고 회복 과정에서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의 가족이 정부와 공중보건의사를 상대로 낸 2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에 무게를 실어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진행한 형사소송에서도 '혐의 없음'의 불기소 판결이 나왔다.

사건은 A씨(11세)가 2015년 3월 19일 큰 석회돌에 왼쪽 발이 깔려 B병원에 내원하면서 시작됐다. C정형외과 전문의는 왼쪽 첫 번째 발가락 근위지골 골절과 족부 열상으로 진단, 발가락뼈를 당겨 붙인 후 핀을 박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 3월 20일 오후 2시 31분경 A씨는 수술실로 이송됐다. D공중보건의사는 오후 2시 45분경 전신마취제인 팬토탈소디움 200mg 및 호흡근이완제 베큐로니움 6mg을 주입했다. 마취 시간 동안 마취유도 및 마취유지에 쓰이는 진통제 울티바 1mg을 생리식염수 100mL에 희석해 10gtt 속도로 투여했으며, 분당 산소 3L, 이산화질소1L, 마취 가스 2.5L를 투여했다.

C정형외과 전문의는 오후 3시부터 50분간 폐쇄정복 및 내부고정술을 시행한 후 퇴실했다. D공보의(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수술이 종료된 오후 3시 50분경 마취 가스 투여와 인공호흡기계 사용을 중단했다. 이후 손으로 인공호흡을 유지하면서 폐 부위를 자극해 A씨를 깨워 자가호흡을 확인했다. 이후 베큐로니움의 작용을 역전시키는 모비눌 1mL와 피리놀 1mL를 투여했다.

D공보의는 오후 4시 5분경 수술실 간호사 E씨에게 X-ray 촬영 등을 위해 회복실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응급실로 인계토록 하면서 '환자의 보호자들이 무통주사를 신청하지 않았으므로 울티바를 폐기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해 달라'고 지시했다.

수술실 간호사 E씨가 이동침대로 이동하는 중에 A씨는 이름을 부르면 대답했으며, 마취에서 깨어 조금씩 움직이기도 했다.

수술실 간호사 E씨는 A환아를 회복실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응급실로 인계하면서 응급실 간호사F씨에게 '울티마를 유지해 달라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마취과에 확인해 보라'고 전했다.

당시 A씨는 혈압 115/88, 맥박수 100, 호흡수 20, 체온 37.2℃로 모두 정상 범주였다. 500mL 수액은 100mL 정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 주입되고 있었으며, 울티바와 수액을 혼합한 용액은 100mL 중 약 절반 이상 남은 상태였다.

응급실 간호사 F씨는 2015년 3월 20일 오후 4시 30분경 A씨에게 청색증이 나타난 것을 발견, 의료진을 호출했다. C정형외과 전문의와 D공보의가 응급실에 도착,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오후 4시 45분경 청색증이 사라지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오후 5시 39분경 혼수상태에 빠지자 K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한편, 의료진이 호출을 받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울티바 혼합액은 전부 주입된 상태였다.

A씨는 현재 저산소성 뇌 손상, 의식 혼미, 사지의 강직성 마비 등으로 인한 와상 상태다. 의식 회복은 어렵고 지속적인 보존 치료를 해야 생명 유지가 가능해 성인 1인의 개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A씨 가족 측은 D공보의가 ▲수술 종료 후 주입을 멈춰야 하는 울티바를 계속 주입했고 ▲호흡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충분히 감독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며 ▲간호사 등을 통해 충분히 상태를 관찰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대한민국과 D공보의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울티바 주입을 이미 수술 종료 무렵에 D씨가 중단했으며, 응급실로 인계될 때까지 울티바 계속 주입을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환자의 상태가 회복실 퇴실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에 응급실로 인계한 조치에 과실이 없다. 어떠한 계기로 응급실에 인계된 후 울티바 주입이 다시 이뤄지게 됐는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D씨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환자 A씨의 활력징후가 회복실 퇴실 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마취에서 깨어났고, 울티바 주입도 중단된 상태에서 응급실로 인계한 이상 D씨의 경과관찰 등 주의의무는 응급실 간호사나 주치의 등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D씨가 그런 주의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 가족은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수술 시작부터 A씨가 수술실을 퇴실할 때까지 D씨의 약물 선택 및 투여, 수술실 퇴실 결정 등에 관해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응급실로 인계된 이후의 경과관찰 의무는 주치의 내지 응급실 의료진이 부담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항소 기각 판결에 대해 환자 측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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