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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의사 설명의무, 모든 의료 대상 아니다" 판결
"의사 설명의무, 모든 의료 대상 아니다" 판결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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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관절 수술 후 뇌경색 사망…서울고법 "설명의무 위반 아냐"
"환자 자기결정권 문제되지 않아...의사 책임 물을 수 없어"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의료진의 '설명의 의무'에 대해 의료과정 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2018년 10월 4일 무릎관절 수술 후 뇌경색이 발생, 사망에 이른 환자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에 이어, 의료진 측의 과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은 H씨가 2011년 11월 11일 양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I병원에 내원하면서 시작됐다. H씨는 고혈압과 당뇨가 있던 환자로, X-ray 검사 결과 양쪽 무릎관절에 심한 퇴행성 관절염과 내반변형(우측 20도, 좌측 10도)이 확인됐다.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양쪽 무릎에 슬관절 전치환술을 받기로 했다.

H씨는 2011년 12월 7일 병원에 입원했다. 8일 오전 9시 15분부터 점심 12시까지 양쪽 무릎에 슬관절 전치환술을 받았다. 수술 시 H씨의 실혈량은 800cc였고, 수혈한 혈액량은 500cc였다. 의료진은 수술 중 오전 9시 40분부터 오전 10시 50분까지 400mL, 오전 10시 50분부터 점심 12시까지 400mL를 수혈했다. 의료진은 점심 12시 20분에 H씨를 병실로 옮겨 좌하지 자가수혈체계를 유지했다. 수술 부위에 헤모박을 장치한 뒤 자가수혈을 시행했다.

H씨는 오후 1시 35분 의식 저하를 보이며 호흡도 거칠어졌다. 13시 36분 의식소실을 보였고, 오후 2시 25분 기면 상태를 지속했다. 의료진은 혈액검사와 뇌 MRI 및 MRA 검사를 시행한 뒤 H씨를 뇌경색으로 진단했다. 동맥 내 혈전용해술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오후 2시 45분 전원을 결정했다. 오후 3시 15분, K병원으로 이송된 H씨는 대퇴부 맥박을 포함해 생체징후가 측정되지 않았다. 헤모박을 통해 나온 출혈량은 1500cc였다. 병원 구급차 내에서의 환자 상태에 대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수술 이후 전원조치 전까지 출혈량에 대한 기재는 없었다.

K병원 의료진은 심폐소생술과 기관 삽관을 시행했다. 순간 자발 순환이 회복되자, 뇌경색 확인을 위해 H씨를 MR실로 옮겼지만, 다시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후 심정지와 자발순환회복이 반복됐다가 저녁 7시 사망했다.

환자 가족 측은 I병원이 ▲수술 중 지혈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수술 후 출혈을 방지하기 위한 압박밴딩을 사용하지 않은 점 ▲과도한 출혈에도 이에 대한 관찰을 소홀히 한 점 ▲수혈과 지혈을 하지 않은 점 ▲자가수혈을 했음에도 그로 인한 부작용인 혈액응고장애가 일어나는지 여부에 관한 검사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H씨가 사망했다며 I병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1심 재판부와 서울고등법원은 모두 환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결정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최근 국내 보고에 의하면 편측 슬관절 치환 수술 당시 출혈량은 대략 300cc 정도로 보고되고 있어, 양측 슬관절 치환 수술 시 800cc 출혈량은 과도한 실혈량으로 보기 어려운 점 ▲H씨는 수술 이후 불과 2시간이 되지 않은 시간 내에 의식 저하를 보이고, 뇌MRI 검사 등 여러 검사를 시행한 후 전원조치했으므로 이후 경과에 대한 H씨의 이상 증상을 처치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활력징후상으로 수술 이후부터 전원조치 직전까지 출혈소견이 보이지 않는 점 ▲헤모박에 출혈량이 1500cc인 것으로 밝혀진 시점은 K병원으로 전원한 이후인 점을 볼 때 의료진이 출혈에 대한 처치를 소홀히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혈액응고장애는 자가수혈량이 환자 혈액 1/2 이상으로 대량의 자가수혈을 시행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그러한 정도의 자가수혈이 없었으므로 자가수혈로 인한 혈액응고가 문제 될 여지가 없다"며 혈액응고장애로 인한 사망 발생을 주장하는 유족 측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고혈압을 앓고 있었던 환자임에도 혈압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혈압성 응급상태란 심한 혈압상승과 표적장기손상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며 "H씨의 경우 수술 이후에서야 고혈압성 응급상태에 해당하는 혈압을 보였고, 이후 표적장기손상 여부 확인을 위한 뇌CT검사를 실시했으며 같은 날 혈압이 안정되었으므로 고혈압성 응급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 촉탁결과를 인용, 공기압 지혈대 사용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디크놀 주사 역시 고혈압 환자에게도 임상의학적으로 절대 금기라고 할 수 없어,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원 지연에 대한 과실과 전원과정에서의 응급조치 미시행, 전원 된 병원 의료진에 대해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과실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과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의사 '설명의 의무'는 의료과정 전반에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도 나왔다.

재판부는 '의사의 설명의 의무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문제 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의 설명의무 위반의 문제가 될 여지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대법원 판례(1995년 4월 25일 선고 94다27151 판결)에 무게를 실었다.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자가수혈 및 공기압지혈대 사용방법,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혈액응고장애, 혈전색전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문제 되지 않는 사항이므로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므로 항소 또한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고 판결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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