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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안전법' 왜 밀렸나, 국회 회의록 살펴보니...
'진료실 안전법' 왜 밀렸나, 국회 회의록 살펴보니...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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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안소위 논의로 되짚어본 '의료법 개정안' 쟁점
정부 "처벌 강화·반의사불벌 삭제·비용 지원" 소극적
ⓒ의협신문
ⓒ의협신문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진료실 폭력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 

키(KEY)는 사실상 국회가 쥐고 있다. 양자 모두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중 의료인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한 차례 다뤘다.

법안소위는 당시 유사한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의료관련 법안을 함께 심사했는데, 응급실 폭행사건에 적용하는 응급의료법만 처리하고, 의료법은 논의만 하다 미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당시 회의록을 바탕으로 의료법 개정안의 쟁점을 돌아봤다. 법안 재심의를 앞두고, 논지를 재정리하자는 취지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모두 10건. 법안심사 당시 이미 발의한 7건의 법률안(기동민·이명수·신상진·김명연·박인숙·김광수·최도자 의원안)과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신동근·김승희·박인숙 의원의 안이 추가로 나와 향후 병합심사가 예상된다. 

이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진료실 폭행 가해자 처벌 강화 △진료실 폭행사건 반의사불벌죄 규정 적용 배제 △의료기관 내 청원경찰 배치 의무화 및 비용 지원 등이다. 

보건복지부, 진료실 폭행 가해자 처벌 강화 시기상조?

#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저희는 응급의료 관련 법에서 먼저 적용을 하고 의료법은 다른 형법이랄지 이런데서 지금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응급의료 시행하는 걸 보고 그 다음에 단계적으로 가야 하지 않나 그런 의견입니다.

# 김순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자유한국당): 그러면 이게 형평성도 안 맞고.... 아니 응급의료기관만 이런 일이 일어나나요? 지금 엄청납니다. 경찰이 와도 이게 제지가 안되는 판이에요. 그런데 이걸 꼭 응급의료기관만 시범적으로 한다, 뭘 시범적으로 해요? 하려면 다 확대해야지. 여기 돈이 듭니까? 이 제도 하는데 돈 안들잖아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 2018년 11월 27일)

당시 의료법 개정안 심사는 같은 내용의 응급의료법의 법안소위 의결을 확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당시 법안소위원들은 응급실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이견없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응급실 폭행사건으로 피해자가 상해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경우 가해자에 최소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중상해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 무조건 징역형 이상의 처벌을 내린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해 현재 공포를 앞두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 심의과정에서의 쟁점은 '가해자 처벌 강화' 기조를 응급실 뿐 아니라 전체 진료실로 확대할 지 여부였다.

신상진·기동민·김광수·김명연·박인숙 의원 안 등 다수 개정안은 응급의료법과 마찬가지로 일반 진료실에서의 의료인 폭행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하자는 안을 담고 있다. 처벌강화를 통해 '의료현장에서의 폭행은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자는 취지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반대의견을 냈다. 응급실과 진료실의 환경이 다른데다, 이미 2016년 한차례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규정을 이미 마련한 만큼, 추가적인 처벌강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섰다.

보건복지부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당시 소위에서 "응급의료 시행하는 걸 보고 그 다음에 단계적으로 가야 하지 않나 그런 의견이다. 의료법 전체로 응급의료법과 같이 확대할지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차례 밝혔다.

의료계는 응급실 뿐 아니라 진료실에서의 폭력 사건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고 임세원 교수 피살사건 이후 내놓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의견서에서 "단순히 폭행 행위자의 처벌을 넘어, 의료기관 내 폭력행위를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엄벌하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라도 개정안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의사불벌죄 규정 삭제, 찬반 의견 팽팽

#박종회 국회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 반의사불벌죄 규정으로 인해 실제 피해자의 의사와 달리 합의가 종용되고 있으며 특히 지방중소병원의 경우 지역 내 평판 실추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어 합의가 불가피한 점이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 피해자간 합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며 피해자에 대한 구제 또한 지연될 수 있고,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등 반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이 부분은 법무부에서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서 피해자 의사가 존중될 필요가 있으므로 반의사불벌죄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환자단체연합에서도 여전히 신중한 검토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복지부에서도 반의사불벌죄를 유지하더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는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므로 현행과 같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 2018년 11월 27일)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두고도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이명수·신상진·김명연·박인숙 의원은 각각의 개정안을 통해 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 규정의 적용을 배제, 가해자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과 관계없이 법에 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가 벌을 면하는 반의사불벌규정으로 인해, 사법당국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양자간 합의에 집중하는 악결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의료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반의사불벌 규정의 삭제를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국회에 "의료인 폭행은 의료인 뿐 아니라 다른 환자의 건강권까지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반의사불벌죄 규정으로 인해 경찰이 양 당사자간 합의 종용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 유지를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반의사불벌죄 폐지시 가해자-피해자간 개인적 분쟁 해결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고 우려했고, 법무부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른 피해자 의사가 존중될 필요가 있으므로 반의사불벌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국회 입법조사관실은 유사입법례로서 운전 중인 타 운전자에게 피해가 미칠 수 있는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에 대해서는 형법의 규정에도 불구,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전인력 배치 비용 부담, 국가가? 병원이?

# 최도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바른미래당): 이 문제를 자꾸 미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안전관리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수 없는 중소병원을 위해서....국가와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 지원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해서 지원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단서를 달아서 하면 어떻겠습니까?

#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안전관리에 대한 재정지원 부분, 특히 폭행 등 안전관리에 대한 지원부분은 의료기관 자체에서 자기들이 원래 해야 할 기능인데 그걸 국가가 혹은 지자체가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조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재정당국하고도 협의가 충분히 되어야 하고, 저희들이 애로사항을 말씀드리면 이를테면 화재안전에 대해서 저희 정부에서 지원하려고 해도 그 재정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 2018년 11월 27일)

청원경찰 등 병원내 안전인력 배치와 비용 부담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재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국회의원들은 의료인 안전인력 배치와 안전시설 설치를 강화하고 그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예산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의료기관 내 청원경찰 배치를 의무화하고, 비상호출 시스템 구축 등 의료기관 안전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자유한국당과의 간담회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의료기관 내 청원경찰 배치 등을 추진하는 한편, 위급상황 발생시 신속한 경찰 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비상호출 시스템 설치, 시설 내에서 흉기 난동 등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비상공간 마련, 일정규모 이상의 의료기관 및 위험도가 높은 진료를 행하는 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금속탐지기 설치 등 안전시설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필요한 재원은 '의료기관 안전관리기금(가칭)'을 신설해 마련하는 대안을 제안했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과 의료기관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별도의 기금을 신설, 의료기관 내 안전시설 구축과 지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국회도 힘을 보내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은 의료계와의 간담회 직후 "의료인 폭행 및 사망사건 근절을 위해 의료법 개정안을 중점추진법안으로 선정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자유한국당은 의료인 폭행사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삭제하며, 의료기관 내 보호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등 각 쟁점사항에 관한 입장도 명확히 밝힌 상태라 향후 이뤄질 재심의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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