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 10
방 안 메말라가는 문고리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기우는 고갯짓에 외래의 풍경을 구겨 넣는다
여느 일대기처럼 후줄근한 기억의 절편만이
이 열쇠 구멍을 가른다
늘 비껴가는 불운이 있듯
허공이라면 얼마든지 메울 수 있다
벗어나지 못할 속때의 습기 엄습한 곳
녹슨 철제만 남긴 채
더는 체열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깥세상이 솔솔 풍겨오는 그 틈새로 나는 코를 가져다 댄다
입맛을 다시는 듯 부르르 떨고 있는 손잡이
적막만큼 어둡지 않지만
오래 슬피 운 숨결이다
가본 적 없는 풍경과 맞닿은 문 밖 고리마저 진단하고 싶다
같은 몸임에도 체온이 다른
우연히 조금 다른 처지가 한 덩이
가슴께, 매달려 있다
공중보건의사/2014년 <시와 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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