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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내 폭행사건 작년에만 893건...하루 2~3건 꼴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 작년에만 893건...하루 2~3건 꼴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0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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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아니다" 불안한 의사들...'임세원법' 재논의 주목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 2009년 3월 경기도. 모 비뇨기과 의원에서 원장인 의사 A씨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A씨는 환자에게 왼쪽 옆구리를 2차례 찔렸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뒀다. 환자는 사건 이전에 주변인들에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을 여러차례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2012년 8월에는 정신과 의사 B씨가 상담 중이던 환자에게 피습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환자는 상담 중 갑자기 의사에게 수차례 칼을 휘둘렀고 B씨는 비장이 파열되고 폐와 대장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 2013년에는 의사 피습사건이 연이어 터져 충격을 줬다. 그해 2월 정신과 의원을 운영하던 C씨가 20년간 진료해 오던 환자가 휘두른 등산용 칼에 복부와 손을 찔려 크게 다쳤고, 같은 해 7월에도 의사 D씨가 진료실 안에서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 일이 있었다. 해당 의사는 환자의 흉기에 배와 허벅지 등을 6차례나 찔렸다.

# 2016년 8월에는 경북 모 병원에서 내과의사 E씨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렸고, 지난 연말에도 전북 모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실 칼부림 난동 사건이 벌어지는 등 흉기가 난무하는 강력사건들이 진료현장 안팎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세밑 진료 중이던 의사가 환자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연일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당장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들의 불안감도 감지된다. 

실상 진료실 의사 폭행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이후 언론에 보도된 의료인 대상 강력범죄만 어림잡아 10여 건에 달하고,  故 임세원 교수를 포함해 환자의 흉기난동에 목숨을 잃은 의사도 최근 10년간 4명에 이른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모두 포함하면,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난다. 2017년 한해 병원에서 의료인 폭행·협박으로 신고·고소가 이뤄진 사례는 모두 893건. 하루 2~3번 꼴로 진료현장에서 의료인에 대한 위해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슈화를 우려해 외부에 알리지 않고 병원이 자체 종결한 사건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의사 폭행 사례는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의사 대상 폭행사건, 왜 자꾸 반복될까? 

의료계는 제도적·법적 보호장치 미비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진료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의사를 보호하거나 가해자를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조치가 없다보니, 사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사건 이후 이른바 '임세원법' 제정을 공론화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응급실' 폭행 가중처벌...진료현장 전반으로 확대해야 

앞서 국회는 지난해말 의료인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심의, 이 중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개정 응급의료법은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 이상의 피해를 입힐 경우,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인을 폭행하고 주변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끼친 폭행 가해자가 소액의 벌금만 납부한 뒤 방면되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 처벌기준을 법으로 규정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다.

구체적인 피해 정도별 처벌수위는 ▲상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 ▲중상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 5년 이상의 유기징역부터 최대 무기징역. 

앞으로 응급실에서 폭행사건을 일으켜 의료인 등에 상해를 입혔다면 가해자는 최소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하고, 피해자가 중상해에 이른 경우부터는 무조건 징역형에 처해진다는 얘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다만 이를 진료현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다수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과정에서, 다수 의원들이 응급실과 일반 진료실의 상황이 다르며, 일반 진료실 폭행사건까지 일괄적으로 가중처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을 제기한 까닭이다.

해당 법안은 현재 복지위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로,  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임세원법'으로 다시 명명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2일  故 임세원 교수 조문 후 "그간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해 온대로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실효적인 장치가 법적, 제도적으로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며 "더 이상 의료진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이 차기 임시국회에서 꼭 개정돼야 한다"며 "국회에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주목받는 임세원법, 무슨 내용 담겨 있나

임세원법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자유한국당 이명수·신상진·김명연·박인숙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내놓은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통칭하는 것이다.

△진료실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주취상태 폭행에 대해서는 처벌감경을 배제하며 △진료실 폭행사건에 있어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폭행 가해자 처벌 강화는 의료인 폭행사건에 대한 죄를 크게 묻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진료현장에서 의료인을 폭행할 경우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 폭행사건을 예방, 근절하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처벌의 수위는 각 개정안별로 조금씩 다르다.

김명연·박인숙 의원 안의 경우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방해 또는 의료인 및 간호조무사·의료기사·환자를 폭행·협박하는 행위를 할 경우 무조건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고, 기동민·김광수 의원의 경우 최소 처벌 규정, 즉 형량 하한제를 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진료실 폭행의 상당수가 가해자 주취상태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주취자 감형 배제를 규정한 법안도 상당수다.

이명수·기동민·김명연 의원안이 그것으로, 의료인 폭행 가해자에 대해서는 주취상태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처벌을 감면하지 못하게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반의사불벌 규정 존속여부도 관심사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폭행을 법으로 금지하되, 반의사불벌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의료계에서는 해당 규정이 사건 처리과정에서 사법당국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양자간 합의에 집중하는 악결과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해 온 바 있다.

이명수·신상진·김명연·박인숙 의원 등은 각각의 개정안을 통해 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 규정의 적용을 배제, 가해자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과 관계없이 법에 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9일 예정에 없던 전체회의를 열어 '강북삼성병원 의사 피살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복지위는 이날 현안보고를 통해 의료인 폭행 방지 및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 대책을 점검하는 한편, 임세원법을 포함한 관련 법·제도 정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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