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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의사 응급수술 맡은 동료의사 "참혹하다고 밖에"
강북삼성병원 의사 응급수술 맡은 동료의사 "참혹하다고 밖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1.0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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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외래진료 시간...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관계자 거의 없어
"응급실 도착 때 이미 심정지"...응급·흉부·외상 등 모두 나섰지만...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환자에게 칼에 찔려 응급실에 들어올 땐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의료진의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12월 31일 오후 5시 45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A교수는 30대 환자 B씨가 갑자기 진료실 문을 잠그고 칼을 휘두르자 위협을 느끼고 진료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A교수는 진료실 문을 벗어나 피신했으나 환자 B씨가 휘두른 칼을 비켜가지 못했다.


사고 직후 응급실로 실려간 A교수는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심폐소생술 및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응급수술을 받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같은 병원 C교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응급실에 A교수가 들어올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C교수는 "당시 A교수는 마지막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었고,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병원관계자나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A교수는 수차례 칼에 찔리면서 심장 주변 대동맥과 폐, 간 등이 심각한 손상을 받았다. 과다한 출혈로 오후 5시 51분경 응급실에 실려올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는 게 병원측 의료진의 공통된 증언이다.


C교수는 "응급의학과·흉부외과·중환자의학 전문의·외상외과 의료진이 총출동해 심정지 상태인 A교수의 가슴을 열어 심장 마사지 등을 실시했다. 과다한 출혈 때문에 긴급하게 수혈도 했으나, 대동맥과 폐, 간 등이 관통할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면서 "끝내 동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환자 보호자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C교수는 "여러 의료진이 모두 수술장에서 힘을 썼지만 소생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보호자들의 원망이 큰 것으로 안다"며 "너무 큰 치명상을 입은 상태라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료실에서의 폭력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C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양식있는 사람들이 의료계를 공격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언제부턴가 의료계가 동네북이 된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현재 숨겨져 있는 정신질환자를 보호하고, 정신질환자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일반인이나 의료진이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얼마전 응급의료법이 개정돼 응급실 폭력에 대한 처벌은 강화했지만, 진료실은 예외"라면서 "무엇보다 의료진에 대한 폭력 및 폭행은 '살인 행위'라는 인식이 모든 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사망한 A교수가 평소 차분하고, 환자를 위해 항상 노력한 의사라고 밝혔다.(A교수가 사망하기 전에 작성한 글 참조)


"환자 B씨는 3년 전 강북삼성병원에서 조울증으로 한 차례 입원했던 경력이 있고, 12월 31일 1년 만에 외래를 방문했다. A교수와 특별한 원한관계도 없다"고 밝힌 병원 관계자는 "A교수는 차분한 성격이고, 환자와 갈등을 일으킬만한 인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에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을 앓고 있던 환자 B씨가 왜 칼을 휘둘러 의사를 사망하게 했는지는 수사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사건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A교수가 사망하기전에 작성한 글
A교수가 사망하기전에 작성한 글(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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