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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질병 해방 '길 위의 삶' 13년
마다가스카르 질병 해방 '길 위의 삶' 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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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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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의료 선교사(외과전문의)

2005년부터 13년동안 마다가스카르 22개 주 중 19개 주를 방문하여 환자들을 만나온 의사, 마다가스카르 의료실정을 몸소 체험하여 배우고 도립병원에서 일하며 어떻게 도울지를 고민해온 의사, 마다가스카르의 미래 리더를 준비하기 위해 초등학교 어린이들부터 돕기 시작한 의사, 그리고 이제 마다가스카르 현지의 오지통합의료 전문의를 키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구상중인 의사.

바로 '길 위의 닥터', 이재훈 의료 선교사(외과전문의)다.

밀알복지재단

젊은 시절 노력을 하면 할수록 어쩐지 가짜 같다는 마음을 거둘 수 없었고, 그러던 어느 날 신에게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다짐했던 이재훈 선교사. 다짐은 실천으로 이어져 아프리카 오지 선교회에 가입, 몇 곳을 추천 받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마다가스카르로 향했다. 

"신이 의사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라고 마다가스카르에 보내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교사로서 교회를 세우는 일과 의사로서 봉사를 하는 일 중 그의 선택은 의사로서의 삶이었다. 13년동안 이재훈 선교사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이동진료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 현지 의료인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해왔다. 

"마다가스카르의 미래를 위해 독보적인 위대한 지도자도 중요하겠지만, 위대한 지도자를 따를 팔로워를 키워야 결국 개혁이나 발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재의 리더를 키우면서 미래의 리더를 준비하겠다는 큰 원칙을 세워두었죠."

미래의 리더를 키우기 위해 가장 먼저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도왔다. 초등학교가 없는 곳에 여러 독지가와 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세웠다. 이 일은 2011년부터 NGO단체인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해오고 있는데, 밀알복지재단은 초등학교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총 5개 사업장에서 1000여 명 아이들을 돕고 있다. 이동진료시 오피스 운영, 정규직원 채용과 이동진료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상당한 부분도 지원한다.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다
늘 의사로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학생 시절 청량리 직업여성들과 빈민 들을 진료했고, 공중보건의 때는 보건소에 오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이동진료사업을 했다. 레지던트와 펠로우를 거치는 동안에도 경기도 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진료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그렇게 어려운 처지의 환자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마다가스카르의 실상은 말 그대로 참혹했다.

집에서 아이를 낳다가 복강 내 농양이 가득 차 있던 환자, 안구 종양으로 20년이 넘도록 눈을 감지 못하던 환자, 암으로 죽어가던 어린 아이들, 자궁이 파열되었는데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이, 이재훈 의사와 동료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하릴없이 죽었을 수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106회의 이동진료사업을 펼치면서 거의 매번 죽음에서 살게 된 사람이 있었고, 오랜 기간 동안 질병을 짊어지고 살다가 벗어난 사람도 있었다.

"거대탈장으로 20년간 허리를 펴지 못하던 남자를 수술해 허리를 펴게 했고, 임신 4개월차에 방광암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고 죽어가던 여인을 수술했던 기억도 납니다. 말라리아로 설사와 구토를 하며 죽어가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몇 명의 아이들은 한국까지 보내 수술하게 했지만 사망한 경우도 있었고요."

길 위에서 죽음과 마주하는 일은 아무리 자주 경험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힘이 되는 것이 바로 동료애와 환자들이다.

"질병의 사슬에서 고통 받던 사람들이 해방되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의료진들에게도 큰 기쁨입니다. 그 기쁨이 바로 우리 팀이 어렵고 힘든 일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죠. 아무 힘도 없지만 자신의 국민들이 치료받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보려고 하는 우리 팀원들과 자원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포기할 수 없는 힘을 얻습니다." 

현재의 리더 키우면서 미래의 리더 준비한다

현지인 의사를 키우는 꿈

밀알복지재단

질병이 있어도 주변에 치료해줄 의료인이 없고 먼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이 되는 환자들도 많지 않은 곳이기에, 환자를 위해 환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진행해왔다. 병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말라리아나 기생충 예방 사업, 구강보건 사업도 진행중이다. 현지인 의사를 키우겠다는 새로운 꿈도 꾸기 시작했다. 이재훈 선교사가 13년 동안 마다가스카르 전역을 돌며 내린 결론은, 이곳에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117개 중 54개 도에 외과의사가 한명도 없다.

"간단한 질환이나 응급수술을 해줄 의사가 없어서 평생 병을 안고 살아가거나 죽고 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가난합니다. 국가 예산 중 보건의료 예산의 80%를 겨우 19개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데 써도 모자랍니다. 국민들과 가장 밀접한 접촉을 하는 1100개의 보건진료소나 2100개의 보건지소 같은 곳에는 겨우 7%의 예산을 쓰고 있죠. 환자 입장에서는 자기 집에서 10Km 이내에 찾아갈 병원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70%고요."

이재훈 선교사는 말라가시 오지통합의료 전문의를 양성해 환자들을 찾아가서 진료해주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외과의가 없는 54개 도 중 한 개의 도를 택해 3년간 3명의 오지통합의료 전문의를 양성하고 도립병원에 이동진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교육을 시행해 그 도에 속한 시, 군에 찾아가 이동진료사업을 하도록 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흔한 외과수술 20가지와 가장 흔한 다른 질환 120개를 3년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훈련받는 동안 동시에 이들이 속한 도에서 각 시군에 현재의 우리 팀과 함께 이동진료를 하며 환자들을 함께 치료하게 됩니다. 3년이 지나면 간호사, 행정요원 등이 함께 구성된 이동진료팀이 완성되는 겁니다." 

이재훈 의사는 이 사업에 대해 알리고 지원받기 위해 2019년 전반적인 리서치를 통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 도에서 3명의 오지통합의료 전문의를 양성, 이들과 이동진료사업을 하면서 효과를 검증하려 한다. 

현재 마다가스카르 54개 도에 오지통합의료 전문의가 배치될 때까지 지속할 계획으로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15년 후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마다가스카르가 가장 접근하기 힘든 지역의 주민들까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 일은 한 사람의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일을 함께 할 동료들입니다. 함께 환자들 보고 말라가시 의료인을 훈련시킬 의료인도 필요하지만 재정을 볼 사람, 기획을 할 사람, 로지스틱 일을 할 사람, 데이터를 정리할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주저 말고 연락주세요."

밀알복지재단

의사는 어두운 곳을 돌아보고 지키는 사람
이재훈 선교사는 환자들이 의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의사는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을 지켜주고자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위험과 고통을 없애기 위해 그 환자들보다 앞에서 싸우는 사람들로, 직업 자체로 보면 기독교적 신념과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돈이 안 되고 힘든 영역을 택하는 이유는 환자들을 지킨다는 자부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부심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요즘의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의사들이 항상 개인의 어두운 면을 돌아보고 지켜주는 사람들이라는 그의 믿음은 견고하다. 의대를 졸업할 때 했던 '어떤 일이 있어도 의사의 지식을 환자에게 해가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내용을 늘 기억하며 환자들의 안녕을 위해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마다가스카르의 슈바이처, 길 위의 정글닥터, 들판에서 수술하는 부시맨 의사··· 13년 동안 묵묵히 한길만 걸어온 이재훈 선교사에게 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치 않을 것 같다. 마다가스카르에서 해온 모든 일들은 혼자였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감사를 전하는 그의 인사로 원고의 마지막을 갈음한다.  

"마다가스카르의 사업에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도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저희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많은 분들 덕분에 혼자 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남양주 사능교회에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교회에서, 그리고 2018년 12월부터 큰은혜교회에서 저희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생활비를 보내 돕고 있습니다.

제가 쓸 수 있는 수술 도구를 몽땅 기증해준 독지가가 있었고, 제가 공부한 고려대학교와 의사로서 훈련을 받은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웰인터네셔날이라과 밀알복지재단에서 지속적으로 큰 도움 주셨습니다. 환자를 보는데 도움을 준 의대 동기들과 실습하러 온 학생들, 봉사단 단원으로 온 청년들도 손을 보탰고 땀을 함께 흘렸습니다.

말라가시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오지를 누비며 거친 잠을 자고 거친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과 헤어져 있는 시간들이 일년의 3분의 1이나 되는데도 사명감을 가지고 함께 했습니다. 결국 마다가스카르에서 해온 모든 일들은 한 사람 한 사람 함께 했던 분들과 이룬 것입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글·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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