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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장관 "환자안전사고 의무 보고·제재" 발표 '역효과'
박능후 장관 "환자안전사고 의무 보고·제재" 발표 '역효과'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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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자율보고시스템 겨우 자리 잡았는 데...보고 기피 분위기 조성" 비판
'자율·비밀보장' 통한 의료사고 재발 방지 취지 어디로?…우려 목소리 잇따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청와대 온라인 방송을 통해, 분만사고 관련 청원에 대한 답변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청와대 온라인 방송을 통해, 분만사고 관련 청원에 대한 답변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방송에서 의료 오류에 대한 보고의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안전법 제정 취지를 무색게 하고, 이제 막 자리 잡아가고 있는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체계를 기피하는 분위기만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안전법 제정 당시부터 의료계는 환자안전사고를 자율보고로 해야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의무 보고'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환자안전법의 민감 사안인 의무 보고 방안을 거론하며 환자단체의 입장에 무게를 싣고 나서자 의료계는 난색을 표했다.

분만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아내의 남편이자, 사망한 아이의 아버지는
분만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아내의 남편이자, 사망한 아이의 아버지는 "너무 억울해서 미치겠다"며 10월 18일 국민청원에 글을 남겼다. 참여 인원은 21만 4952명으로, 11월 17일 마감됐다. 답변을 듣기 위한 최소 인원을 넘겼다. ⓒ의협신문

10월 18일 분만사고로 아내는 뇌사상태에, 아이는 2일 만에 사망했다며 도와달라는 국민청원 글이 등록됐다. 청원 참여 인원은 21만 4952명으로, 11월 17일 마감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와대 온라인 방송을 통한 답변에서 "자율보고 시스템 대신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며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제재 방안 같은 규정을 법제화한다면 더욱 체계적인 환자안전관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법 제정 후 의료사고에 대한 자율보고가 이뤄지면서 의료사고 보고는 2016년 563건, 작년 4천427건, 올해 8천361건으로 집계됐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7∼8배 정도의 증가율이다.

환자안전법은 2016년 7월 시행됐다. 의료진들은 의료사고 등 오류에 대해 자율보고하고, 이를 공유·학습함으로써, 비슷한 환자안전 사고 내용을 예방한다는 취지다.

환자안전법의 취지는 특정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자발적 공유에 의한 '재발 방지'다. '자율'과 '비밀보장'은 의료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재발 방지를 이끌기 위한 핵심키워드였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사고에 대해 '신고 의무화'를 할 경우 진료를 위축시키고, 적절한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특정 병원·진료과·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오해를 받거나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18일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박능후 장관이 환자-의사 간 정보 비대칭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사실상 의사의 과실을 전제를 둔 것이다. 이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분만 현장의 시설이나 장비, 인력은 물론 응급상황 등 산부인과가 처한 현실은 외면한 채 환자의 입장에서만 대변했다. 의사는 국민도 아니냐"고 공분했다.

김 이사는 "자율보고가 늘어난 것은 처벌 완화에 대한 규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보고를 의무화 하고, 처벌을 강화하면 오히려 더 숨기기 마련이다. 오히려 환자안전법의 자율보고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신고를 의무화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도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며 강력 반발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현 제도에서 법 개정은 의료기관 및 보건 의료인과 환자(보호자) 간 불신을 초래하고, 갈등을 유발하며, 의료분쟁을 더 야기할 소지가 크다"며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의무보고로 인해 의료기관의 실명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환자안전사고 재발 방지와 예방이라는 환자안전법 제정 취지와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행 7개월째에 접어들었던 2017년 2월 27일, <span class='searchWord'>환자안전</span>법의 활성화를 위한 포럼이 27일 열렸다. ⓒ의협신문
시행 7개월째에 접어들었던 2017년 2월 27일, 환자안전법의 활성화를 위한 포럼이 27일 열렸다. ⓒ의협신문

의료계는 환자안전 보고를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자율보고 원칙'을 강조해 왔다.

이상일 대한환자안전학회 부회장(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은 2017년 2월 27일 '제1회 환자안전 포럼'에서 ""일반적으로 환자안전 보고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경미한 사안의 자율보고, 비밀보장, 처벌이나 문책 금지다. 국감 지적과 같은 (의무보고)방식은 환자안전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안전법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중대사건 보고의 의무화, 솔직하게 말한 것에 대한 법적 보호, 환자안전 사고를 겪은 의료진 등 제2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상일 부회장은 "특히 사고를 보고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질책과 비난은 보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발생시켜 의료기관의 은폐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안전 보고가 잘 이뤄지고 있는 외국의 사례도 들었다.

"2005년 미국은 의료기관 내부 활동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연방법을 제정했다. 환자안전 사건에 대한 원인분석이 이뤄져도 이를 대외적인 법적 증거자료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있다"며 "영국처럼 대대적인 보고가 이뤄지려면 의료기관 내부에서 이뤄지는 자발적인 보고체계 및 원인분석, 개선 활동에 대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자안전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자율보고'라는 핵심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종혁 대변인은 "의무보고 등을 통해 제제를 강화하는 것이 환자안전을 위해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중증환자에 대한 기피 및 사고 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우려했다.

박 대변인은 "선진국 등의 사례를 볼 때도, 일반적으로 자율규제 시 환자안전 보고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답변을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7∼8배 정도의 자율보고 증가율을 언급했다. 이제 겨우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시스템에 굳이 규제의 칼날을 들어, 악영향을 미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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