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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리베이트' 관련 처분규칙, 엇갈린 두 의사의 운명
개정된 '리베이트' 관련 처분규칙, 엇갈린 두 의사의 운명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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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 취소 판결 "처분 당시 생긴 새로운 규범 상태 적용해야"
처분 정당 판결 "제재적 행정처분 기준, 법적 효력이 없다"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위반·처분 시기에 개정된 리베이트 관련 행정 처분 규칙을 근거로 보건복지부의 '의사 면허 정지 처분'에 대한 재량권 남용 여부를 다툰 두 개의 사건에서 재판부의 판결이 갈렸다.

경북지역에서 정형외과를 개설하고 있는 A의사는 2017년 5월 2일, 2012년 9월경부터 2012년 12월경 사이에 Y 제약회사로부터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300만 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9조, 제23조의2 제1항에 근거해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부산지역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B 의사는 2017년 1월 12일 부산지방법원에서 2011년 1월경부터 2014년 6월경까지 P 제약회사로부터 26회에 걸쳐 의약품 채택·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된 1375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교부받아,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8월 3일 B의사에게 2011년 9월경부터 2014년 6월경까지의 수수행위에 관해 2017년 12월 1일부터 2018년 3월 31일까지, 4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했다.

두 의사 모두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했다. 두 사건은 모두 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 규칙이 개정된 시기와 위반 혹은 처분 시기가 걸쳐져 있었다.

법원은 A 의사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취소했고, B 의사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 의사의 사건에서, 재판부는 처분 당시 생긴 새로운 규범 상태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처분을 받은 당시 '경제적 이익의 수수액이 300만 원 미만에 대해 경고 처분이 적정하다'는 규범이 생긴 것. 2차 위반을 해도 자격정지 1개월에 그치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 이르러, 수수액을 120만 원으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이 개정된 것은 그동안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취지"라며 "전반적으로 행정처분 기준을 상향하는 한편, 종전에 수수액이 경미한 경우에도 자격정지 2개월이라는 일률적이고 과도한 처분을 기준으로 삼았던 것을 개선해 처분의 경중을 보다 합리적으로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당초 복지부가 재량권 행사의 기초 사실로 고려했던 수수액 300만 원은 변경된 처분 사유의 수수액 120만 원의 2.5배 금액"이라며 "재량권 행사 기초가 되는 사실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오인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면서 취소판결을 내렸다.

반면, B 의사는 복지부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그대로 받게 됐다.

구 의료법 제23조의2를 위반해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은 경우, 행정처분 기준에 대해 구 행정처분 규칙은 해당 의료인에게 선고된 벌금형의 다과에 따라 자격 정지 기간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2013년 3월 29일 개정돼 2013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현 행정처분 규칙은 해당 의료인이 취득한 경제적 이익의 다과에 따라 자격 정지 기간을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B 의사 측은 수수행위는 규칙 개정 전후에 걸쳐있어, 2011년 9월경부터 2013년 3월경까지의 수수행위에 대해서는 벌금액에 따라, 2013년 4월경부터 2014년 6월경까지의 수수행위에 대해서는 수수금액에 따라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에도 각 2개월씩 4개월의 정지 처분이 내려져야 하지만 현 행정처분규칙 제4조[별표] 1 가. 2)에 따르면 동시에 둘 이상의 위반사항이 있고, 각각에 대한 처분기준이 면허 자격정지인 때에는 더 중한 처분기준에 나머지 처분기준의 2분의 1을 합산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각 2개월을 받은 처분 중 더 중한 한쪽(2개월)과 나머지 처분의 2분의 1을 합산하면 선고된 4개월이 아닌 3개월이 나오게 된다며 복지부가 평등원칙, 자기구속의 원칙, 비례원칙 등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그 의무를 위반해 행정적 제재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해온 경우, 그 여러 차례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한 개의 제대 대상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2008년 9월 25일 선고, 2007두3756판결)을 들었다.

"B 의사가 P 제약회사로부터 경제적 이익 등을 받고자 2011년 1월경부터 2014년 6월경까지 26회에 걸쳐 1375만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것은 동일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절되지 않고 계속 실행돼 온 것으로, 전체적으로 한 개의 제재대상 행위를 이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재적 행정처분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돼 있더라도 그것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며 "제재적 행정처분이 처분 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춰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반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법 위반행위는 엄격히 규제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크다"며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은 의약품의 선택이 환자에 대한 치료 적합성보다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좌우되게 하고, 환자의 약값 부담의 증가·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한 요인이 되며, 리베이트로 인해 신약 등의 연구개발에 사용할 가용 자원이 감소해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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