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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가 말하는 '제주녹지병원'…"신자유주의 신분제 사회 만들 것"
역사학자가 말하는 '제주녹지병원'…"신자유주의 신분제 사회 만들 것"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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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박사 '의료 민영화 11단계 미래도' 예측
"지금 철회 못하면, 서민들 지옥서 말년 보낼 것"
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제주녹지병원 설립 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 역사학자가 제주녹지병원 설립허가가 '신자유주의 신분제 사회'를 만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의 진료를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은 '조건부 개설'이라도 영리병원의 시초가 될 것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 환자까지 진료하겠다"며 제주도와 대치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우용 박사가 SNS에 '영리병원 11단계 미래도'를 게재해 눈길을 끈다.

전우용 박사는 SNS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일침과 돌직구로 유명세를 탄 역사학자다. 현재 45만 6천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출처=전우용 트위터) ⓒ의협신문
(출처=전우용 트위터) ⓒ의협신문

전우용 박사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설립'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설립허가가 전국적 의료 민영화의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어리석은 것이고, 알면서 저질렀다면 교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의료사'를 연구하면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던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본 바 있다"고 밝히며 "관련 시나리오의 개략적인 윤곽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우용 박사가 예측한 '의료 민영화 11단계 미래도'
*본 내용은 의협신문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1. 의료관광 활성화, 의료산업 선진화 등을 명분 삼아 외국인 전용 병원, 외국 병원 분원, 합작병원 등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병원을 설립한다.

2. 특수병원이 내국인 환자를 받지 않는 건 위헌, 위법이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

3. 특수병원만 이용하는 의료소비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강제 징수 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을 제기하여 승소한다.

4. 건강보험 의무가입제가 폐지되면 보험료 고액 납부자들이 먼저 이탈하여 민영보험으로 이동한다. 민영 보험사들은 그들에게 건강보험료보다 더 싼 비용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5. 메이저 병원들은 민영 보험회사들과 특약을 체결하여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최고 수준의 의료인들로 '민영 보험 환자 진료 전담팀'을 구성한다. 동시에 의료서비스의 질을 '조절'하여 암암리에 건강보험 환자들을 배척한다.

6. 보험료 고액 납부자가 이탈함에 따라 재정상태가 나빠진 건강보험은 보장범위를 축소한다.

7. 건강보험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면, 중산층도 이탈하여 서민과 영세민만 가입하는 보험이 된다.

8. 민영 보험사와 특약을 체결한 메이저 병원들은 비싼 진료비를 받으면서 유능한 의료 인력을 싹쓸이한다. 그럴수록 특급 병원과 특약을 체결한 민영 보험 가입자는 늘어난다.

9. 낙후한 설비와 상대적으로 수준 낮은 의료 인력을 갖춘 공공 의료기관은 '국영 건강보험 전담 빈민 치료소'로 전락한다.

10. 민영 보험사와 병원 사이의 결탁 관계가 공고화하여 특정 보험사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특정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11. '이용할 수 있는 병원 리스트'에 따라 신분이 나뉘는 '신자유주의 신분제 사회'가 완성된다.

전우용 박사는 "원희룡 지사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이후에 벌어질 사태는 그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며 "지금 철회시키지 못하면, 절대다수 서민들이 말년을 지옥에서 보내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진단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의료체계 근간을 흔드는 참변이 발생했다며 녹지병원 설립 허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제주녹지병원 측에서도 '조건부 개설'이라는 제주도 발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녹지병원은 조건부 허가 발표 당일 "내국인 진료 제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문에서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응 가능성 검토 중"이라고 밝혀 법정 다툼까지 예측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녹지병원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은 1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금지조건 제한을 뒀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외국 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금지 조항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반적 영리병원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 제주특별법 비롯한 경제자유구역법에서 외국인 환자에 한해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법을 고치는 것에 대해서는 소관부서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지만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 역사학자까지 입을 모아 비판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회와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제주녹지병원 개설'이 대한민국 의료계에 어떤 파급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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