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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FDA 인정한 유방종양 '맘모톰' 수술 불법?
[집중취재]FDA 인정한 유방종양 '맘모톰' 수술 불법?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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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모톰 활용한 검사·수술법 10년 전 도입...고통·흉터 최소화
영국 NICE "안전·효율 증거 충분"…외국 전문가협의체도 추천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진공흡인 유방생검장치(맘모톰) 수술의 신의료기술 인증이 불투명해지면서 '유방 병변(종양)'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고, 흉터가 많이 남는 외과적 수술로만 치료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유방 병변은 유방검진을 통해 발견한다. 암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추적관찰만 해도 되지만 유방에 뭔가 있다는 사실로 인해 환자가 불안감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 병변 절제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 조직의 바늘 조직 검사법으로 널리 이용되는 자동총 생검법은 14게이지 바늘을 주로 사용한다. 맘모톰은 이보다 굵은 8∼11 게이지 바늘을 이용해 채취하므로 조직의 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섬유선종과 같은 양성 종양 제거 시 전통적인 외과수술을 대체하고 있다.

맘모톰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흉터'다. 수술에 비해 환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적고,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평균 100만 원 안팎이다. 유방외과계는 "10년 넘게 흉터 없이 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 유방암 조기발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진공흡인 유방생검장치(맘모톰) (출처=한국유방암학회) ⓒ의협신문
진공흡인 유방생검장치(맘모톰) ⓒ의협신문

하지만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유방 병변 절제'는 직접 칼을 대고 외과적 수술을 할 경우에만 급여된다. 맘모톰 수술은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임의 비급여' 상태다.

유방외과의사들은 이런 모호성을 해결하고자 맘모톰 수술의 '신의료기술 인증'을 진행했다.

맘모톰 수술은 2년 전(2016년) 신의료기술 인증에 한 번 실패했다. 최근 재평가를 신청했지만 이번에도 인증은 불투명한 상태. 이로써 맘모톰 수술은 사실상 불법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임의 비급여'로 잔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유방암학회 ⓒ의협신문
한국유방암학회 ⓒ의협신문

한국유방암학회는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양성병변 절제술은 중대한 합병증이 거의 없어 안전하고,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은 수술방법"이라고 밝혔다.

유방암학회는 2017년 3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맘모톰 신의료기술 평가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를 보면 맘모톰 진공보조절제술에서 병변이 완전히 절제되지 않고, 일부 잔존하게 될 가능성은 1.2∼34.8%다. 의사의 수술 경험이나 사용하는 탐침의 게이지 등에 따라 잔존 종양률에 차이를 보인다.

유방암학회는 "적절한 크기의 병변을 대상으로, 수술 경험이 충분한 외과의사가 굵은 8게이지 탐침을 사용해 수술하면 잔존 종양률은 5%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진공보조절제술 연구문헌 중, 완전 절제율을 보인 경우는 ▲수술 후 잔류 마취제와 혈종 및 공기를 모두 배출한 다음 다시 초음파 검사를 시행, 추가 절제를 하거나 ▲8게이지의 굵은 탐침을 사용해 병소를 광범위하게 절제했을 때다.

외국 연구 논문 중에는 진공보조절제술과 기존 외과적 수술 결과를 일정 기간 동안 비교·분석한 것도 있다.

<Journal of Surgical Oncology>(SCIE)에 실린 'Ultrasonographically guided vacuum-assisted excision for multiple breast masses: non-randomized comparison with conventional open excision' 연구는 2004년 1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약 20개월 간 9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62명은 초음파 유도 진공보조절제술을, 36명은 외과적 수술로 절제한 결과를 분석했다.

저자들은 "두 군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면서 "환자 만족도는 진공보조절제군에서 더 높았다"고 밝혔다.  97%의 환자가 진공보조절제술을 다른 여성에게도 권했다는 조사결과도 실었다.

유방암학회는 "진공보조절제술은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수술"이라며 해외 기관의 입장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은 '영상학적 이상의 완전 절제'를 맘모톰의 사용 적응증으로 인정했다.

영국 보건성(MHRA) 국립보건임상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 NICE)는 "환자 동의, 감사 및 임상적 감독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영상유도하의 진공보조 유방 양성 병변 절제술의 사용에 관한 안전과 효율성에 대한 현재까지의 증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Americal Society of Breast Surgeons'을 비롯한 국제적인 전문가협의체에서도 "진공보조절제술은 증상이 있는 양성병변을 완전 절제하는 데 있어 적절한 방법"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진공보조 절제술의 무분별한 적용 문제에 대해 유방암학회는 "완전 절제가 된 경우에만 절제술 코드로 인정하면 된다"면서 "완전 절제가 되지 않은 것은 생검으로 적용하고, 절제술을 적용해 청구한 경우는 절제술 급여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의협신문
'여성 유방에 흉터를 남기지 않게 해 주세요' 국민청원은 현재(2018년 12월 12일 기준) 4천70명이 참여했다. 2019년 1월 7일 마감된다. ⓒ의협신문

유방 외과계 의사들은 "여성 유방에 흉터 남기지 않게 해 달라"며 지난 8일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이들은 "맘모톰 수술이 사라지면 유방종양이 생겼을 때 무조건 피부절개를 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민과 정부에 호소했다.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진공흡인 유방생검장치 수술과 관련한 많은 논문과 안전성 검증자료를 내놨지만, 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전향적 연구결과를 내놓으라고 한다"고 턱이 높은 규제 문제를 짚었다.

신의료기술에 대한 너무 엄격한 규제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9일 "규제혁신이 쉽지 않은 분야지만 의료기기 산업에서 규제혁신을 이뤄내면 다른 분야 규제혁신도 활기를 띨 것"이라며 "의료기기 산업에서의 규제완화를 우선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세라 총무이사는 "진공보조절제술은 현재 500여 병·의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1곳 당 하루에 1∼2건만 수술을 진행한다 해도 하루 평균 1000∼2000건 이상 시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미 개원가에서 활성화·대중화됐다는 의미다.

'안정성·효과성'에 대한 입증 의무를 유방외과의사들에게만 맡기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환자들이 진공보조절제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세라 총무이사는 "이의신청제도를 비롯해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제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반영해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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