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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고통·상처주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바꿔야
환자에게 고통·상처주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바꿔야
  •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서울 강서구·바로척척의원) desk@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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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흡인유방생검' 20년 전 도입...최소 절개 치료방법 널리 사용
검사 아닌 치료 땐 '신의료기술평가' 받아야...2년 전 신청했지만 반려
이세라 의협 총무이사(서울 강서구·바로척척의원)
이세라 의협 총무이사(서울 강서구·바로척척의원)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은 2007년 4월 공포됐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는 신의료기술평가의 목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54조에 따른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이하 신의료기술평가)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 법의 목적은 건강보험의 급여 혹은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더 큰 목적이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채택하고 있고,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급여로 규정된 것만 의료행위로 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많은 의료행위들은 반드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하며, 몇가지 단계를 거친 후 건강보험 급여 혹은 비급여로 승인을 받은 뒤에야 합법적인 의료행위가 된다.

정부는 의료행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신의료기술평가본부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의료행위나 의료기술을 평가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방법을 제공하고, 이것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료·의사·의료기관 주위에는 수많은 시어머니들이 있다.

진공흡인유방생검. ⓒ의협신문
진공흡인유방생검. ⓒ의협신문

대표적인 사례로 여성의 유방암이나 유방 종양(종괴)를 검사하고 치료하는 '진공흡인유방생검(맘모톰)'을 들 수 있다. 이 시술법은 이미 오래전 전세계에 보급됐다. 국내에는 20년 전에 도입해 많은 의료기관에서 시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맘모톰으로 유방의 양성종양을 제거하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진료 현장에서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진공흡인유방생검을 이용한 치료법은 중재적 시술에 해당한다. 신의료기술평가 심의기준에 의하면 중재적 시술에 대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는 경우로 ▲의학교과서 및 가이드라인에서 안전성·유효성이 확립된 기술이지만,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목록에 별도 행위로 분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새로운 의료기술 ▲사용대상이 변경된 경우 ▲사용목적이 변경된 경우 ▲사용방법이 변경된 경우 등을 명기하고 있다. 진공흡입유방생검은 '사용목적이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다. 

사실 이 기술은 2016년 10월 20일 검사가 아닌 치료목적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한 적이 있다. 2016년 12월 23일 열린 제12차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심의에서는 불완전 절제율이 높고,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기기술'로 분류했다.

'조기기술'로 분류하면 임상에서 유방양성종양 절제 목적으로 진공흡입유방생검을 사용할 수 없으며, 오로지 조직검사에만 사용할 수 있다.

유방의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피부를 절개해야 한다. 

하지만 진공흡인유방생검을 이용하면 피부를 절개하지 않거나 최소 절개해  흉터를 최소화하고,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소 절개 치료방법으로 전세계적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에 명시한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라는 목적과는 달리 진공흡인유방생검을 최소절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

최소절개 치료법이 있음에도 전통적인 피부절개를 하도록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은 환자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고, 국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할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는 최선을 다할 의무를 박탈하고 있다. 

진공흡인유방생검을 이용한 최소 절개 치료법은 2018년 4월 4일 신의료기술 평가인증을 다시 신청한 상태다.

12월 8일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여성 유방에 흉터를 남기지 않게 해 주세요)은 11일 현재 3,315명이 참여했다. 이 국민청원은 2019년 1월 7일까지 진행한다. ⓒ의협신문
12월 8일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여성 유방에 흉터를 남기지 않게 해 주세요)은 11일 현재 3,315명이 참여했다. 이 국민청원은 2019년 1월 7일까지 진행한다. ⓒ의협신문

현재 신의료기술평가본부 홈페이지를 보면 2017년 9월 30일까지 결론을 내야 할 '자가 혈소판 풍부혈장 치료술'에 대해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한국보건의료기술연구원은 2014년 제한적 의료기술 제도 시행 후 첫 선정된 심근경색에서의 자가 말초혈액 줄기세포 치료술과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술의 기술의 경우 실시기관에서 최종보고서를 작성 중이며, 앞으로 신의료기술 평가시 근거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가 어렵고,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 또한 매우 어렵다는 점을 반증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료기술의 발전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나치게 외국자료에 의존해 평가하는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외과수술 기법이 아닌 새로운 외과술기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이의신청제도를 비롯해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전반을 재검토 해야 한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반영해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재정비할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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