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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원외탕전실 인증기관 발표...의료계 '촉각'
말 많은 원외탕전실 인증기관 발표...의료계 '촉각'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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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한약사, "한약·약침 '조제' 아닌 '불법 대량 제조'" 우려
원료만 중금속 검사·멸균관리…안전성·유효성 검증은 여전히 숙제

보건복지부가 오는 6일 원외탕전실 인증기관을 최초로 지정해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받지 않은 약침용 약물과 주사제 대량 제조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료계와 한약사들의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을 받지 않은 약침용 약물을 신체에 직접 주사하는 한방 약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전성·유효성 검증 없이 원내 및 원외 탕전실에서 대량 제조ㆍ유통하고 있는 한방 약침액의 위법성 문제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든 한의원 및 한방병원은 중금속, 잔류농약 검사를 비롯해 품질관리기준에 맞는 규격품 한약재만을 사용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하지만 원외탕전실에서  제조해 유통하고 있는 약침용 약물의 경우 제대로 법규를 준수하는지 의문을 키우고 있다. 특히 약침용 약물의 안전성ㆍ유효성과 한약재의 성분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와 한약사들은 보건복지부의 원외탕전실 인증제 시행을 경계하고 있다.

한약사들은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를 통해 겉으로는 원외탕전실의 관리·감독 강화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원외탕전실에서 불법 주사제를 제조하는 행위를 인정하려는 것"이라며 원외탕전실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와 한약사를 비롯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부터 한약 조제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며 원외탕전실 시설ㆍ운영ㆍ조제 과정 전반을 평가하고, 인증을 부여하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를 도입, 오는 6일 인증기관을 지정키로 했다.

원외탕전실이란 의료기관 외부에 별도로 설치,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탕약·환제·고제 등의 한약을 전문적으로 조제하는 시설. 전국적으로 98곳이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일반 한약조제 92곳, 약침조제 15곳, 약침과 일반 한약 모두 조제 9곳).

이번에 도입되는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탕전시설 및 운영뿐 아니라, 원료 입고부터 보관·조제·포장·배송까지의 전반적인 조제 과정을 평가하는 제도. '일반한약 조제 원외탕전실'과 '약침 조제 원외탕전실'로 구분해 적용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반 한약' 인증은 중금속, 잔류농약검사 등 안전성 검사를 마친 규격품 한약재를 사용하는지를 포함해 K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와 HACCP(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 인증기관) 기준을 반영한 139개 기준항목(정규 81개, 권장 58개)에 의해 평가된다.

'약침' 인증은 청정구역 설정 및 환경관리, 멸균 처리공정 등 KGMP에 준하는 항목 등 218개 기준항목(정규 165개, 권장 53개)에 의해 평가된다.

보건복지부는 원외탕전실 인증제 시행으로 원외탕전실의 시설뿐만 아니라 조제 전 과정의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한약 원료 중금속 검사 및 멸균 관리 등을 통해 원외탕전실에서 만드는 한약 및 약침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홍보할 수 있지만 임상적 안전성·유효성 검증과는 무관하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보건복지부가 '예비조제'라는 이름으로 특정 환자를 고려하지 않고 미리 대량 조제하도록 예외 를 둔 것도 지속해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리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해 대량 생산하는 것은 한의사의 직접조제가 아닌 약사법상 제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KGMP 기준에 맞게 원외탕전실을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지만, 원외탕전실에서 대량으로 만든 한약과 약침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과 같은 허가를 받고 제조한 것이 아니어서 법률 위반과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한약 및 약침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환자에게 사용하는 한약과 약침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고,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대량으로 제조하는 것은 불법으로 한약과 약침을 제조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한약사들도 무자격자에 의한 대량 제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약사들은 "하루에도 수백 건이 넘는 한약과 약침이 조제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전문가인 한약사가 아닌 무자격자들이 불법으로 제조를 하도록 한 것"이라며 "원외탕전실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원외탕전실에서 만든 한약 및 약침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외탕전실에서는 한약 등을 조제만 해야 하는데, 실제로 경옥고·공진단·약침 등을 한방의료기관에서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외탕전실에서는 '조제'만 이뤄지는 것이고, '제조'는 아니다"는 답변을 내놔 대량으로 미리 만드는 한약 및 약침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원외탕전실 1차 인증기관 지정 신청은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98곳보다 적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또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는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인증마크를 받지 않은 원외탕전실도 기존처럼 한약 및 약침을 조제할 수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경에 2차 인증기관 지정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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