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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나머지 인터넷 사이트에 환자 관련 정보를 올렸다. 책임은?
억울한 나머지 인터넷 사이트에 환자 관련 정보를 올렸다. 책임은?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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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비밀보호·신뢰관계·인격 등 '사망'도 보호

 

최재천변호사
최재천변호사

[시작]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자신의 억울함과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이런 표현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의 존엄을 획득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한다. 의료사고라는 이름으로 항의가 들어오고, 진정이 시작되고, 때론 시위까지 벌어진다.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연락이 날아들고, 경찰에서는 출석해달라는 전화가 울려오고, 그러다 갑자기 수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장이 날아든다. 의료인이라면 결코, 멀지 않는 현실.
 
[사실]

그래서 더 이상 참기 어려워한 어느 의사가 국내 의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모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의료계 해명자료'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의료진과 유가족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더불어 참고자료로 '수술내용, 수술 및 마취 동의서, 수술 부위 장기 사진과 간호일지, 환자의 과거 수술력,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입 수술을 한 사실,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했다. 
 
[쟁점]

구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은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했다. 같은 법 제88조는 제19조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쟁점은 '다른 사람'에 대한 해석론이다. '다른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죽은 사람까지도 포함하는지다. 검찰은 사망한 사람, 그러니까 이미 의료사고로 죽은 사람까지도 포함한다고 보고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

1심인 서울동부지법은 형법 제317조 제1항에서 비밀의 주체로 정한 '타인'이나 구 의료법 제19조에서 비밀의 주체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인터넷 사이트에 환자 관련 정보를 게시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어서 무죄.
 
[2심]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뒤집었다. 유죄. 다만, 특기할만한 주장이 있었다. 의사 측 변호인은 개인 정보를 게시한 것은 "국민적 억측과 오해를 해명하고, 부당한 비난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어서 "정당방위 또는 긴급피난 등에 해당"하여,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의사에게는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대법원은 항소심과 같다. 첫째, 의료인의 비밀 누설 금지의무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에 관한 공중의 신뢰라는 공공의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 둘째,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 관계와 이에 기초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변한다고 볼 수 없다. 셋째,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그의 사망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 이외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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