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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병협 법제 부위원장 "형사처벌 법조관행 유감"
김필수 병협 법제 부위원장 "형사처벌 법조관행 유감"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18.11.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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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관계를 '형사처벌' 하는 사례 선진국선 찾아보기 힘들어"
200개 판례 분석...인과관계 명확치 않음에도 형사책임 물어
방어진료, 소극진료 늘어날 것...어렵고 위험한 외과 더 기피
법학박사인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 부위원장(경기도 성남시·본플러스재단분당병원장)은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 부위원장(경기도 성남시·본플러스재단분당병원장)은 "형사처벌은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 관계가 100%에 가까운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 있는 경우만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음에도 형사적으로 접근하는 법조관행에 유감을 표했다. ⓒ의협신문

의료과실로 인해 위해가 발생,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의사를 형사처벌해야 하는가가 뜨거운 관심사다. 검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3인의 의사는 법정 구속, 39일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다 거액의 형사합의금을 지불하고 가까스로 풀려났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 부위원장(경기도 성남시·본플러스재단분당병원장)은 "형사처벌은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 관계가 100%에 가까운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 있는 경우만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수술 결과가 안 좋다고 형사처벌하는 판례를 선진국에서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도 형사로 묶어야 손해배상을 잘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이런 법조관행부터 바꿔야 한다"고 쓴 소리를 낸 김 부위원장은 "법조인들은 법제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다지만 일벌백계식 처벌에서 벗어나 건전한 민사합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고려대 법무대학원을 수료한 김 부위원장은 병협 준법지원인 양성과정 운영위원장을 맡아 대학·중소 병원 법무인력 양성에 팔을 걷고 있다. 

■ 실제 얼마나 의료과실 사건에서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있나? 

 2017년 한 해에만 1781명의 의사가 민사·형사 법정에 섰다. 대한준법지원인협회에서 자체 집계한 최근 10년 동안 지방 법원의 원심 판결과 상고심의 의료과실 형사 사건 200여개 판례를 살펴보니 인과관계가 100%에 가까운 경우는 겨우 15%에 불과했다. 나머지 85%는 과실이 미약하거나, 과실과 결과 사이에 다른 인과관계가 끼어들 가능성이 있는 건이었다.

전원시간을 조금 지체했다거나, 응급실에서 연락을 받고 주치의가 조금 늦게 당도했다거나, 인공관절 수술 후 MRSA 창상감염으로 환자가 사망한 건 등이다. 철저히 소독하고, 예방하더라도 병원감염은 완벽히 차단할 수 없고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척추수술에서 마비를 다 막을 수는 없다.  의사는 신이 아닌 인간이다. 수술하다보면 과실이 발생할 수 있다. 

교과서내에서 발생하는 합병증 예를 들어 수술상처 감염, 전신마취 후 폐렴 악화와 심부전, 척추수술 후 마비 등의 과실로 악결과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묻기는 곤란하다. 왜나하면 다른 원인 특히 지병의 악화로도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례를 분석해 보니 과실은 있지만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형사처벌을 할 정도로 명확치 않음에도 무리하게 형사처벌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건은 민사책임으로 다루어야 한다. 민사책임은 과실 비율이 있기 때문에 단 10%의 과실로도 배상책임을 진다.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나쁜(악)결과가 교과서 외적인 것에서 발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측 신장을 절제해야 하는 데 좌측 신장을 절제하거나 빈크리스틴 사건처럼 약물을 잘못 주입한 경우다.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100%에 달하고, 교과서적으로도 예상할 수 있는 합병증이 아니다. 

형사 사건으로 처벌하려면 다른 정황이 하나도 없이 진료와 나쁜(악) 결과 사이에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을만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판례를 분석해 보면 과실은 있지만 경중이 천차만별이다. 더구나 과실과 결과 사이에 다른 원인이 끼어들 가능성이 있고,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음에도 유죄판결을 하는 판례가 적지 않다.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 법조 선진국에서는 의료과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김필수 병협 법제 부위원장은
김필수 병협 법제 부위원장은 "최근 10년 동안 의료판례를 분석해 보니 과실은 있지만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형사처벌을 할 정도로 명확치 않음에도 무리하게 형사처벌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독일·캐나다·미국 등 OECD 의료선진국에서도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도의 의료과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의료과실을 규율하는 법체계가 우리나라와 다르다. 캐나다와 미국은 의료과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민사 계약법 체계에 입각해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다. 

형사처벌은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100%에 가까운 즉 지병을 비롯한 다른 원인이 전혀 끼어들 여지가 없을 때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 의료과실을 형사 처벌하는 관행이 계속되면서 방어진료와 소극적인 진료가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는 본래 위험하고, 침습적인 특성이 있다. 의료과실이 있다고 무거운 형사 책임을 물어 의료를 위축시키기 보다 환자의 슬픔을  위로하고, 충분한 배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 실수한 의사를 격려하는 문화로 바꾸는 것이 사회 전체로는 더 낫다. 

의료과실을 형사 처벌적 관점에서 벗어나 좀 더 건전한 민사합의 문화로 점차 바꾸어 가면 방어진료·소극진료도 줄어들고, 제2, 제3의 이국종 교수가 점차 늘어날 것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12대 중과실이 아닌 한 대물 또는 인사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를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의료감정의 전문성·공정성·객관성 문제와 함께 감정의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감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교육·훈련과 인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형사와 민사의 감정은 완전히 다르다. 민사는 퍼센트를 제시해야 하고, 형사는 합리적 의심이 갈 만한 인과관계를 제시해야 한다. 결과에 대해 다른 원인이 끼어들 만한 사정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면밀히 감정해야 한다. 

감정의가 "과실이 있어 보인다"는 식으로 두루뭉술 감정하면 안된다. 아직 의료감정체계가 부실한 것은 사실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손잡고 협회 내에 감정의사를 제대로 교육·훈련할 수 있는 의료감정원을 설립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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