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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염 의심 증상에 바로 검사 안 했다"…대학병원 35% 과실 인정
"뇌염 의심 증상에 바로 검사 안 했다"…대학병원 35% 과실 인정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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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주의의무 다하지 않아, 장애 심화됐다" 상고 기각
'주의의무 위반' 생명·신체 불이익 초래 시, 채무불이행·불법행위 책임 성립
대법원 제3부는 15일 뇌염 의심 증상을 보인 소아 환자에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조기 진단을 놓쳐 장애를 심화시켰다며 대학병원에 3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협신문
대법원 제3부는 15일 뇌염 의심 증상을 보인 소아 환자에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조기 진단을 놓쳐 장애를 심화시켰다며 대학병원에 3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협신문

소아 환자의 뇌염이 의심됐음에도 검사를 지체해, 뇌 병변 후유증 등 영구 장애가 발생한 사건에서 대학병원의 과실이 35% 인정됐다.

대법원 제3부는 15일 뇌염 의심 증상을 보인 소아 환자에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조기 진단을 놓쳐 장애를 심화시켰다며 대학병원에 3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03년 7월 10일부터 오심, 상복부 통증, 경미한 두통 증상이 있어, 다음 날인 11일 오전 7시 50분경 B병원에 내원했다. 위장 질환을 진단받고, 그에 대한 약과 주사제를 처방받았다.

7월 12일 오전 8시 33분경 A씨는 발열, 복통, 구토 등을 호소하며 C의원에 내원했다. D의사는 소화기계와 호흡기계 질환으로 진단받고 해열제, 트리민당의정 4㎜ 등을 처방했다.

같은 날 A씨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 땀을 흘리며 우는 등 증상을 보였다. 오후 1시경에는 부모가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후 3시경 부모는 다시 C의원에게 전화로 문의했다. D의사의 권유로 오후 5시 50분경 E대학교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내원 당시 A씨는 '오후 1시부터 웃다 울다가 말이 어눌해짐'의 주요증상을 보였고, 체온은 정상이었다.

E대학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A씨의 과거력과 증상을 조사해 추체외로 증상, 뇌수막염 의증, 뇌염 의증으로 진단했다.

저녁 7시경에는 A씨에 열이 났다. 의료진은 해열제와 항생제 등을 주사했다.

7월 13일 오전 7시 20분경 A씨가 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였다.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한 다음 뇌압을 낮추고 뇌염 치료를 위한 약물을 처방했다. 뇌염 의증,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의증으로 진단했다.

같은 날 실시한 검사에서 A씨에게 뇌 병변이 인지됐다. 뇌척수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독됐다. A씨는 F대학병원으로 전원해 40일 동안 치료받았지만 뇌 병변 후유증으로 상하지의 근력 저하와 강직, 언어장애, 과잉행동 등의 영구적인 장애가 남았다.

A씨의 부모는 뇌염 진단과 치료가 늦어 영구 장애가 발생했다며 E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추체외로 증상에서는 환자가 이상운동증(떨림, 진전, 중심 이상, 무도증 등)에 해당하는 증상과 징후를 많이 호소하고 관찰된다.

감염성 질환인 뇌염이나 뇌수막염에서는 고열과 두통, 경부 강직을 더 많이 호소하고 관찰된다. 감염성 질환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줘 후유장애를 동반하게 되므로 시급한 진단·치료가 요구되는 응급질환이다.

원심은 "병원 의료진이 뇌염을 조기 진단해 치료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진단과 치료를 제때 못해 뇌염으로 인한 뇌 병변 후유증이 장애 정도에 이를 정도로 심화됐다"며 "A씨와 체결한 진료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장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진료계약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재판부는 "생명·신체가 침해된 경우 환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진료계약의 당사자인 병원 등은 환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민법 제393조, 제763조, 제751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 그 이전에 보였던 증상을 봤을 때 뇌염의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며 "당시 의료진도 진단에 뇌수막염 의증과 뇌염 의증을 포함시킨 사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내원 당시 발열이 없어 곧바로 뇌염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발열이 다시 나타난 시점에는 뇌염 가능성을 인지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발열 증세가 나타난 2003년 7월 12일 저녁 7시경에는 기존 증상을 종합해 뇌염 가능성을 인지하기에 충분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당시 뇌염 감별진단을 실시했다면 뇌염을 조기 발견해 뇌세포 손상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뇌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동안 뇌세포의 손상이 계속 진행돼 증상이 악화됐다"고 봤다.

다만 ▲뇌염을 조기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 ▲A씨의 증상을 추체외로증상으로 오인할 만한 여러 사정이 있었던 점 ▲A씨가 이미 신경학적 증상이 발현된 이후에 E병원에 내원해 조기에 뇌염을 진단해 치료했더라도 장애가 없거나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E병원의 책임 비율을 35%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에 대해 "원심은 피고 병원의 진료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재산적 손해 외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해 위자료로 3500만 원을 인정했다"며 "원심이 진료 계약상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를 인정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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