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후기
제27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후기
  • 김성희 원장(서울 마포구·김성희소아청소년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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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띤 토론 강의실 열기 후끈...제3자·상대방 입장서 생각한 시간
의료악법 생기기 전 선제적 대응 필요...의협, 의료윤리 강화해야
김성희 원장(서울 마포구·김성희소아청소년과의원)
김성희 원장(서울 마포구·김성희소아청소년과의원)

이대 목동병원 사건이 신문과 뉴스의 일면을 장식할 때 사회의 시각은 결코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결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이지만 지금의 의료환경에서는 언제가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원인을 찾아 제도를 개선해 불행한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의료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일을 덮는 것에 급급한 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은 암과 싸우면서도 어린 환자를 위해 노심초사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늘 미소 짓는 얼굴로 최선을 다해 환아를 돌본 후배는 "환자 보기가 무서워 다시 그 길로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 안타까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다.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며 의사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왜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 채 외면당해야 하는 지 등등 머릿속 의문들이 커져갔다. 

그즈음 마포구의사회에서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내 일이지만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방관자 역할만 한 필자에게 안개 속 같은 내 머리 속을 정리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은 올해 27기로 역대 손꼽을 정도의 많은 54명의 수강생이 6월 28일부터 11월 15일까지 대장정을 시작했다. 목요일 오후 7시 45분부터 한 시간의 강의와 30분 정도 질문 및 토의에 이어 30분 정도의 친목 도모, 못다한 토론을 위한 뒤풀이 순서로 이루어졌다. 최고위과정을 수강을 위해 부산·대전·인천·안산 등 먼 거리도 마다 않고 출석한 27기 수강생들의 열성으로 알차고 즐거운 대장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첫 시간은 운영진 소개와 27기 회원 소개, 자치회 임원 선출, 최대집 의협 회장의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과 의사협회의 대응' 주제 강의로 시작됐다. 회장 강의는 최고위과정의 첫 강의라 기대가 컸지만 광장에서의 외침과 신문 등을 통해 들어왔던 수준에 그치고 말아 아쉬움이 남았다. 더디게 보이는 여정에서 집행부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감했다. 개인적인 이익과 무관심에서 벗어나 우리가 뽑은 집행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27기 수강생은 여러 과의 전문의와 대학교수, 전공의·수련의 등을 비롯해 신문기자·제약회사 종사자 등 여러 직군이 참여, 다양한 직군의 특성을 보여줬다. 다양한 토론의 장을 통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어 무척 고무적이었다,

 26기 선배 기수의 후배사랑을 보면서 전체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의 끈끈한 인맥이 이어져 내려옴을 느꼈으며, 시간이 갈수록 유대감은 깊어만 갔다.

강의가 진행되면서 열정과 토론의 열기는 더해졌으며, 개인적인 무지함에 스스로에 놀랐다. 정부의 끼워 맞추기 전략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우리의 무능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순간이 늘어났다.

의료정책의 수립과 결정과정을 하나씩 이해하면서, 모든 정책의 기초는 의료를 필요로 하는 국민과 이를 공급하는 의사를 주축으로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국민을 위한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한 정부 정책의 높은 담에 둘러싸여 표류하는 의료계의 슬픈 자화상을 보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오는 울분을 금할 수 없었다.

의료정책의 한 축인 의료공급자의 결정권을 무시한 채 아직도 의사의 수입이 노동자의 4배라며 국민과의 거리를 벌리는 집단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왜 우리는 유능한 협상가를 키워내지 못했을까? 서로 양보하면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가? 국민이 누리는 질 높은 진료는 의사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지만 벼랑 끝으로 내몰려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못하고 있을까? 수많은 물음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정된 재원으로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듯 짜집기 분배를 할 수 밖에 없고, 제대로 충족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에서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시키는 것 같아 분노가 치밀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책결정을 하는 공직자들이 수강생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작은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18개 강의 하나하나가 소중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전 조선일보기자로 재직한 신형준 전 의협 홍보·공보 이사의 '국민은 의사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강의였다.

"한정된 재원으로 움직이는 정부를 상대로 노력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기란 어렵다. 정부는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낼 수밖에 없고, 결국 공급자의 희생을 교묘하게 강요한다. 잘못된 수치와 왜곡된 시선으로 의사들의 자존심마저 무너뜨리고 있지만 국민은 의사의 목소리를 배부른 소리로 간주한다. 기대할 수 없는 수가 인상을 위해 투쟁하기 보다 국민과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일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잘못된 의료인에 대한 징계 권한을 확보해 자정해야 하며, 의협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의 내용에 공감이 갔다.

제약회사 직원이 수술한 사건은 우리의 치부를 보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을 다룬다는 자긍심 하나로 묵묵히 바른 길을 걷고 있는 동료의사를 기만했다. 스스로 자정해야 비로소 국민은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배움을 채우고 싶은 갈망은 강의 막바지로 갈수록 커졌고, 절심한 만큼 27기의 끈끈한 유대감도 깊어갔다. 묵직하게 때로는 수줍은 미소로 중심을 잡아준 김해은 자치회장을 비롯해 언제나 명쾌하게 결론을 이끌어 준 전영미 부회장, 뛰어난 재치로 굳은 일을 도맡은 두 총무, 세계 각국의 맥주를 선 보인 재무, 늦은 밤까지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한 김은숙 차장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수고로 4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박 2일 워크숍에 후배 기수를 위해 달려와 맛있는 저녁으로 환대해 준 26기 선배들과  전 과정 동안 든든하게 보살펴 준 운영위원 모두에게 고개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27기 과정이 끝나도 끈끈한 동료애는 이어질 것이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해 같이 고민을 나누고 , 좀 더 깊이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처음 소아과의사가 됐을 때 꿈꿨듯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필자를 찾는 아이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돌보고,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원한다. 큰 욕심 없이 최선을 다하는 민초의사가 걱정 없이 진료할 수 있는 때가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27기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여러분 사랑합니다∼."

제27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수료생들. ⓒ의협신문
제27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수료생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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