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외과의 3D는 Decision, Diligent, Delicate"

"외과의 3D는 Decision, Diligent, Delicate"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23 15:3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가 문제에 대한 외과 전문의 '자존감 담은' 지적
외과 기피 현상…"무리하게 정한 낮은 수가 탓"

정수민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외과) ⓒ의협신문
정수민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외과) ⓒ의협신문

무리하게 저가로 책정한 외과 수술 수가 여파로 30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 외과 기피 현상이 지속·심화되고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과의사들에게 좌절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날 선 지적이 나왔다.

정수민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외과)는 대한의사협회지(JKMA) 11월호 '외과 수가와 외과의사의 현실' 시론을 통해 외과의사들의 고충과 자존감을 함께 표했다.

외과의사는 1980년대 초반까지 경쟁률이 높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1989년 7월 1일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확대·시행하는 과정에서 외과 수술 수가를 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하면서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한외과학회 학회 50년사'에 따르면 당시 외과 수술 수가를 무리하게 저가로 책정하면서 병원경영에 만성적인 악화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개인의원에서의 수술이 현저히 감소했다.

정수민 교수는 원가 보전이 되지 않는 등의 '외과 수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2017년 보고된 연세대 산학협력단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연구:2차 연구'에 따르면 현 수가 원가 보전율은 진찰료 50.5%, 입원료 46.4%, 주사료 69.9%, 마취료 72.7%, 처치 및 수술료 77.6% 등 원가 보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정수민 교수는 "비급여 항목 또는 부대시설로 적자를 메우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수술은 하면 할수록 적자고, 검사는 하면 할수록 흑자가 된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7월부터 수술 수가를 일부 인상했으며, 2020년까지 전체 수술의 원가 보상률을 9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진단검사와 영상의학의 상대가치를 낮춰 다른 분야 수가 인상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정 교수는 "개원가에서 주로 하는 충수돌기 수술과 치질 수술의 수가는 도리어 인하했다. 상대가치 총점을 고정한 상태에서 점수를 재조정하다 보니 난이도가 낮다고 판단한 수술 수가는 더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수 시간 동안 수술해도 수술비는 장비를 이용한 검사비보다 싸다"면서 "외과의사들이 좌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포괄수가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 교수는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싼 재료를 쓰면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환자를 배려한 나름의 신념으로 수익을 포기한다. 병원장의 입장이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선의 치료를 수행한 의사들이 병원으로부터 실적 추궁을 받으면 씁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결국 이윤이 남는 곳에서 최대한 이윤을 남겨 부족한 부분을 돌려막으라는 얘기다.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 생명과 건강을 두고 흥정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하루 속히 종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우리 사회를 휩쓴 3D(dirty, difficult, dangerous) 기피 현상은 의료계 중에서도 외과가 대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과의 업무상 어려움으로는 ▲외래진료·수술·입원환자 케어 모두를 해야 하며 ▲응급환자 수술·진료도 피해갈 수 없고 ▲인력수급도 되지 않아 적은 인원이 과도한 업무를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위험도가 매우 높아 부담감이 큰 점 등을 꼽았다.

특히 인력수급 문제의 경우, 전공의 수련의 질 저하가 함께 동반돼 집도의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수술 여부·방법·시기 등에 대한 결정이 까다롭다.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결정하기는 더욱 어렵다"면서 "누구도 나를 대신할 대체 인력이 없다"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내·외부에서 대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응급수술을 위해 외과 교수가 직접 병원에 나와 있음에도 수술 전 확인을 위한 영상의학적 검사 결과 등은 해당과 전공의에게 어렵게 사정해 판독을 받아야 하는 등 대우가 열악하다"며 "전반적인 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이 깊어져 보람 없어진 외과는 더욱 깊은 3D 늪으로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의료계의 양극화 현상으로 전문성 면에서 병원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상도 짚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15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전체 수술 172만 1천 건 중 의원 62만 7천 건(35.4%), 병원 37만1천 건(21.6%), 종합병원 36만 9천 건(21.4%), 상급종합병원 35만4천 건(20.6%)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대비, 상급종합병원(3.2%↑)과 병원(11.1%↑)에서 수술하는 건수는 증가했지만, 종합병원(2.4%↓)과 의원(0.9%↓)에서 수술하는 건수는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요양기관 소재지별 수술 건수는 서울(25.7%)과 경기도(19.1%)가 가장 많았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한 자릿수였다.

정 교수는 "외과는 수술기법·장비의 발달에 따라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과"라며 "신속한 장비 구입, 수술기법 습득, 많은 인력, 타과 협진, 중환자실 등의 환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이라도 충분치 않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외과의사가 뜻을 펼칠 수 있는 병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의료양극화로 인해 갈수록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존경하는 외과 교수님의 말씀을 전하며 외과의사로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외과의 3D는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것이 아니다. Decision, Diligent, Delicate(결정, 근면, 섬세함)이다"

정수민 교수의 논문 전문은 https://jkma.org/DOIx.php?id=10.5124/jkma.2018.61.11.638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