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후기
제27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후기
  • 김해은 27기 자치회장(서울 도봉구·한사랑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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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띤 토론 강의실 열기 후끈...제3자·상대방 입장서 생각한 시간
의료악법 생기기 전 선제적 대응 필요...의협, 의료윤리 강화해야
김해은 의협 의료정책고위자과정 27기 자치회장 ⓒ의협신문
김해은 의협 의료정책고위자과정 27기 자치회장 ⓒ의협신문

문민정부가 열리고 군사정권에 눌렸던 각 직업군에 종사한 사람들이 불만과 억울함을 광장에서 호소하기 시작했다. 시위대의 구호는 광장에 모인 사람 수와 그 직업이 갖는 사회적인 역할에 비례해 대중에 전달되고, 그 직군의 파업으로 초래할 사회적인 파장에 비례해 호소력을 갖는다. 

여론은 현 정권의 성향에 따라 사건을 전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해석하여 대중에게 알린다. 민주주의는 대중에게 감동을 주든 협박을 하든 충격을 주어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인정을 받는다. 피곤한 방법을 써야하는 이유는 한 직업군과 대중사이를 매개하는 언론이 특정한 집단의 이익에 편을 들어 지지하는 입장을 펴면 반대 입장을 표방하는 직업군의 비난과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교적 중간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고대 민주주의의 고향 아테네에서도 대중을 설득하고 자신의 주장에 관심을 관철하기 위해 광장에 나가 외쳤고, 공화정을 폈던 로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국가의 정책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원칙에 의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대중의 감정에 의해서 결정될 때가 많다. 우리는 대중의 감정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진료와 연구에 매진해야 할 의사들이 또 광장으로 간다. 가장 선망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광장에 나가서 억울함을 외치면 국민은 혼란스럽다.

항해자들이 방향을 잃고 더 이상 항해할 수 없는 상황을 'Aporia'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의료계의 현재 상황이 아닐까.

'노를 젓다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바라다 보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한번 돌아보아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가던 길 멈추고 한 번 돌아봐야 할 시기

마침 대한의사협회에서 주최하는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을 추천하는 도봉구의사회장의 권유로 강의를 듣게 됐다. 6월 28일 최대집 의협회장의 제1강을 시작으로 11월 8일 제18강 현지조사 확인제도까지 4개월에 걸쳐 강의를 들었다.

의료정책의 수립과 보건의료정책 방향에서부터 자율규제·의료전달체계·감염관리·보험수가 결정·건강보험 급여기준과 심사·상대가치 개편·의료사고와 조정중재·4차 산업혁명과 의료의 미래·민간보험의 역할과 현황·공공보건 의료정책·현지조사 확인제도 등을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현재의 정책과 미래를 살폈다. 또 그림속의 의학·좋은 죽음과 공동체의 대응·국민은 의사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등 인문학 강의로 생각의 깊이를 더했다. 네 달 동안 내가 몸담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고, 더 좋은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과 만났다.

어떤 강의는 열띤 토론으로 강의실이 열기로 달아오르고 분위기는 팽팽하게 고조돼 긴장된 순간까지 이르렀다.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다 피곤에 지친 의사와 여러 직종의 고위직 임원들이다. 퇴근 후 쉬어야할 시간이지만 이들의 열의는 졸음을 쫓고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더 좋은 시스템 생각한 계기...긴장감 넘친 강의 열기

강의 중간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1박 2일 워크숍은 오랜만에 수학여행을 가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캠프파이어 불꽃 아래 7080의 포크송을 부르며 젊음을 누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두 개의 강의를 들었고, 26기 선배들이 찾아와 자리는 더욱 빛났다. 장학금을 전달하는 행사로 의료정책 최고위 과정은 전통성을 의미 있게 쌓았다. 밤늦도록 기울인 술잔만큼이나 서로를 알게 되었고,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모든 과정은 운영위원들은 사전답사와 고증으로, 여름의 더위도 마다하지 않고 수고를 더했다.
18강까지 강의를 듣고  질문하고 답을 찾았지만 모두가 원하는 답은 없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개월간의 강의에서 답을 얻는 것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우리의 문제를 바라보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다.

국민에게 의료계의 뜻을 전하고 우리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국가도 환자와 의사의 요구를 서로 만족시키지 못했다.

의료공급자와 의료수요자의 욕구가 최대한 가까워지는 접점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것일 수는 없고,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균형감을 잃어버린 제도는 양자 모두에 피해를 줘 다시 혼란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균형감을 상실한 정부의 저수가 정책은 결국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가의 복지는 후퇴할 것이다. 

균형감 잃은 제도...의료 질 떨어뜨리고 복지 후퇴

의료 현안이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면 과거에는 의료계 대표를 초청해 입장을 묻고 정부나 시민단체의 대표자와 함께 토론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언론이 의료계의 갈등과 쟁점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기 어렵다. 의사들의 주장을 이익 집단의 부당한 주장으로 치부해 버리고 오로지 국외 문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돌리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런 국민적 무관심속에 법원은 의료라는 직역의 특성을 무시한 상식 밖의, 합리성을 무시한 판례를 남겼다. 기원전 1500년 히타이트의 텔리피누 왕 시절에도 피해자의 손해를 되도록 형벌보다 민사상 변제로 해결하는 합리성을 보였는데 이번 판결은 마치 4000년 전 함무라비 법전의 형법위주의 보복성 판결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료계도 이런 판결이나 의료악법 제정에 빌미를 주는 부주의한 일을 삼가야 한다.

제2강의 '의료정책 수립과 결정과정'에서 박윤형 순천향의대 교수는 '의사가 사고치면 의료악법 생긴다'는 강의를 했다. C형 감염 사건에서 일회용 주사기 사용 의무화, 성형외과 수술의사 바꿔치기 사건에서 명찰패용 의무화, 고 신해철 사망 사건에서 중대사고 발생 시 강제 조정이라는 의료악법이 생겼다.

국민에게 보여줄 우리의 입장도 중요하다. 의료악법이 생기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건에 대한 사과, 경위 조사, 대책 발표 등 선제적 대응과 의료윤리를 강화해야 하며, 의협에 의료윤리 조사국을 설치해 운영하면 '의료악법' 제정이나 공정성을 잃은 '판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을 마련한 의협과 과정을 모니터링한 박상호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운영위원께 감사드린다. 4개월을 함께 공부하면서 두터워진 27기 동기들과 자치회 임원들의 수고를 잊을 수 없다. 부회장·총무·재무 그리고 간사들의 수고로 교실은 더욱 뜨겁고 진지했다. 강의 후에 만남은 강의 중에 미흡했던 부분을 보충하고, 동기들 간에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져 더욱 알찬 모임으로 발전했다. 27기 동기생들은 애경사는 물론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정을 더욱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의 세분화와 나아가 의협이 주관하는 다양한 연구 활동으로 풍성한 의협 문화를 꽃피우길 기대한다. 
과정을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김은숙 차장과 함께한 의협 직원들에게도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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