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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부학 노년 교수의 'APICA' 참관기

[기고] 해부학 노년 교수의 'APICA' 참관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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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학)

2018년 10월 28일∼10월 31일까지 4일 일정으로 부산의 BEXCO에서 제8회 아시아-태평양 국제해부학회(Asia Pacific International Congress of Anatomist)가 열렸는데, 1996년 서울에서 개최됐던 제1회 APICA 이래 22년만의 일이다.

나는 이 긴 세월 동안 해부학이 어떻게 변모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고 APICA 학술대회가 열리는 학회장을 찾았다.

20년만의 학회 나들이라 어색함도 없지 않았으나, 류임주 교수의 권유로 쉽게 참관을 결정할 수 있었다.

4일간의 학회 일정은 2편의 Plenary Lecture와 3편의 Special Lecture, 12편의 4th AsACA Symposium과 4편의 Luncheon Symposium, 각각 9편과 9편, 4∼5편의 연제로 구성된 14개의 Session, 31편의 Oral Presentation과 292편의 Poster presentation, Clinical Training Program(부산대학교 주관), 그리고 Tiffany 21 Cruise에서 가진 Welcome reception과 Gala Dinner 및 Congress Tour로 채워져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학술대회 구성은 해부학 발전을 위한 고심어린 Program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학회를 갖는 것은 각자가 얻은 연구결과를 서로 교환하고 지견을 넓혀가면서 학문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데 있다.

이번 APICA에 설정된 해부학분야의 연구내용을 보면 크게 4개 부분으로 요약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미세구조적 연구와 질병에 연계된 연구, 그리고 육안해부학적 연구와 해부학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그 중 Cryo-EM Technology Session과 Modern Technology of Microscope Session의 설정은 미세구조적 연구에서 첨단적 기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데 있었을 것이다.

Cryo-EM 기법 즉 급속동결법(rapid freezing method)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0년대에 조직표본 제작과정에 이용되는 고정액과 염색물질이 생체조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면서 시작됐다.

그리하여 당시 첨단을 달리던 일부 대학들은 조직의 급속동결에 이용할 cryo holder를 각기 나름대로 만들어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러한 기기들이 제품화되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근년의 미세구조적 연구는 퇴출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번 APICA에서도 323편의 연제 중 미세구조에 관한 연구는 8예로 전체 연제의 2.5%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은 LM(23예 / 51%)과 TEM(9예 / 20%)의 이용 빈도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더욱이 이번 APICA에서 Cryo-EM 기법의 활용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길이 아직도 멀리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신영철 명예교수
신영철 명예교수

근년에 이르러 미세구조 연구가 퇴축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전자현미경이 보여주는 해상력의 한계가 연구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연구를 가로막고 있는 벽이 무너지게 되면 한 층 진보된 또 다른 모습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본다.

Immunology와 Oncology Session의 설정은 질병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의 활용으로 의학에 있어서의 해부학의 역할을 강조하려는데 있었을 것이다.

과거엔 해부학연구가 정상구조의 본질을 추구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병적 대상을 기피했다.

그러나 이번 APICA에서 발표된 연제 323편 중 질병을 대상으로 한 연제가 105예로 전체 연제의 32%를 이루고 있어 질병에 연계된 연구가 매우 활기를 띠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Gross Anatomy와 Physical Anthrology Session의 설정은 고고학과 인류학을 망라한 육안해부학 본연의 영역을 활성화 시키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되는데 발표된 연제 중 human body(5예 / 1.5%)와 Cadaver(49예 / 15%)의 이용은 54예로 전체 연제의 17%를 점하고 있어 육안해부학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줬다.

두 번에 걸친 Anatomy Education Session의 설정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준비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해부학교육에 관한 연제는 323편 중 18편으로 전체 연제의 6%를 차지하고 있어 해부학교육에 대한 연구가 관심의 대상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연구추세로 미루어 이번 APICA는 해부학이 갖는 의학 속의 위치를 보여줬고 해부학교육에 대한 책임과 의무, 그리고 연구가 갖는 다양성 등 해부학 연구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학회였다고 본다.

끝으로 이번 APICA를 위해 진력하신 안규윤 이사장을 비롯한 집행부 여러분들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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