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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원 심사위원, 왜 수원지원 진료비 심사했나?

서울지원 심사위원, 왜 수원지원 진료비 심사했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1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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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같은 분야 경쟁 병원 진료비 심사·삭감
경쟁병원 죽이기 의혹…실명제 비상근까지 확대해야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kma.org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kma.org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 심사위원이 담당 지역이 아닌 수원지원 관할 병원의 진료비 청구 내역을 심사, 논란이 일고 있다.

담당 지역을 벗어나 심사한 것도 의아한데, 삭감이 지나쳐 주관적인 의도로 삭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는 '심사평가원 진료비 삭감, 경쟁병원장이 심사위원?'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관절병원을 운영하는 B병원장은 최근 F환자에게 절골술을 시술하고, 진료비 35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진료 내역을 심사한 심사평가원 심사위원은 250만원을 삭감했다. 심평원은 삭감 이유를 휘어진 다리 각도가 5도 이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심평원의 절골술 심사기준은 휘어진 다리 각도가 5도 이상이다.

기사 보도 후 같은 진료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A원장(심평원 심사위원)이 경쟁 관계에 있는 B병원의 진료비를 무차별 삭감하고 있다는 회원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C회원은 "같은 분야를 진료하는 정형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6도 이상 다리가 휘어진 것을 알 수 있고, 대학병원에서조차 6도 이상 휘어 있어 절골술이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심평원의 삭감 이유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진료비를 250만원이나 삭감한 결정적인 이유를 확인한 결과, 경쟁병원의 A병원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힌 C회원은 "공정한 심사를 했다기보다 경쟁 관계에 있는 병원의 진료비를 의도적으로 삭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근 심사위원이 경쟁병원 진료비 의도적 삭감 논란
심평원은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동료심사(Peer review)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동료심사는 심평원 직원이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를 추천받아 진료비 청구를 돋보기처럼 들여다보기 위해 도입한 제도.

경쟁 관계에 있는 A병원장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같은 진료를 하는 B병원의 진료비를 무리하게 삭감한 것도 문제지만, 심사위원의 소속(지원)이 다르다는 점도 공분을 사고 있다.

A병원장이 서울지원이 아닌 수원지원에서 심사했는지, 그리고 삭감을 지나치게 했는지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취재 결과, A병원장은 상근 심사위원이 아니라 비상근 심사위원(대한병원협회 추천 전문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역에서 직접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병원장은 심평원 서울지원 비상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수원에 있는 B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의 진료비도 심사·삭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근 심사위원 심사…실명 공개해야 공정한 심사 가능
서울지원이 아닌 수원지원까지 심사를 맡아 경쟁병원을 죽이려 한다는 민원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상근 심사위원과 비상근 심사위원(전문위원)은 어느 지역 지원에 상관없이 심사지원을 할 수 있다"면서 "심사 물량이 많으면 본원 상근 심사위원이 다른 지원 심사 업무를 지원할 수 있고, 지원 상근 심사위원도 다른 지원 심사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심평원 본원에는 90여명(본원 40여명+10개 지원 50명)의 상근 심사위원이 근무하고 있다. 비상근 심사위원(심사+평가)은 총 1000여명. 이중 학회·병협·소비자단체·국민건강보험공단의 추천을 받아 심사와 평가 업무를 지원하는 비상근 심사위원은 850여명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아마도 수원지원에서 심사물량이 많았거나, 상근 심사위원이 다른 이유로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지원 심사위원이 수원지원 진료비 심사지원 업무를 했던 것 같다"면서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상근 심사위원의 업무에 대한 부분만 명시돼 있고, 다른 지원 심사 지원 업무는 심평원 자체적으로 넓은 의미로 해석해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같은 진료분야에 종사하는 병원장이 혼자서 진료비 청구 심사를 도맡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 2인 1조 또는 3인 1조로 심사해야 공정하다고 조언했다.

의협 관계자는 "심사 업무를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 발생한 진료비 삭감은 경쟁 관계에 있는 병원에 대한 삭감이 지나쳐 경쟁병원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심평원 내에 이런 문제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일부터 상근 심사위원은 실명을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지원에서 심사한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언급한 의협 관계자는 "비상근 심사위원(전문위원)의 명단도 실명을 공개해야 보복성 심사, 경쟁병원 죽이기 심사 등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기 2년 심사위원, 최대 7회까지 연임?…고인 물 썩는다
한편, 복수의 심평원 관계자는 "심사위원이 경쟁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의 진료비 심사를 하면서 지나치게 삭감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며 "앞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협이 심사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주장하고 있는 '심사 실명제'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비상근 심사위원의 경우 현직에 몸담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개했을 때 의사들 간 갈등 증폭 등 부작용이 많아 명단 공개에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상근 심사위원과 비상근 심사위원의 임기는 2년인데, 상근 심사위원의 경우 많게는 7회, 비상근 심사위원은 4∼5번 연임을 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연임은 불가피하지만 최대 7회까지 연임하는 데 대해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앞서 의협은 심평원 심사기준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심사 직원을 비롯해 상근 심사위원과 비상근 심사위원의 실명을 전면 공개하고,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할 때 반드시 위원 구성 비율(의협·병협 추천위원 50% 유지), 임기 조정 및 제한(연임 1회, 최대 4년), 중앙심사조정위원회 결정사항 전면 공개 등을 요구했다.

심평원은 지난 10월 1일부터 담당 직원과 상근 심사위원에 대한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근 심사위원 명단 공개는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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