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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대리처방' 가족만 인정?…홀몸 노인 어쩌라고

정신질환자 '대리처방' 가족만 인정?…홀몸 노인 어쩌라고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1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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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현실 무시한 법안...징역형 처벌 두렵다
"의사·환자·가족 모두 고통...환자가 지정한 경우 대리처방 가능해야"

정신질환자의 대리처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정신질환자의 대리처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사-환자-가족 모두를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 현실을 무시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pixabay)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가족 학대 트라우마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홀몸 노인 정신질환자에 대해 대리처방을 인정하지 않도록 제한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대리처방 요건을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가능하거나 장기간 동일 처방인 경우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3가지 한정했다. 대리처방 대상은 환자의 가족으로 제한했다.

두 법안을 심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대리처방의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대신 '의사 등이 해당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대리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고 수정·보완했다. 

특히 법안심사소위는 당초 법안에는 없는 처벌조항까지 신설, 의사 등이 대리처방의 교부 요건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보호자 등이 대리처방 수령 요건을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하도록 했다. 대리처방 시 의사가 보호자의 '신분증'이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확인토록 한 내용도 추가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대리처방 요건을 3가지로 제한하고, 의사가 이를 어겼을 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현실을 무시하고, 의사·환자·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65세 이상 인구 중 혼자 거주하는 노인의 비율이 2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리처방을 환자 가족(보호자)으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조항을 두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상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부회장은 "가족에게 학대나 방임 트라우마를 경험한 정신질환자는 불가피하게 격리, 친척·지인 등을 치료적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친구 혹은 멘토의 돌봄과 지지를 받기도 한다"면서 "보호자 외에 대리처방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질환자가 지정한 사람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함께 방문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확인한 경우에도 대리처방이 가능하도록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3가지 대리처방 요건 외에도 여러가지 사유가 있다"고 설명한 김 부회장은 "3가지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느라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없다. 처벌을 신경 쓰다 보니 진료할 때 굉장히 부담스럽고, 무섭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높은 자살률과 우울·불안 등 정신 증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하고, 충동공격성 범죄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피해를 줄이고, 국민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 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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