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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18 (목)
창립특집 "서로 이해하고 독려하며 난국을 돌파해야 합니다"
창립특집 "서로 이해하고 독려하며 난국을 돌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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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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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 창립 110주년 기념사 -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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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110주년을 맞았습니다.

의협은 1908년 의사연구회로 첫 활동을 벌인 이래 지난 110년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열악한 한국 의료현실 속에서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하지만 의료계 현실은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어 설립 110주년을 맞은 오늘도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최근 진단을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 3명이 법정구속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계의사회(WMA)와 미국의사회(AMA) 등 선진국은 이미 의료사고의 불가피성을 인정해 선한 의도를 가진 의사를 형사법적으로 처벌하기 보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조정제도, 민사소송 등으로 의료사고 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거꾸로 의사에게 형벌의 잣대를 들이대며 선진국의 선례와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의협은 3명 의사의 부적절한 법정구속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항의방문하고 구속된 의사를 접견해 최선을 다해 잘못된 선례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의협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의사 회원을 보호해야 할 책임도 막중합니다. 한 사람의 회원도 결코 부당한 일을 당해서도 안되고 설사 당했다면 이를 다시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의료사고의 경우 특별한 예외적 사안이 있지 않다면 형사적으로 처벌해서는 안됩니다. 의료사고 사건에서 의사의 형사적 책임을 면제하는 가칭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수 십년간 미뤄졌던 '수가정상화'를 위한 걸음도 떼야 합니다. 의협은 정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수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도출할 예정입니다. 의사들은 구조적으로 낮은 수가로 인한 어려움을 맞서고 극심한 노동강도를 감내하며, 진료 일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잘못된 시스템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저수가 체제를 정상수가로 만들어야 합니다.

당장 의료 수가가 몇백퍼센트 올라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비정상적인 한국 의료시스템의 원인인 저수가를 정상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의지는 보여줘야 합니다. 의협과 의사들은 그런 정부의 진정성 있는 의지가 중장기 수가정상화 계획으로 발표되기를 요구했습니다. 만일 정부가 성의있는 수가정상화 의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의협은 집단적인 대응에 나설 것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평가체계도 개편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른바 '경향심사'라는 것을 통해 의료를 하향평준화하려합니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정부라면 의료의 수준을 최선의 진료 수준까지 끌어 올리도록 노력해야지 비의학적인 기준에 맞춰 최선의 진료를 막으려 해서는 안됩니다.

이른바 '심평의학'이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견해를 압살하는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 심사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의협의 지속적인 요구로 심평원이 심사한 담당자의 이름을 명시하는 '심사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조치입니다. 의협은 심평원의 이런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지켜보고 요구하겠습니다.

사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은 더딘 일입니다. 이런 때 일수록 우리는 뭉치고 하나가 돼야 합니다. 얼굴을 찌푸리고 짜증섞인 표정을 짓지 말고 서로 격려하고 함께 가야 합니다.

우리가 뭉칠 때, 하나 될 때, 결코 작지 않은 의료계의 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익산응급실에서 회원 한 분이 만취환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해 큰 부상을 입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모두 분노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로 뭉쳐 우리의 분노가 분노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활동을 폈습니다. 국회에 응급실에서의 의료인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법제정을 촉구했습니다.

경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통해 경찰의 응급실 폭력 초기 대응에 항의하고 효율적인 대응시스템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우리의 힘은 견고해 보였던 벽에 조그만 틈새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응급실 폭력을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관련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합니다. 경찰청도 응급실 의료진 폭력을 단순 폭행이 아닌 응급진료를 마비시키는 중대 범죄로 처리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검찰과 법원 역시 최근 벌어진 응급실 폭행에 대해 구속수사 비율을 높이고 실형 판결을 연이어 내려 달라진 대응양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응급실 폭행 사고가 제대로 처리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단했던 관행의 벽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한 줄기 햇살이 들어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계속 지켜보고 문제가 생기면 항의하며 우리는 끝내 잘못된 응급실 폭행 처리 관행을 바꿀 것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저는 많은 의사 동료 여러분이 저를 왜 의사협회장으로 선출하고 지지하셨는지 잘 알고있습니다. 5월 의협 회장에 취임한 이래 한 번도 의사 동료 여러분의 지지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때때로 더디고, 부족하고,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희망없는 이 한국 의료계에서 실질적인 개혁의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우리 서로 작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흩어지지 말고 서로서로 북돋으며 한 발, 한 발 함께 내디딥시다. 대오를 맞추고 호흡을 함께 하고 서로 이해하며 이 난국을 돌파합시다. 저는 부당한 의료시스템 아래 고통 받는 단 한 명의 회원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한의사협회장 의협신문 발행인 최대집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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