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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 환자 '토사물' 기도 폐쇄 후 식물인간…3억원 배상
주취 환자 '토사물' 기도 폐쇄 후 식물인간…3억원 배상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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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후 경과관찰 소홀·기도흡인 등 적절한 조치 안해"
서울고법 "의료진 '주의의무 위반'" 40% 배상책임 인정
ⓒ의협신문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8월 16일 응급실에 내원해 진료받던 중 구토로 인한 기도폐쇄로 인해 심정지가 발생,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은 사건에서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3억 5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술 취한 응급환자에 진정제 투여 후 구토물에 의해 기도가 폐쇄되면서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서 재판부가 의료진의 과실을 40%로 인정, 3억원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8월 16일 응급실에 내원해 진료받던 중 구토로 인한 기도폐쇄로 인해 심정지가 발생,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은 사건에서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3억 5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2013년 8월 9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안면 부위를 수차례 주먹으로 맞고 계단으로 끌려 내려가 전신 및 후두부에 충격을 받아 계단 앞에 쓰러졌다. 순찰 중인 순경에게 발견돼 119구급차로 새벽 2시 49분 D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새벽 3시 37분 뇌CT 검사를 시도했지만 상태가 진정되지 않아 진정제인 미다졸람 2.5mg을 투여했다. 3시 44분 뇌 CT 검사를 시작했지만 3시 50분경 뇌 CT 촬영 도중 구토를 했다. 의료진은 검사를 중단했다. CT실에서 응급실로 이송한 뒤 간호사가 침상을 정리했다. 당시 A씨는 깊은 수면 상태로 진정상태였다.

새벽 3시 58분 간호사는 침상 정리 후 심전도 감시 장치를 부착, 활력 징후를 확인했다. 심장박동수가 42회/분으로 관찰됐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상태를 확인했다. 새벽 4시경 심장박동수가 30회/분으로 더 늘어져 심정지가 발생했다. 새벽 4시 2분경 의료진은 기관삽입을 통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새벽 4시 7분 자발 순환이 회복되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

이후 진행된 흉부 X-ray 검사에서 폐부종과 흡인성 폐렴 소견이 나타났다. 이후 뇌 MRI 검사를 통해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 진단을 받았다. 현재 A씨는 지속적 식물 상태와 최소 의식 상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의식 상태다. 이동이 불가능한 사지 마비 뇌 병변 장애 상태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흡인성 기도폐쇄란 구토 시 토사물이 기도로 들어가 기도를 폐쇄함에 따라 저산소증이 발생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정지로 진행되는 현상이다.

미다졸람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진정제다. 급성 알코올중독 상태의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중추신경계 억제 효과가 상승해 혼수상태, 호흡부전, 저혈압 등 부작용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료진들이 환자에 대한 기도흡인 예방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토사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인해 급성호흡부전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예견하고 이를 대비했어야 했다"며 "즉시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는 등 기도를 확보하고 흡인기로 토사물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해야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기도흡인 예방을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토 이후 경과관찰에 대한 소홀로 호흡성 심정지를 발생시킨 의료진의 과실도 인정했다.

"의료진이 진정 상태에서 구토한 원고 A씨의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기도폐쇄를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처치를 못 해 토사물에 의해 기도가 폐쇄되고, 이로 인해 저산소증이 갑작스럽게 악화돼 서맥과 심정지로 진행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반면, 미다졸람 투여 후 면밀한 감시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고 있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돼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는 대법원 판례와 "의료진에게 추가로 시행했어야 하는 조치가 없다"는 취지의 의료감정서를 참고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미다졸람 투여 후 이동식 산소포화도 감시 장치를 부착, A씨의 산소포화도와 맥박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은 미다졸람 투여 후 생체활력징후 관찰 등 이에 대한 면밀한 감시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응급실 이송 당시 A씨 의식상태가 가벼운 기면 상태였던 점 ▲기도폐쇄 최초 원인 '구토'가 내원 전 알코올 과다섭취 부작용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는 점 ▲(내원 전) 타인의 안면부 구타행위로 인한 신체 손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의료진이 A씨에게 기도폐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더라도 저산소증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모든 주의를 다해 진료한다 하더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인 점 등을 감안,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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