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 추진...부작용·법적 책임은?
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 추진...부작용·법적 책임은?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08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리치료사협회, 국회서 공청회...민주당·한국당·정의당 공동 주최
"의료행위 의사 독점, 시대착오"...보건복지부 "사회적 민감 사안"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기사 단독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다시 불거지면서, 의사의 지도감독과 의료기사의 업무범위를 비롯해 부작용·법적 책임 귀속 등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단독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대한물리치료사협회도 8일 단독법 제정을 겨냥한 국회 공청회를 열었다.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와 '커뮤니티케어' 정책에 기여하는 재활전문인력으로서 물리치료사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단독법이 필요하다는 것.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주관한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치료사법 제정 공청회'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보건복지위원회장)·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단독법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도 참석, 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을 지지했다.

공청회에서 물리치료사협회는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물리치료는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가 없다"면서 "사회 발전에 따라 질병 양상이 변화하고, 의료의 발전에 따른 다양화·전문화·분업화에 맞게 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상 의사의 '지도'하에 할 수 있는 물리치료를 '처방'으로 바꾸고, 물리치료사가 독립적인 물리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독립 개원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태식 물리치료사협회장은 "이제 재활보건의료체계는 의사만을 둔 시스템에서 의사·한의사·물리치료사 등의 전문재활인력 모두가 상호협력해 상생하는 방안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물리치료사 단독법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공청회에서는 의료행위인 물리치료를 시행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환자 위해와 법률적 책임에 대한 해법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의협신문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의협신문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원칙적으로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으나, 예외적으로 국민 건강에 위해가 적은 행위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허용하는 것이 현재 의료기사 제도를 도입한 이유"라면서 "이를 변경하려면 물리치료사가 의료기사의 종별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의료기사가 아닐 경우 의료인에 포함되거나 의료행위의 독자적 수행이 허용되는 제3의 업무 범위, 면허 취득을 위한 자격·시험과목·합격 기준·수련 등 전반적인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의 다양화, 전문화, 분업화를 물리치료사법 제정 이유로 제시하면서, 법에 물리치료 행위를 정의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점을 짚은 김해영 법제이사는 "의학 및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물리치료의 행위 정의는 계속 변화할 것이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매번 법률을 개정을 하는 것은 입법 기능의 낭비"라면서 "보건행정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국회의원이 관련 단체의 요청에 의해 행위 정의를 변경한 법률안을 발의하고, 정부 관계기관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만 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현 의료법은 진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적절하고 충분한 대처가 가능한 의사에게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힌 김해영 법제이사는 "지도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도 부담하고 있다"면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사가 독자적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작용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하게 되고, 그 책임 소재에 대한 불명확성으로 인해 환자의 피해 구제에 만전을 기할 수 없게 돼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해영 법제이사는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에 접수된 지난 5년간 의료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물리치료와 관련한 화상·골절·상태 악화 등이 있고, 1년에 한 건 정도는 사망 사례도 있다"면서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전체 의료사고를 모두 접수해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직역 간 이해가 첨예한 쟁점이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권근용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 ⓒ의협신문
권근용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 ⓒ의협신문

권근용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의료기술의 발전과 의료서비스가 확대되고 다양해지면서 현행 법률과 규제가 제대로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면서 "물리치료사협회가 주장하는 바는 의사의 지도가 아니라, 처방에 의한 물리치료를 하고, 처방 외 업무는 고유업무로 하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관련법이 발의되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근용 사무관은 "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물리치료사의 실익을 위해 제정법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꼭 별도의 법이 있어야 실익이 실현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독법 제정을 위한 조건으로 물리치료사 교육 전문화, 질 향상을 위한 면허시험 관리 및 보수교육, 강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한 권 사무관은 "의사 처방에 의해 독립적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하려면 모든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의사의 의료독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리치료사·한의사·간호사가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최혁용 회장은 "현재 환자의 70%가 만성질환자인데 (현 의료법과 제도가) 급성병 시대에 머물러 의사가 모든 것을 다 하게 돼 있다. 의사의 독점에 의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직역이 협력해서 질병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질병은 병원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관리해야 한다. 의사독점법을 해체해야 한다. 약자의 무기는 연대다. 의사의 독점을 깨려면 우리가 손 잡고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