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의사 3명 법정 구속 '사법권' 남용
[특별기고] 의사 3명 법정 구속 '사법권' 남용
  •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desk@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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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형사소송 대원칙...형벌권 자제해야
조정·민사 등 '대체적 분쟁 해결' 주류...의료계, 중과실 제한 입법 노력 필요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의협신문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의협신문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To Err Is Human).' 1999년 미국 국립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IOM)의 의료안전 관련 보고서의 표제다.  IOM은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조직방식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아는 한 오늘의 세계는, 모든 실수에다 형벌의 잣대를 들이대진 않는다. 나쁜 결과만으로 무작정 형사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당연하게도 원인과 책임은 일치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법의 황금률이다. 이러함에도 무죄를 다투고 있는 사건에서조차 의사를 결과책임의 표적으로 삼아 인신구속까지 감행한 사회가 있다면….

법정구속의 이유는 이러했다.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로 한 초등학생의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한 책임은 그 죄책이 매우 무겁고, 피고인들 중 누구라도 정확하게 진단했더라면 그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책이 크다."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다. 적극 반대다.

첫째, 형사 사법권의 남용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형사책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위험하다. 더구나 유무죄를 다투고 있다. 거기다 후천성 횡격막탈장은 결코 흔한 질환이 아니다. 도주의 염려도, 증거인멸의 염려도 없는 의사를, 유무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그것도 1심 법원에서 법정구속을 감행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가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다.

둘째, 원인과 책임의 불일치다. 의료사고가 의사 개인의 과실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의료사고는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요, 사회 전체의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다. 개인이 문제라면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고, 사회가 문제라면 사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원인과 책임의 일치라는 형사법의 원칙에도 어긋남은 물론, 의료사고 재발 방지라는 본래적 목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셋째, '글로벌 스탠더드' 혹은 시대적 흐름에 반한다. 의료사고와 같이 '허용된 위험의 법리(the law of acceptable risk)'가 작동하는 경우 가능한 한 형사책임을 자제한다. 

사과와 화해, 조정과 같은 '대체적 분쟁 해결(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을 선호하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사회(AMA)도, 세계의사회(WMA)도 형벌을 통한 규제에 반대한다. 의학적 판단(Healthcare Decision)을 범죄화하는 일, 의학적 판단에 비의학적 판단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일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우리 법원은 고립된 섬이다.

넷째, 중과실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야 했다. 형사책임을 자제해야겠지만, 백 보를 양보해 형벌권을 발동하더라도 그 책임은 중과실 책임으로 한정해야만 한다. 

미국의 법학 분야 표준서 격인 에이미 쿡(Amy Cook)의 <Criminal Medicine>(범죄의학)은 의사의 의료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치료법과 해당 의사의 처치에 커다란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우리 식 표현으로 중과실이다. 중대한 과실이다. 법에서 말하는 중과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이다. 풀자면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해서 조금만 주의하면 피할 수 있었던 과실이나, 결과의 발생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주의하지 못한 과실"을 말한다. 

후천성 횡격막탈장은 외과의사가 평생 한 번 만나기 힘든 임상례라고 한다. 

2011년 LA 형사법원에서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주치의가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주치의는 프로포폴이라는 강력한 마취제를 병원 밖에서, 그것도 불면증 치료제용으로 장기간에 걸쳐 과도하게 사용했다. 투약 후 잭슨을 모니터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미국 의료계조차 주치의의 행위는 평균적인 치료법의 수준을 심각하게 벗어난 진료라 평가했고, 이를 받아들인 배심원단이 유죄평결을 내렸다. 

형사책임은 자제해야 하며, 중과실의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이 또한 세계적 흐름이다.

마지막으로 대안이다. 중과실로 제한하는 입법제안이 필요하다. 지역의사회별로 언론 기고, 법원, 검찰, 정치권과의 지속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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