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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구속, 실형! 달라진 응급실 폭력 처벌 수위
연이은 구속, 실형! 달라진 응급실 폭력 처벌 수위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8.10.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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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응급의료 방해 죄질 나쁘다" 징역형 실형
무거워진 법원 처벌에 경찰도 구속 수사 원칙
최대집 의협 회장이 지난 7월 익산 응급실에서 폭행을 당한 의사 A씨를 방문해 사건 경위를 듣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이 지난 7월 익산 응급실에서 폭행을 당한 의사 A씨를 방문해 사건 경위를 듣고 있다.

지난 7월 익산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건으로 거세진 의료계의 피의자 엄중 처벌 요구 이후 응급실 의료진 폭행에 대한 법원과 경찰의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불구속 수사나 벌금형 정도였을 처벌 수위가 "응급 의료를 방해해 죄질이 나쁘다"며 구속 수사나 실형 선고 등으로 무거워지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 등 의료계는 지난 7월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이 터진 후 경찰의 초동대처 개선과 법원의 현실적인 처벌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의 단일한 목소리가 법원과 경찰의 처벌·수가 관행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9월 9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9살)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12월 새벽 응급실에서 간호사 B씨(25)가 '자신을 치료하기 전에 인적사항을 먼저 묻는다'며 주먹을 휘둘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1심 재판부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사실상 A씨는 실형을 피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9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응급실에서 간호사를 폭행해 다른 응급환자까지 위험에 빠뜨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결문에 형이 무거워진 이유를 적시했다. 재판을 거듭할수록 형이 가벼워지는 추세에 비쳐 이례적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응급실에서 간호사를 폭행한 50대 남성 C씨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심한 복통으로 올 1월 30일 응급실에 온 C씨는 증세를 묻는 간호사에게 "네가 먼데 물어보냐"며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했다. C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재판부는 "의료 시술을 방해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못하다"며 실형을 때렸다.

같은 날 대전지방법원은 만취 상태로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린 30대 D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D씨는 지난해 10월 만취 상태로 응급실 대기실과 접수실에서 난동을 부리고 이를 제지하던 보안요원에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둘러 기소됐다.

광주지방법원 역시 14일 응급 심폐소생을 하던 의사에게 욕을 하고 흉기로 찌르겠다고 협박한 50대 F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의 원심을 유지했다. 술에 취해 상태에서 복통으로 여수시의 한 응급실을 찾은 F씨는 응급환자 진료로 진료순서가 밀렸다며 난동을 피웠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난 2017년 응급의료 방해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피의자는 893건 중 27건으로 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피의자는 214건으로 전체 24%나 됐다.

이경권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의료계의 요구 이후 예전 같으면 집행유예나 벌금 혹은 기소도 안 됐던 응급실 의료진 폭행 사건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무거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라진 최근 판결 경향에 주목했다.

법원 판결과 함께 경찰의 달라진 대응에도 눈길이 간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16일 인천 지역 응급실에서 술에 취해 의료진을 향해 욕설하고 난동을 부린 40대 G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5일 목포 지역 응급실에서 의사의 얼굴을 두 차례 주먹으로 때린 40대 H씨를 8일 구속했다.

불과 한 달여 전인 9월 18일 해남경찰서가 응급실에서 의사가 "청진기를 쓰지 않는다"며 의사를 폭행한 I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집으로 돌려보낸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경찰청이 의협과 응급실 의료진 폭행을 엄중 처벌하겠다는 지침을 지난 9월 4일 발표한 이후 지방경찰청도 10월 들어 응급실 의료진 폭행 피의자에 대한 '현장 체료·구속수사' 원칙을 속속 천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9월 4일 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롯해 보건의료단체장을 만나 응급실 내 폭력 사범에게 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흉기를 소지하거나 중대 피해 발생 등 중요 사건은 피의자 구속 수사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경찰청은 19일 개최된 대한응급의학회 토론회에서 "익산 사건 이후 9월까지 응급실 폭행 사례 25중에 11건에 대해 피의자를 구속 수사했다"고 밝혔다.

이경권 변호사는 "의료계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 응급실 의료진 폭행 처벌 관행을 개선했지만 계속 관심을 두고 적절하지 않은 처벌 판결이나 관행이 나오면 지속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오른쪽 세번째)을 비롯한 보건의료단체장은 민갑룡 경찰청장(가운데)을 4일 만나 응급실 폭행사범에 대한 엄정한 경찰의 대응매뉴얼을 약속받았다.
최대집 의협 회장(오른쪽 세번째)을 비롯한 보건의료단체장은 민갑룡 경찰청장(가운데)을 4일 만나 응급실 폭행사범에 대한 엄정한 경찰의 대응매뉴얼을 약속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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