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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결과만으로 의사 과실 추정 안돼

나쁜 결과만으로 의사 과실 추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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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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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환자의 관계 '민사상 계약'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 다했을 때 의료과실 추정할 수 없어…

<span class='searchWord'>최재천</span> 변호사
최재천 변호사

[시작]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민사상 계약이다. 의사는 진료비 채권을 획득하고, 진료채무를 부담한다.

이때 채무는 '환자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일까. 아니면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도 적절한 진료를 할' 채무, 즉 '수단채무'일까. 그렇다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는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진료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후유장애가 생겼다면 진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해버릴 수 있을까.

 

[사실]

양측 하지 저린감, 보행 장애, 배뇨·배변 곤란 등의 증상을 가진 환자가 대학병원을 찾았다. 1차로 흉추 6∼7번 흉강경 가이드하 척추 융합술 및 자가골 이식술을 시행했다. 수술 직후 하지 마비 증상이 발생했다. 흉추 5∼6번에 대해 2차 수술을 시행했다. 경직성 하지 마비, 배뇨·배변 장애, 성 기능 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았다.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비화 됐다.

▶[2심] 1심 판례는 찾기 어려웠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대학병원이 패소했다.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첫째, 수술 전까지 하지 근력이 3∼4등급이었는데, 1차 수술 직후 완전 마비 상태가 되었고, 배뇨 등 장애가 심화 되었으며 성 기능 장애까지 발생한 사실. 

둘째, 후종인대골화 부분을 박리하는 과정에서 경막을 손상시켰고 그 부위에서 뇌척수액이 누출된 사실. 

셋째, 의료진이 손상 부위를 인공 경막과 겔폼 등으로 복원한 사실. 

넷째, 환자의 장애가 주로 척추 손상 시 발생하는 증상인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의료진이 척수신경에 손상을 입힌 과실로 각종 장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대학병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3심]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었다. 

첫째, 수술 전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다. 

둘째, 뇌척수액이 누출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결과다. 

셋째, 경막 손상 및 뇌척수액 누출과 척수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넷째, 인공 경막 등으로 손상 부위를 복원하는 조치를 했으므로, 경막 손상과 뇌척수액 누출을 척수 손상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같은 사실을 놓고도 항소심의 판단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쟁점]

수술 후 발생한 척수 손상의 결과만으로 의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척수 손상이 의료진의 의료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사정들이라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15.10.15. 선고 2015다21295 손해배상)고 최종 결론 내렸다. 사건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내려갔다.

 

[평석] 

나쁜 결과가 있었을 때 간접사실들을 모아 의사의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있을까. 법원은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을 때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의 채무가 '수단채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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