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감정의 의견서 토대로 보험사 손들었지만...대법원 파기환송
보험약관이 규정한 '암' 의미 불분명…작성자 불이익 원칙 적용해야
1㎝ 미만의 '용종'이라도 병리과 전문의가 조직검사 보고서에서 '악성 신생물'로 판단했다면 보험약관을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악성 신생물' 여부를 놓고 병리과 전문의와 감정의사들이 다른 의견을 낼 정도로 논란이 있는 경우에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암'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도 무게를 실었다.
대법원은 최근 환자와 보험사 간의 '암' 해당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서 '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했다.
사건은 2015년 A씨가 한 외과의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A씨는 검사를 받던 중 직장에서 크기 1㎝ 미만의 용종을 발견, 용종절제술을 받았다. 병리과 전문의는 조직검사 결과를 토대로 종양 발견 보고서를 썼다. A씨의 주치의는 병리과 전문의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직장의 악성 신생물'이라는 진단서를 발급했다. 암 진단을 내린 것이다.
A씨와 배우자 B씨는 암보험을 체결한 C와 D보험회사에 암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이라며 진단 보험금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97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판결에서는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의 감정의뢰를 받은 의사들이 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고, A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서 병리 전문의가 내린 암 진단만 확진으로 인정한다는 부분에 무게를 실었다.
대법원은 보험사들의 손을 든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보험약관에서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만을 인용하고 있는 점을 들며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A씨의 종양을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인 암으로 보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 지급액의 범위와 관련해 위 보험약관이 규정하는 '암'은 객관적으로 다의적 해석이 된다"고 밝힌 재판부는 "이 경우는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약관법 제5조(약관의 해석) 제2항을 인용했다.
대법원은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A씨의 용종과 같은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로서 보험약관에서 정한 '암'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병리 전문의가 직접 내린 암 진단만 확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과 달리 대법원은 "병리 전문의가 검사를 실시해 보고서를 작성했고, 의사가 이를 토대로 진단을 내렸다"면서 "이는 약관에서 말하는 병리학적 진단으로 암 확진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 다시 판결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