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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요청→개인 건강보험 정보 제공은 '위헌'
경찰 수사요청→개인 건강보험 정보 제공은 '위헌'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3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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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태 총체적 정보…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중대'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 제1항 규정 '민감정보' 해당
헌법재판소는 30일 재판관 7:2 의견으로 요양급여 내역을 경찰에 제공한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결정 내렸다. ⓒ의협신문
헌법재판소는 30일 재판관 7:2 의견으로 요양급여 내역을 경찰에 제공한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결정 내렸다.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찰에 수사 대상자의 요양급여 내역을 제공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0일 A철도노조 위원장 등이 요양급여 내역을 경찰에 제공한 행위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2 의견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결정 내렸다.

▲경찰이 공단에 해당 정보 제공을 요청한 행위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8조 제1항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7호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심판대상이 아니라며 청구를 각하했다.

'사실조회'는 수사기관의 권한일 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실조회에 응하거나 협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도 경찰 요청 '환자 진료기록' 제공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참고기사: 검·경찰 요청 '환자 진료기록' 함부로 줬다간…. 헉!)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위원장, B씨는 수석부위원장이다. 이들은 8673명의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코레일 한국철도공사를 민영화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벌였다.

2013년 12월 9일부터 31일까지 집단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해 위력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여객·화물 수송 업무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2014년 3월 11일 기소됐지만, 무죄판결을 받았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고합51, 서울고등법원 2015노191, 대법원 2016도1690).

서울용산경찰서장은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2013년 12월 18일 A씨의 2010년 12월 18일부터 2013년 12월 18일까지의 상병명, 요양기관명, 요양기관주소, 전화번호의 제공과 ▲2013년 12월 20일 B씨의 2012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20일까지의 병원 내방기록의 제공을 요청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12월 20일 ▲A씨의 2010년 12월 1일부터 2013년 12월 19일까지의 급여 일자·요양기관명·전화번호를 포함한 총 38회의 요양급여내역과 ▲B씨의 2012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20일까지의 급여일자, 요양기관명 등을 포함한 총 44회의 요양급여내역을 서울용산경찰서장에 제공했다.

A, B씨는 2014년 5월 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서울용산경찰서장의 사실조회행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제공행위 및 근거조항인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8조 제1항 ▲'개인정보 보호법'제18조 제2항 제7호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언제 어느 요양기관을 방문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소재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검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말했지만 "공단이 제공한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한 민감정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은 요양급여정보를 요청하기 이전에 이미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추적자료를 제공받아 A씨의 위치를 확인한 상태였다"며 "B씨의 위치추적자료는 제공받지 못했지만, 당시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대다수의 피의자들 위치에 비추어 추정할 수 있었던 상태였던 점을 고려했을 때 모두 소재 파악을 위해 요양급여정보를 제공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요양기관이 산부인과, 비뇨기과, 정신건강의학과 등과 같은 전문의 병원인 경우에는 요양기관명으로 질병 종류를 예측할 수 있다"며 "2년 또는 3년 동안의 요양급여정보는 청구인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는 점을 볼 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는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별개 의견을 낸 서기석 재판관은 "경찰관직무집행시행령 8조에 따라 경찰이 범죄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건강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정보제공행위는 민감정보 처리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고,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경찰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인 청구인들의 소재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시에 검거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이를 통해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수행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공공기관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시행령 등에 따라 범죄 수사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정보 주체 또는 제3자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민감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며 "공공기관이 수사기관에 민감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요건을 밝힌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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