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학적인 것들의 '공습'…국민 피해 어쩌나
비의학적인 것들의 '공습'…국민 피해 어쩌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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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상 안전성·유효성 검증 미비한데 의학적 효과 있는 것처럼 광고
OO탕·봉침·목단피 이어 특수의료용도식품·건강기능식품 소비자 '현혹'
3호선 양재역 지하철 통로 벽면에 설치한 OO한의원의 광고판
3호선 양재역 지하철 통로 벽면에 설치한 OO한의원의 광고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신부 복용 금기로 규정한 한약재(목단피)가 포함된 한약으로 한방난임치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한의원에서 봉침시술 후 환자가 쇼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약재나 시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명 한의원이 지하철역에 설치한 '비염엔 OO탕'이라는 광고도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해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더군다나 국내 유명 제약회사인 일양약품과 조아제약은 건강기능식품을 마치 의약품처럼 광고해 식약처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 한독약품은 국내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를 출시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4개의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를 확인했다'고 홍보해 마치 식품이 치매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주고 있다.

일부 의료단체의 노력으로 광고 문구가 수정되거나,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버스와 지하철 등에서 '비염엔 OO탕'이 'COPD엔 OO탕'으로 광고되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약재인 것처럼 인식할 수 있는 이런 광고들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수의료용도식품, 치매 환자에게 정말 효과 있나?

한독약품이 출시한 '수버네이드'
한독약품이 출시한 '수버네이드'

한독약품은 8월 21일 국내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인 '수버네이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수버네이드는 바닐라맛 음료 형태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뇌에서 시냅스의 연결을 활성화한다는 게 한독 측의 설명이다.

한독에 따르면 수버네이드는 유럽과 미국에서 1322명의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4개의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를 확인했다.

지난 2017년에는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경도인지장애 환자 3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가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 뉴롤로지>에 실리기도 했다.

한독 관계자는 "치매를 피할 수 없는 노화 현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라며 "치매는 아직 치료제가 없고 치매 환자에게 식이 관리가 중요한 만큼, 수버네이드가 경도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독은 수버네이드 홍보자료에서 최신 연구를 인용하면서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가 손상돼 생기는 시냅스 질환이란 의견이 있다며, 자신들이 출시한 제품이 뇌에서 시냅스의 연결을 활성화하는 것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기존 알츠하이머(치매)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이 식품을 섭취하면 인지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

그러나 대표적인 임상인 <란셋>에 실린 수버네이드의 리피디다이어트(Lipididiet) 임상연구결과,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매의 진행을 늦춘다는 근거는 없었다. 따라서 치매 치료식(특수의료용도식품)을 환자들이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치매 치료식은 어디까지나 식품이기 때문에 의약품처럼 오해해서는 안 되며, 의사와의 상담 없이 무조건 복용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의원서 봉침 시술 환자 사망…'환자 체질' 때문일까
얼마 전에는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환자가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반응으로 일어나는 생체의 과민반응)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과 관련 의료계는 "한의사들은 봉침 치료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원협회에 따르면 봉침은 벌침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환자에게는 금기로, 사전에 알레르기 반응 검사가 수반돼야 하는 치료이고, 쇼크를 대비해 사전에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 한방이라는 학문의 한계상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사전검사의 개념이 없고,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방법이 전혀 없다. 따라서 봉침과 같은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치료는 애초에 시행해서는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도 한의원의 봉침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의무화할 것을 주장했다. 의협은 "봉침을 비롯한 한의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약침은 의약품으로 분류가 되지 않아 안전성과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한의원 측 변호사는 SBS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봉침 시술에 의한 사망은 환자의 체질 때문"이라고 밝혀 의료계를 더 자극하고 있다.

또 대한한의사협회는 "응급의약품을 모든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갖출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봉침 시술로 인한 사망 사건에 대한 논란을 피해갔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는 "한방은 봉침과 같은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치료는 애초에 시행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 '벌에 쏘인 후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때 북소리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한의계의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도 "위험을 감수할 만한 대단한 효능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봉침 시술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의료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바른의료연구소, "'비염엔 OO탕' 광고 소비자 현혹 지적
유명 OO한의원의 소비자 현혹 광고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5월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지하 통로 벽면에 '비염에는 OO탕'이란 제목의 OO한의원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다며 담당 보건소에 문제를 제기한 끝에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광고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어렵게 받아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SCI급 국제학술 논문과 SCOPUS 논문 등재로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OO탕은 비염은 물론 아토피, 천식 등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근본·근원·뿌리·제거 등의 문구가 소비자 현혹 및 치료 효과 보장, 그리고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쥐와 개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 지나지 않고, 이 실험은 폐섬유화증을 완화하고, 혈액학적·생화학적·단백 및 지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으로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연구"라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의 문제 제기에 대해 담당 보건소는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 의료법(제56조 제2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로 판단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OO한의원은 OO탕을 45년간이나 처방하고 있음에도 사람을 대상으로 OO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그런데도 "동물실험, 그것도 비염이나 아토피, 천식 등의 연구가 아닌 논문으로 OO탕이 사람에서도 비염 등의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불법 의료광고 신고에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보건소를 대상으로 감사원에 직무유기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양약품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광고한 건강기능식품 광고 문구
일양약품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광고한 건강기능식품 광고 문구

임신부 복용 금기 한약으로 한방난임 임상시험도 문제
임신부가 복용해서는 안 되는 한약재(목단피) 성분이 들어간 한약으로 한방난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온경탕'에 들어있는 '목단피'는 유산·조산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신부 복용 금기로 규정한 한약재. 이 성분이 포함된 한약으로 시행 중인 한방 남임치료 임상시험은 생명윤리법의 입법 목적에 어긋난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연관 학회지(동의생리병리학회지)에서도 임신 중 목단피의 복용을 금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WHO는 목단피가 유산을 일으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임신 중 목단피의 복용은 금기라고 했고, <동의생리병리학회지>(2014년)에서는 '목단피에 의한 임신 저해의 분자적 기전에 대한 연구' 논문 저자들이 "향후 임상에서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한의학적 치료를 시행할 때, 목단피의 사용에 대해서 매우 신중하게 숙고할 것"을 제언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식약처가 유산·조산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복용 금기로 규정한 한약으로 시행하고 있는 한방 난임치료 임상시험을 하루빨리 중단하고, 임신 금기 한약재 사용을 전면적으로 조사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일양약품·조아제약,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처럼 광고
국내 제약사의 건강기능식품이 마치 의약품처럼 광고되는 것도 문제가 있어, 식약처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

일양약품과 조아제약의 건강기능식품(일양당케어알파, 혈당엔 닥터-G)이 의약품처럼 광고되고 있었는데, 바른의료연구소의 3차례 끈질긴 민원 끝에 '부적절 내용 시정조치'를 끌어냈다.

더 큰 문제는 의료단체의 끈질긴 민원이 없었다면 버젓이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처럼 광고해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전할 수 있었다는 것.

두 제약사뿐만 아니라 여타 제약회사도 건강기능식품을 마치 혈당을 관리하는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광고를 보고 기존에 복용하던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끊고, 이 제품만을 복용할 경우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두 개의 광고는 식약처가 "기존 심의받은 내용과 상관없이 일부 의약품 등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는 부적절한 내용에 대해 시정 조처하겠다"고 답변하면서 일단락됐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식약처도 이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면서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의 의약품 오인 및 허위·과장 광고가 성행하는 것은 바로 식약처가 법을 잘못 적용해 제약회사를 봐주는 결정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라며 "감사원은 건강기능식품의 주무 부처인 식약처가 법 조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적용해 제약회사 봐주기에 급급했는지 그 이유를 철저히 감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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