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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리를 넘기며…"난 30점짜리 회장이었다"
리더의 자리를 넘기며…"난 30점짜리 회장이었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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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현 대전협 회장 "힘들 때 기억될 수 있는 단체 되길"
개인으론 길고, 회장으론 짧았던 1년...이대목동병원 사태 기억 남아
안치현 회장은 차기 회장 개표가 있었던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그동안의 회무를 돌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의협신문
안치현 회장은 차기 회장 개표가 있었던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그동안의 회무를 돌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의협신문

"난 30점짜리 회장이었다"

전공의들의 권익 보호 및 의료계 현안 관련 활동 등 적극 행보를 이어갔던 안치현 대전협회장이 스스로 다소 짠 점수를 매겼다.

안치현 회장은 차기 회장 개표가 있었던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그동안의 회무를 돌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먼저 차기 협회장에게는 나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하고, 괴로운 자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꼽았다.

"누구보다 사태를 안타까워했던 사람이 범죄자로 몰려 책임을 떠안게 됐다. 모든 의사가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이다. 누가 잘못했는지 명확히 밝히지도 못했다"며 "이를 통해 환자,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할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치현 대전협 회장은 4월 2일 청와대 앞에서 이대목동병원사태에서 해당 전공의가 책임을 떠안아야하는 현실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안치현 대전협 회장은 4월 2일 청와대 앞에서 이대목동병원사태에서 해당 전공의가 책임을 떠안아야하는 현실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최근 구미에서 벌어진 폭행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미 폭행 사건 전공의와 이야기를 나눴다. 물을 입에 머금은 채 위협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 수많은 사전 위협 행위가 있었지만 보호해 줄 사람이 없었다"면서 의료진 보호 대책이 전무했던 당시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제도적으로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여러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사법부의 판단이 일선 의료인의 생각과 동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청원경찰제도 등 즉각적으로 환자와 의료진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공의에게 경찰이 주취자를 데리고 와 '의산데 이 정도는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하며 "인식의 변화와 함께 상황에 따른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료인 폭행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원에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매뉴얼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각 병원 간·의료진 간 의견 교류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의료진들의 의견을 듣는다면 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며 즉각적인 대응책 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얼마 전 의료인 폭행근절을 위해 진행한 국민청원이 목표치에 미달한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안 회장은 "대한의사협회라는 단체가 청원을 통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면서 "환자와 국민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하나의 방안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청원이 실패했다고 해서 '의미가 전혀 없다'거나 '의사는 단합을 못 한다' 등의 비난으로 이어질 순 없다"면서 "의협은 청원 외에도 제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며 "의료인 폭행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협에서 2011년부터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온 'PA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불법인 만큼 철저한 사태 파악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PA 문제는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라도 논의가 된다는 것 자체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원대병원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가장 먼저 신고자가 누군지를 찾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앞으로 소신껏 신고할 수 있겠냐"고 비판하며 "마음 놓고 불법을 신고할 수 있고, 환자 또한 마음 놓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 회색지대 정리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선 긋기 작업은 우선 과제가 아니다"며 "애매한 것을 정리하기 일이 의미가 있기 위해선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명확한 불법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중에서도 숙련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간호사가 한다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으로서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수많은 병원 내의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대한전공의협의회장으로서의 지난 회무를 돌아보면 30점 정도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말씀드렸던 공약 중 완료된 것이 거의 없다. 1년이라는 기간이 개인적으로 길었던 시간이지만 대전협이나 병원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전공의법이나 불법 의료행위들은 이제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제21대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는 처음으로 공개모집을 진행, 주목받았다.

"사실 집행부 참여에 공개모집이 처음이라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며 "집행부와 대의원들, 그리고 회원들이 많이 도움을 줬다. 대전협의 힘은 모두 집행부·대의원·회원으로부터 나온다. 모두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2017년 8월 28일 제21대 집행부 구성을 위한 공개모집을 실시했다. ⓒ의협신문
대전협은 2017년 8월 28일 제21대 집행부 구성을 위한 공개모집을 실시했다. ⓒ의협신문

노조 활동과 관련해 "아직 교섭권을 얘기해 주는 병원이 없다. 하지만 많은 분께서 애정을 가지고 회원가입을 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도 한 사람의 권리자이자 노동자로 인식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고 아쉬워했다.

안치현 대전협 회장은 마지막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기억될 수 있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 힘들 때나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말할 수 있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차기 집행부에는 "변화가 꼭 개선을 의미하진 않지만, 개선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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