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7 06:00 (수)
해묵은 난제 '적정 약가' 끝장토론, 결론 나왔을까?
해묵은 난제 '적정 약가' 끝장토론, 결론 나왔을까?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21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 정부-제약계 비공개 토론회 마련
"외국과의 약가 비교 그만"…환자에게 실리 찾는 방안 모색 다짐
ⓒ의협신문
ⓒ의협신문

국내 출시 글로벌 신약에 책정되는 '약가'는 적정할까? 정부와 다국적제약계의 해묵은 난제다.

정부는 다국적제약사가 독점 혹은 과점시장을 이용해 과도한 약가를 요구한다고 토로한다. 반면 다국적제약사는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국내 보험 약가가 'OECD 평균의 45%'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약가협상 테이블이라는 전장에서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 각자의 논리로 답이 없는 갑론을박을 펼친다. 길어지는 협상의 피해는 결국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은 지난달 10일 서울 소공동 패럼타워에서 '약가, 까놓고 얘기합시다'를 주제로 양측의 끝장토론을 마련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양측이 각자의 주장을 서슴없이 펼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간극을 좁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토론에는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등재부 등 정부 관계자와 다국적제약사 Market Access(MA) 등 제약계 관계자 등 약 15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에는 정부 측 패널로는 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과 송영진 사무관, 김국희 심평원 치료재료등재부장(전 약제등재부장)이 참석했고 다국적제약계에서는 임경화 한국얀센 상무와 세엘진코리아 여동호 부장이 패널로 나섰다.

입장료를 지불한 업계 관계자 150여명도 객석에서 의견을 개진했다.

새롭게 시도되는 '보험약제 연간 검토계획'...신뢰 형성이 과제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송영진 사무관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보험약제 연간 검토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보험약제 연간 검토계획은 제약사가 신규약제 급여 등재나 기존 약제의 급여기준 확대에 대한 연간 계획을 사전에 보건복지부가 수렴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급여 등재 관련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연간 검토 계획을 수립해 보험약제 업무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매 분기별로 향후 1년간의 수요를 조사하고 예정에 없던 약제의 갑작스런 급여 신청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송영진 사무관은 "과거에는 정부가 제약사의 요청이 있기 전까지 기다리다가 갑자기 요청이 들어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으로 시작했다"며 "업계는 등재 기간이 과도하게 길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정부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특정 제품에 전력투구하지만 정부는 여러 제품을 검토하기 때문에 제약사가 원하는 일정과 기대하는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이 제도는 현재 정부가 느끼는 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이므로 '어느 부분에 좀 더 힘을 실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일단 정부가 예측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정보가 지나치게 정부 측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임경화 상무는 "제약사가 제출하는 자료가 오히려 향후 제약사의 발목을 잡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라며 "어느 수준까지 정리해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또 "제출한 자료가 정부 예산이 크게 잡혀야 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검토가 뒤로 밀리지 않을까 싶다"며 "최근에는 비슷한 약제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처음 제출한 약제가 오랜 기간 동안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 사무관은 "정부는 큰 틀을 보고 싶은 것"이라며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복지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라 생각하기에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업계, 선별급여 위한 사전 인하 불만...정부 "동의 어렵다"

선별급여 제도에 있어서는 사전 인하계획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선별급여에 따른 사용량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에 따른 사후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전 인하까지 감내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임경화 상무는 "선별급여가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환자 접근성을 두고 완전 비급여 대신 어느정도 급여를 준다는 부분에서 약가 인하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비용효과성을 증명할 수 없는 약제도 들어올 텐데, 환자에게 얼마나 배려가 될 것인지 예측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며 "불투명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선별급여를 하면서 약가 인하까지 시행하면 굉장히 많은 잡음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제약사들은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면에서는 동의하지만,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라며 "사전인하에 대한 예측도 어렵고, 사후 인하를 통해서도 많이 깎일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우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곽명섭 과장은 "현행 제도 안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전 약가인하 제도에서 선별급여가 도입되어 문제가 된다고 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지금 사전 약가인하제도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론 논의하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기준비급여 해소단계에서는 현행 기준과 관련된 처리 절차에 따라 갈 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시각에서 볼 때 본인부담율이 5%에서 30%로 변경되면 공단 부담률이 95%에서 70%로 변경될 뿐 제약사 몫은 기존의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정영향분석을 할 때 신규 환자 증가폭을 가늠하는 부분에서는 고민이 있다"면서 " 본인부담률 5%일 때와 30%일 때의 환자 진입권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현재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는 신규 환자 증가 폭에는 본인부담률 변화 뿐 아니라 약제의 다양한 특성들이 모두 변수가 되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여동호 부장은 "무런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도입되는 약제라면 환자부담률이 30%라 할지라도 환자 사용량이 꽤 크지만, 이미 다른 약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진입하는 치료제라면 과연 환자의 요구가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RSA에 대한 엇갈린 평가..."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 보자" 

기존 제도 중에서는 위험분담계약제(RSA) 확대 계획에 관심이 쏠렸다.

곽명섭 과장은 "RSA에서 대상 확대를 많이 요구하는데, 현재도 항암제나 희귀질환 이외에도 예외 근거 규정이 있다"면서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항암제나 희귀, 난치 치료제가 대상이며, 관련 규정이 없는 국가도 있지만 실제 운영 형태를 살펴보면 국내와 다른 국가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RSA 기준이 대체 약제가 없는 치료제이다 보니 한 치료군에서 특정 제품이 RSA 급여권에 먼저 들어왔을 때 동일 치료군에서 다른 제품은 RSA 급여를 받지 못해 사실상 먼저 들어온 약이 독점 시장을 갖게 되는 구조"라며 "치료제 독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관련 안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위험분담계약제와 경제성 평가 면제제도가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정책적 효과를 거둔 만큼, 항암제나 희귀질환 이외의 약제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여동호 부장은 "RSA에 대해서는 여전히 뚜렷한 답을 찾고 있긴 하나 긍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환자 접근성이 확대되고, 재정적인 부분도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기에 '나름 성과가 괜찮기 때문에 좀 더 확대하면 어떨까?'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라며 "이를 전반적인 사회적 입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송영진 사무관은  "일부 환자단체와 제약사가 말하는 사회적 요구가 과연 사회 전체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과 연관된 업계만의 요구인지 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들은 낮은 가격에서 더 좋은 약을 쓰는 것을 원하고, 제약사 또한 환자들에게 약을 공급해야 하니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세금은 내면서 관련 혜택을 받지 않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공방 거듭 약가 문제…"논쟁 접고 건설적인 발전 모색하자"

한편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간 우리나라 약가 수준을 두고 낙인처럼 따라다니던 'OECD 45%'라는 수식어에 대한 두 가지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됐다.

우선은 해외 가격 대비 우리나라의 약가 수준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약가가 워낙 낮아 해외에서 이를 참조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보니, 우리나라에서 급여등재 신청을 늦추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서는 앞서 두 차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신약 등재가격이 OECD 평균 45%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측은 물론 제약계 패널들도 OECD 평균 45%라는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는데 공감했다. '모른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여동호 부장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표시가격이 존재하지만, 어느 누구도 표시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면서 "왜냐하면 각 국가별로 매우 다양한 기전으로 표시가격을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표시가격의 한계를 지적했다.

임경화 상무 또한 "우리나라는 가격이 하나 밖에 없어서 매우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외국은 환급형이나 리베이트 등 종류가 많기 때문에 실제 가격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은 가능하지만 실가격을 정확하게 공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 회사 직원도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제 가격인데, 그 자료를 가지고 약가를 비교하면 안된다"고 공감했다.

이에 대해 송영진 사무관은 "OECD 45% 약가 얘기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약가 수준을 도출하는 방법이 다양하고,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데, 방법적인 부분은 무시하고 단순히 결과적으로 '한국 약가 OCED 45%'만 이야기하면 통상 관련해서 정부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곽명섭 과장 또한 "내부에서 심평원 자료 등 여러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OECD 45% 약가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며 "우리의 결론은 '모른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 계신 분들도 약가와 관련해서는 본사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 약가에 대해 모른다고 하셨고, 다른 국가들이 약가를 발표하면서 '우리 약가가 당신네 약가의 몇 %다'라고 언급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우리도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고, 현 과정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와 업계에서는 또 다른 결론은 '실리를 찾자'는 공감대다.

임경화 상무는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리스트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를 비교하는데, 문제는 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는 것"이라며 "재정을 늘리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리스트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에 우리의 실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으로 정책을 입안해주시고, 만일 설득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설득하자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에 송영진 사무관은 "환자들에게 좋은 약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 안에서 실리를 찾는 방법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고 답했고, 곽명섭 과장 또한 "정부의 고민도 동일하다"며 "등재기간 부분, 약가 수준에 대한 부분에서는 논쟁이 아니라 건설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