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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재즈를 듣다

[신간] 재즈를 듣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8.08.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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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지오이아 지음/강병철 옮김/꿈꿀자유 펴냄/4만원

'낯설게 하기'와 변화가 목적인 음악. 음악 자체는 향유되지 않으면서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음악. 내가 연주하는 곡은 누구누구와 달라야 하고 심지어 어제 내가 연주했던 곡과도 달라야 하는 음악. 어느 것도 배제하지 않는 열린정신을 새로움의 연료로 삼아 달려온 음악. 태생부터 지배자와 노예들의 영혼이 혼합돼 정격과 파격, 질서와 혼돈, 흑과 백, 성과 속, 정과 동을 품고 계급·인종·지역 등과 그 밖의 어떤 차별도 초월한 음악.

재즈.

마니아에겐 한결같은 재미와 감동과 짜릿함과 절묘함까지 주지만 모두가 누릴 수 없는 바로 그 재즈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평론가이며 미국 최고의 음악 역사가로 인정받는 테드 지오이아가 쓴 <재즈를 듣다>가 우리말로 옮겨졌다.

이 책은 최강의 재즈 레퍼토리 해설서이자 재즈 스탠더드다. 책 속에는 저자가 꼽은 불후의 재즈 명곡 252곡이 담겨 있다. 원곡이 수록된 뮤지컬이나 영화, 연주자들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는 물론 스탠더드 레퍼토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품격과 깊이가 다른 이 책은 악곡의 유래와 에피소드, 곡의 감흥을 전달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문적인 곡 분석이나 해석을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로 쉽게 풀어내 독자들에게 기어코 듣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한 곡 한 곡 소개가 끝날 때마다 추천녹음 목록이 눈 앞에 차려진다. 가장 먼저 발표된 버전, 역사적으로 중요한 연주, 감성과 창조력, 실험정신이 어우러진 명반들이 꼬리에 꼬리를 잇는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물론 음반을 구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유튜브에 곡목과 연주자만 입력하면 바로 들을 수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듣고 싶은 욕망이 들불처럼 번지고 연주를 접하는 되풀이되는 시간속에서 어느새 재즈는 일상이 된다.

한 자리에 머물기를 부정하는 재즈. 지난 100년간 재즈는 끊임없이 가능성을 추구하며 한계에 도전하고 음악적 지평을 넓혔다.

이 책을 옮긴 강병철 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좋은 책' 전문 출판사 <꿈꿀자유>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그의 선택 덕분이다.

그의 재즈 전력은 화려하다. 소장 음반 1만장 가운데 대부분이 재즈이며, 1998년부터 PC통신 유니텔재즈동호회 <블루노트>에 '꿈꿀자유'라는 필명으로 460회에 걸쳐 재즈일기를 실었다. 포털사이트 메디게이트에눈 2년간 '재즈의 명반'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책으로 재즈 레퍼토리 소개서로 정했다. 예사롭지 않은 과거에서도 드러나듯 재즈의 명곡을 소개하는 글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영화·뮤지컬·애니메이션 명작들에 흐르는 재즈와 그 안에 담긴 삶과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결심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자료조사차 들른 아마존에서 그는 테드 지오이아와 이 책을 만난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전문 번역가인 그로서는 예서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재즈를 듣다>를 보고 있다(☎ 070-8226-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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