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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 공개...실효성 "글쎄"

첫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 공개...실효성 "글쎄"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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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중심 의료서비스 제공 첫걸음"↔"객관적 비교평가 기준 못 돼" 평가 엇갈려
'치료 효과 평가'로 오해 우려...의료계 "주관적 평가 결과로 '줄 세우기' 부적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협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협신문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에 대해 환자가 직접 평가한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 결과가 처음으로 공개됐지만, 평가 과정과 결과 해석 및 활용에는 상당 부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기관에서의 의사 서비스, 간호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 과정, 병원 환경, 환자 권리 보장 등에 대해 이용자인 환자가 직접 평가한 첫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환자의 개인적 시각에 따라 평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결과를 수치화해 공개함으로써 의료기관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9일 전국 500병상 이상 92개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 1만 4970명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례적으로 일간지·방송 기자들과 의료전문언론 기자들을 모아 대대적으로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평가의 의미와 결과를 설명했다.

의사 서비스, 간호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 과정, 병원 환경, 환자 권리 보장 등 영역별 평가 결과 의료기관별로 평가점수는 높은 곳이 90점대 초반, 낮은 곳이 70점대 후반 정도로 분포했다. 92개 의료기관 종합평균점수는 83.9점으로 나타났다.

의사, 간호사의 존중/예의, 경청에 대한 평가는 88.8∼89.9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면, 의료기관에 대한 불편 표현, 의사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 등에 대한 평가는 각각 73.0점, 74.6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평가 영역별 평균은 81.2∼88.7점으로 나타났다.

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간호사 서비스 영역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환자 권리 보장 영역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심평원은 9일 오후 6시부터 홈페이지에 조사 대상인 92개 의료기관의 평가 항목별 100분율 점수를 소수점 두 자리까지 등에 공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이번 환자경험평가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환자가 직접 참여한 의료서비스 환자경험 평가며, 그 결과를 공개한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환자중심 의료서비스 제공에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의료계, 환자·소비자, 학계와 함께 지속해 보완하면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환자경험평가 대상 의료기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심평원 측은 이번 평가 결과가 기본적으로 환자 개인의 경험을 스스로 수치로 평가한 것이어서 개인별 평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문가들과 협의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평가 결과라고 인정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환자경험평가라는 것이 특정 의료기관에 대한 특정 개인이 경험한 것을 개별적으로 수치화한 것이어서 평가 대상 92개 의료기관 평가 점수를 객관적 비교 기준을 삼기 어렵다는 지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평가에 참여한 모든 환자가 92개 의료기관에서 같은 서비스를 두루 경험하고 절대 또는 상대평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종합평가점수와 항목별 점수를 의료기관별 서비스 만족도 비교 기준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A 도의사회 임원은 "환자경험평가라는 것이 특정 환자가 특정의료기관에서 특정 질환을 치료하면서 겪은 경험에 대해 주관적으로 평가한 것을 취합한 것인데, 그런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평가 점수를 취합해 평균을 낸 점수로 조사 대상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환자 안전 관련 평가에서 청결도 정도는 환자가 평가할 수 있겠지만, 시설 안전과 감염 관리 등 전문적 평가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환자의 단순 평가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B 전 대한의사협회 임원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평가 결과를 환자들이 치료 효과에 대한 만족도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환자경험평가 항목을 보면 의사, 간호사의 정보 제공 등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한 것이 주인데, 이런 항목에 대한 환자경험은 치료 효과 만족도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환자경험평가 도입·시행 배경과 결과 공개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환자경험평가 도입·결과 공개 논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C 의료계 인사는 "환자경험평가를 국내에서 시행하자는 논의를 시작할 당시에 심평원 등은 의료기관과 '피드백'을 하는 수준으로 평가 결과를 활용하겠다고 했었다. 특히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고, 평가 결과로 의료기관 '줄 세우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계를 설득했었다"면서 "그러나 의료평가조정위원회에서 건보 가입자들이 결과 공개를 요구해, 어쩔 수 없이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평원 측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환자경험평가를 시행해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우리나라와 의료환경이 다르다"면서 "미국의 경우 우리처럼 단일보험자체계가 아니라 다보험자체계다. 보험자들이 의료기관과 매년 계약을 하면서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이 거의 없다. 의료진이 공무원이다. 환자경험평가를 공무원 서비스에 대한 평가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처럼 전체 의료기관의 90% 이상의 민간의료기관이 단일보험자체계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사실상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이 자유롭게 보장되고 있는 나라에서 환자경험평가를 굳이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외국에서 하니 우리도 하자라는 식으로 제도를 도입하고,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도 제도 도입을 논의할 당시에는 평가 결과 활용을 최소화하고 공개하지 않겠다고 의료계를 설득했던 심평원이 환자경험평가의 지표 안정성이나 선명성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평가 결과를 대대적으로 공개·홍보함으로써 사실상 의료기관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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