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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교과서 베낀 한의학계 '손해배상' 판결
의학 교과서 베낀 한의학계 '손해배상' 판결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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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형외과학·재활의학 공동저자, 저작재산권·저작인격권 침해"
한방재활의학과학회·G출판사 "재산적·정신적 손해 배상해야" 판단
한방재활의학과학회가 2011년 펴낸 [한방재활의학 3판]
한방재활의학과학회가 2011년 펴낸 [한방재활의학 3판]

한의학계가 한방재활의학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정형외과학>·<재활의학>·<광선치료>를 비롯한 의학계의 교과서를 표절,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월 27일 대한정형외과학회와 재활의학과 교수 2인이 한방재활의학과학회(이하 한방학회)와 G출판사 상대로 낸 1500만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저작재산권(복제권)과 저작인격권(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사건은 2011년 3월경 한의사들로 구성된 한방학회가 <한방재활의학 제3판>을 출판하면서 시작됐다. 

한방학회가 펴낸 <한방재활의학 제3판>을 살펴본 의학계는 <정형외과학>·<재활의학>·<광선치료> 등의 일부분을 그대로 베끼거나 단어만 약간 바꿔 출판한 사실을 접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와 재활의학과 교수를 비롯한 공동 대표자자들은 "한방학회가 2011년 출판한 '한방재활의학 제3판(총 403쪽, 10장으로 구성)'의 제3장, 제5장, 제8장 등은 <정형외과학>·<재활의학>·<광선치료> 등의 일부를 그대로 전재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해 수록했다"면서 저작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방학회는 "같은 분야의 선행문헌들에 담겨 있는 내용을 누가 표현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들로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창작성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의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이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나름대로의 표현방식에 따라 저술한 것은 창조적인 노력의 소산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라며 "외국 서적을 번역해 수록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인 번역저작물로서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외국어를 국어로 번역함에 있어 원고 서적이 학술서적임을 감안하여 원문에 충실히 번역한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다른 표현의 여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방학회가 <한방재활의학 제4판>을 출판하면서 저작권 침해소지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내용을 새로 쓴 데 대해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부분들의 서술이 누가 표현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들에 불과한 것은 아님을 간접적으로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3장, 제5장, 제8장 등에서 원고 저작의 일부분을 그대로 전재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하여 수록했다"고 지적한 재판부는 "원고 서적과 피고 서적 간에는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가 2006년 펴낸 [정형외과학 6판]과 재활의학과 H교수와 B교수가 2008년 공동저술한 [재활의학 3판] ⓒ의협신문
대한정형외과학회가 2006년 펴낸 [정형외과학 6판]과 재활의학과 H교수와 B교수가 2008년 공동저술한 [재활의학 3판] ⓒ의협신문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저작권법 제28조를 들어 정당하게 서적을 인용했다는 한방학회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한방재활의학 제3판이 상업적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점 ▲한방학회에서도 6%의 저작권 침해 부분을 인정하는 점(불기소결정서 인용 인정 분량 10%) ▲정형외과학회 서적의 일부를 그대로 전재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해 수록한 점 ▲한방재활의학 제3판이 정형외과학회 서적의 수요를 대체할 것인지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점 ▲수요 대체 여부가 정당한 인용 여부의 유일한 판단기준이 아닌 점 ▲정형외과 서적을 참고문헌으로 일괄기재만 해놓은 점 등을 제시하며 "저작권법 제28조가 정한 공표된 저작물의 정당한 인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했다는 피고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제3장에는 참고문헌도 기재하지 않은 점 ▲정형외과의 서적을 참고해 외국 문헌을 번역하거나 국내 문헌을 검색해야 하는 수고와 노력을 들이지 않게 된 점 등을 들어 "한방재활의학회의 행위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방재활의학회와 G출판사는 대한정형외과학회의 원고 서적에 관한 저작재산권(복제권), 저작인격권(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만큼 재산적·정신적 손해배상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피고들의 이익액과 저작권 침해부분에 대한 기여도와 비중 등을 감안, 80만원의 재산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창작성의 정도, 저술 기여도, 동일성 유지권 침해 부분의 양적·질적 중요성 정도, 원고 서적별 침해 정도, 침해행위의 태양, 경제적 지위, 분쟁 경위 등을 참작, 위자료 배상액을 400만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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